3년 전부터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80을 타고 있는 김모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중순쯤 물리적 접촉 없이 차를 닦는 노터치 세차를 하다 차량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기가 흥건한 선루프 쪽에서 새기 시작한 물은 이내 기어가 위치한 내부로 꽤 많은 양이 떨어졌다. 차량 컨트롤 박스가 오작동하고 하이패스와 실내등이 켜지지 않는 등 다른 문제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이런 모습들은 김 씨가 촬영한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물이 떨어지는 위치에 급한 대로 수건을 깔고 세차장을 나선 김 씨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전 가양동 현대자동차 대전하이테크센터에 차를 입고시키고 수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GV80을 만들 때 노터치 세차에 견딜 수 있게끔 차량을 설계하지 않았다"며 "웬만하면 노터치 세차를 하지 말라"는 서비스센터 측의 황당한 답변이 함께 돌아왔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수리가 끝나면 이런 일이 다시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 씨가 똑같은 경험을 다시 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리를 마쳤다는 연락을 받고 차량을 찾아온 김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세차장으로 향했다. 노터치 세차가 부담스러워 주유소에 함께 있는 일반 브러쉬 세차를 이용했다.
그러나 차량 수리가 완벽히 이뤄졌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세차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현상이 다시 반복됐다. 천장 쪽에 다시 물이 고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누수를 겪었을 때보다 더 많은 양이 떨어졌다고 김 씨는 주장했다. 결국 대차를 받고 다시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센터 측은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확실히 수리했다"는 서비스센터 측의 설명과는 달리 다시 차를 찾아왔을 때 이번에는 선루프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김 씨의 차량은 현재 다시 서비스센터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세 번째 입고다.
GV80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맺혀 있다. 김모 씨 제공전문가들은 제조사인 현대자동차가 서비스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제작사 편을 아무리 들어준다고 해도 수리 이후에 일반 브러쉬 세차에서도 물이 새고 전자장치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 유무를 떠나 완벽한 서비스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제작사가 어느 정도 압력 이상으로 고압 세차를 했을 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면 제작사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완벽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맞다"고 부연했다.
선루프 외에 다른 기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두고서는 "일부 전자장치에 물이 들어갔다면 운행 중 시동 꺼짐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선루프만 고칠 게 아니라 안에 전자부품까지 제조사가 어느 정도까지 책임지고 고쳐주는 게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노터치 세차보다 압력이 약한 브러쉬 세차에서도 물이 샜다면 명백히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비스센터 측의 말 대로라면 아예 세차하지 말거나 손 세차만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량이 다시 입고됐지만, 더는 믿지 못하겠다"며 "선루프도 안 열리고 각종 전자장치까지 다 망가져서 자칫 운행 중 시동 꺼짐이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지 두렵다"고 덧붙였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고객님이 같은 사안으로 다시 방문하지 않도록 작업을 진행하겠다"며 "정확하게 이상이 없을 때 고객님에게 인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