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지는 세계 정세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특수전 부대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우리 군 특수부대 가운데 유일하게 '사령부'로 운용되는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23일 '합동특수작전사령부' 창설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편 북한 핵무기 사용시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의 일환으로 수뇌부 제거 임무를 맡는 특수임무여단이 해당 부대의 모체가 된 미 육군 특수부대와 다음달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으로 전해져, 현 안보 상황에 주목을 받고 있다.
특전사는 23일 '미래 특전사 혁신(S-TIGER 4.0) 세미나'를 열어 '국방환경 변화에 따른 합동특수작전사령부 창설 필요성 및 창설방안'과 '미래 특전사 혁신 방안'에 대해 도약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그간 우리 군은 합동참모본부에서 작전을 통합지휘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육해공군 특수부대가 편제도 따로, 훈련도 따로였었다. 미군은 합동참모본부에 군령권이 없고 지역·기능에 따라 나눠진 통합전투사령부가 군령권을 행사하는데, 기능사령부 중 하나로 특수작전사령부(SOCOM)가 전군의 특수작전을 지휘한다. 반면 우리 군은 육군 특수전사령부, 해군 특수전전단 등으로 나뉘어 평시 지휘도 훈련도 따로 하고 있다.
또한 유사시 북한뿐만이 아니라 2021년 '미라클 작전', 올해 '프로미스 작전'처럼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인해 특수부대가 해외에 파견될 일이 많아지고 있다. 당장 프로미스 작전 당시에도 공군 공정통제사(CCT)와 함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이 함께 파견됐었다. 이럴 경우, 해외에 특수부대를 파견할 자산과 함께 이와 관계가 깊은 특수부대를 운용하는 해공군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중장)은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와 포괄적 안보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특수작전 전력 증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최정예 핵심전력이자 국가급 전략·신속대응부대로서 급변하고 있는 안보환경에 적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군·산·학·연 모두의 지혜와 고견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해 특수전 역할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현 특전사를 모체로 합동특수작전사령부를 창설해 합동참모본부 직속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허장안 미래특수작전연구센터장(대령)은 S-TIGER 4.0의 개념과 필요성, 추진 경과를 설명한 뒤 △합동특수작전 수행개념 발전과 특전부대 구조 혁신 △특수작전 전문가 육성을 위한 교육훈련체계 혁신 △특전사의 한국형 3축 체계 능력 획기적 강화 등 5개 분야 추진계획과 로드맵을 발표했다.
미 육군 75레인저연대의 훈련 모습.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이란 707특수임무단과 특수임무여단이 맡고 있는 KMPR, 즉 북한 수뇌부 제거 임무를 뜻한다. 국제정치학에서 이는 핵무기 사용에 치명적인 대가가 따를 것임을 북한에 주지시켜 그러지 못하게 하는 응징적 억제(deterrence by punishment)를 의미한다. 707특수임무단이 '핵심' 수뇌부 제거, 특수임무여단이 해당 임무 지원과 여타 수뇌부 제거 임무를 맡는다. 물론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목도에 비해 부족한 침투 자산 확보와 개인전투장비 개선 등의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임무여단의 모체인 미 육군 75레인저연대가 조만간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75레인저연대는 SOCOM에 소속돼 있으며 과거에는 다른 특수부대에 대한 지원 임무를 주로 시행했지만, 2010년대 들어 중동 등에서 이 부대 자체적으로도 고가치표적(HVT)에 대한 직접타격(DA) 임무를 자주 수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75레인저연대는 미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의 지시를 받아 민감한 작전을 수행하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의 직속 명령을 받기도 한다. 자체적으로 여러 기동 수단과 강력한 화력자산을 갖추고 있어 인질구출 필요성이 없는 타격 능력이 매우 뛰어난 부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우리 군 특수부대에서 전투기술의 교보재로 쓰이는 레인저 핸드북(Ranger Handbook)을 만든 부대이기도 하다.
이번 연합훈련의 규모는 크지 않으며 75레인저연대와의 훈련이 처음도 아니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때문에 계획되어 시행되는 성격도 아니며 미리 예정된 훈련이다. 물론 유사시 직접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이런 훈련이 필수적으로, 군은 이번에 작전 노하우와 함께 작전계획 수립절차 등 특수임무여단의 임무에 필수적인 여러 사항을 배우길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