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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과 몰락의 연약한 경계…부커상 후보 화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

책/학술

    안락과 몰락의 연약한 경계…부커상 후보 화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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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아일랜드 대표 작가 클레어 키건이 전작 '맡겨진 소녀' 이후 11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번역 출간됐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키건은 간결한 단어로 간결한 문장을 쓰고, 이를 조합해 간결한 장면을 만들어나간다"라는 평으로 찬사한 키건의 이번 신작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부커상 심사위원회로부터 "아름답고 명료하며 실리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소설은 1985년 나라 전체가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뉴로스를 배경으로 한다.

    부유하진 않아도 먹고사는 데 부족함 없이 슬하에 다섯 딸을 두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꾸려가는 석탄 상인 빌 펄롱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아침,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나가 창고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안정적인 생활과 가족을 지키려면 침묵하라는 아내와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고심에 빠진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 움츠러든 펄롱의 마음은 심하게 요동친다.

    소설의 핵심 사건은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막달레나 세탁소는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했던 교정 시설로, 당시 '성 윤리에 어긋난 짓을 저지른' 여성들을 교화시키고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곳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죄 없는 소녀들과 여자들이 그곳에 감금된 채 폭행과 성폭력, 정서적 학대 속에서 노역에 시달렸고 그들의 아기들 또한 방치되거나 죽임을 당했다.

    무려 70여 년간 자행되어온 잔혹한 인권 유린에 대해 아일랜드 정부는 아무런 사죄의 뜻도 표명하지 않다가 2013년이 되어서야 뒤늦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단순히 사회고발, 역사고발을 주제로 하지 않는다. 저자는 종교나 수녀원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대신 주인공이 삶에서 느낀 비참함이나 감격의 순간들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건은 단지 사회의 문화나 환경이 한 소시민의 도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포착하기 위한 장치로서 작용할 뿐이고, 그 안에서 개인의 내면을 뒤따라감으로써 인간의 실존적 고민과 삶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지지만 안락과 몰락 앞에서 수없이 고뇌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도 어찌할 수 없이 휘말려 버린 거센 소용돌이와 모든 것이 무너져 가는 현실 속에서도 결국 살아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휴머니즘을 일깨운다.

    클레어 키건 지음 |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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