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LH 용역 수주과점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소운 기자국토교통부가 LH 혁신방안을 내놓았지만, LH 전관업체들의 수주 과점 실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시민사회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LH 용역 수주과점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는 지난 12일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경실련이 요구했던 부실, 반칙, 특혜를 없애기 위한 대책은 없고, 나아가 가장 권한이 많은 공공발주청 및 인허가기관에 대한 책임부여 대책은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 같아 참담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경실련은 'LH 전관리스트'를 입수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LH 전관 142명의 이름과 이들이 근무하고 있는 60개의 업체명이 담겨있다. 경실련이 2021년 입수한 명단에는 71개 업체, 95명의 LH 전관 이름이 담겨있던 것에 비해, 2년 새 46명의 이름이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LH '건설사업관리' 용역의 77%를 전관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LH 건설사업관리용역 계약 건수는 총 112건(5101억 원)인데, 이중 77%에 달하는 69건(3925억 원)의 용역을 전관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특히 '건설사업관리' 용역 한 건당 계약금액은 평균 46억 원이었는데, 전관업체가 계약한 용역 한 건당 계약금액은 평균 57억 원이었다. 경실련은 "단가가 높은 사업에 전관업체 수주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건설사업관리' 용역 112건 중 계약금액이 가장 많은 사업 10개 사업을 수주·계약한 대표업체는 모두 전관업체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계약금액이 70억 원 이상인 25개 사업 중 전관업체 참여 없이 계약한 건은 1개에 불과했다.
14일 오전 서울 경실련에서 'LH 용역 전관업체 수주과점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건설사업관리' 용역 뿐만 아니라, '설계' 용역과 관련해서도 전관업체의 수주 과점 현상이 드러났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LH '설계' 용역 계약 건수는 총 219건(3833억 원)이고 이중 '설계공모계약'이 43%인 95건(2475억 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설계공모계약의 78%에 해당하는 1925억 원의 용역을 전관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또한 설계공모계약 95건 중 계약금액이 가장 컸던 10개의 계약 건수 중 1건을 제외한 9건을 전관업체가 대표업체로 수주했다.
경실련은 설계공모계약의 경우, 수의계약으로 따낼 수 있기 때문에 전관업체들의 주요한 수주 타겟이 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설계공모계약의 입찰 참여 업체 수는 건설사업관리 용역과 달리 관련 현황을 알지 못했다"면서 "설계공모계약이 깜깜이로 진행된다는 의심을 품을만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두고 "전관영입 업체들간의 수주 과점을 근절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며 "특정업체들의 수주 과점은 입찰담합을 가능토록 한 평가방식, 즉 가중치방식과 강제차등점수제에 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위와 같이 전관영입업체의 수주과점이 나타난 이유는 용역사업에 대한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라는 평가방식의 문제"라며 "용역 종심제 평가방식은 높은 기술점수를 얻기 위해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를 유도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종합심사 낙찰제도'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에서 가격뿐만 아니라 공사 수행능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정도 등을 평가해 입찰하는 제도로, '가중치방식'과 '강제차등점수제'가 평가방식이다.
가중치방식은 입찰가격만을 고려하여 낙찰자를 결정하는 최저가 방식과 달리, 가격과 비가격 요소(설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수를 산정한 뒤 낙찰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강제차등점수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실행하고 있는 방식으로, 순위별로 평가점수를 강제로 차등(약 10% 내외) 적용하는 제도다.
가중치방식과 강제차등점수제는 평가위원 로비, 가격담합, 들러리입찰 등의 문제점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고, 실제로도 다수의 적발사례가 있었다.
이에 경실련은 △가중치방식 즉각 폐지 △전관특혜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 상설운영 △LH 혁신 위한 경실련 시민제안 10선(직접시공제 대상 공사 확대 등) 제도화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