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 박종민 기자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가 사측의 임명동의제 보충협약 교섭을 수용했다.
KBS본부는 28일 공식 입장을 내고 "사측의 보충협약 교섭에 응하겠다. 이는 어렵게 투쟁으로 이룩해낸 '임명동의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KBS본부는 보충협약 교섭에서 그동안 조합원에게만 부여했던 임명동의제 투표권을 해당 부서 전 구성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투표권자가 확대되면 단체교섭 창구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같이노조 조합원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된다. 같이노조도 그동안 임명동의제 참여를 요구했던만큼 이번 보충협약 교섭을 통해 임명동의제가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KBS본부는 임명동의 없는 인사강행 시 사측을 추가 고발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4일 박민 사장이 KBS 이사회를 통해 보도국장을 비롯한 5대 주요 보직자 인사 시, 임명동의제를 따르면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KBS본부에 단체협약 보충협약을 위한 교섭을 요청했다고 한데 답한 것이다.
지난 27일 KBS본부는 "사측이 '임명동의제 폐지'를 위한 단체협약 보충협약을 요구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임명동의제 폐지는 단체협약 보충협약 대상이 아니다"라며 "임명동의제는 방송법에 따른 편성규약에 명시된 공정방송을 위한 장치다. 사측은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에 따른 임명동의제 절차 이행을 통해 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KBS본부는 보충협약 내용과 관련해 사측의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으며 사측은 내용없는 보충협약 요청서만 일방적으로 송부했다"면서 "임명동의제를 무시한 인사를 강행할 경우, 방송법 위반 등 추가 고발을 검토하겠다. 가처분, 가처분 항고심, 본안까지 MBC 대법원 판례 법리를 근거로 철저히 다툰 후 인사라인의 모든 책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측의 임명동의제 폐지 근거 역시 하나 하나 반박했다. 연합뉴스 사례를 들어 '임명동의제가 인사권을 박탈하는 정도에 이른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가처분 1심 판결 이후 항고심과 본안을 다투지 않았다. 연합뉴스 사례는 대법원이 MBC 사건에서 판시한 공정방송과 단체교섭 법리를 반영하지 않은 과거의 하급심 판례에 불과하다"라고 짚었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MBC 파업과 관련해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그 준수는 교섭 여부가 근로관계의 자율성에 맡겨진 사항이 아니라 사용자가 노동조합법 제30조에 따라 단체교섭의 의무를 지는 사항"이라고 판시했다. KBS본부는 이에 따라 "임명동의제 또한 공정방송 의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단체협약의 대상에 포함됨이 명확하다"고 부연했다.
'2022년 경영평가보고서'에서 단협(단체협약)을 KBS 인사권이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한 점에 대해서는 "경영평가 보고서를 승인하는 당시 이사회에서도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당시 임명동의제 폐지를 주장한 경영평가위원은 김윤로 위원으로 공정언론국민연대의 추천으로 이사회 승인을 통해 KBS 경영평가위원이 됐다"고 짚었다.
덧붙여 공정언론국민연대가 편협한 언론관을 지닌 단체라는 지적과 함께 "'검사 사칭'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대표가 있는 단체이며 KBS 경영평가위원회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해당 보고서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공개 보고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윤로 위원은 "내 경영평가위원 추천은 공정언론국민연대와 무관하다"며 "당시 이사회에서는 임명동의제 관련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단체협약이 이사회 의결사항이 아니며 임명동의제가 사전에 이사회에 보고된 바 없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이사회 보고가 없어서 무효라는 주장은 거짓이다. 2019년 편성규약 개정 시 임명동의제와 관련해 2019년 9월 25일 이사회에 보고한 바 있다"라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0년 KBS가 발행한 '2019 KBS 방송편성규약 개정 보고서' 문구를 공개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사측이 제시한 '이사회 의결없이 임금피크제를 노사합의로 도입한 것은 무효'라는 한국노동교육원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방송법, KBS 정관, 그리고 이사회 운영규정을 적용받는 KBS에는 단체협약 체결과 관련해 사측 대표자의 권한을 이사회가 통제하거나 노사가 맺는 단체협약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그런 주장을 고집한다면 교섭대표노동조합(KBS본부)은 앞으로 '2024년 단체협약' 개정시 박민 사장이 아닌 서기석 이사장의 이사회와 향후 협상하도록 하겠다"고 꼬집었다.
김의철 전 사장의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이 사건은 해임 사유가 타당한지 여부, 본안 판결 전까지 해임의 효력을 중단시켜야 하는지 여부에 관해서 판단했을 뿐, 임명동의제 자체가 무효하다 법적인 판단을 한 적은 없다. 김의철 전 사장은 가처분 결과에 불복해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사측은 임명동의제 폐지를 주장하려면 항고심 결과 뿐 아니라 본안 소송까지 진행된 후 완결된 판결을 근거로 주장해야 한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