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박종민 기자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역대급 난이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학진학성적이 우수한 학교와 학원들이 밀집한 이른바 '학군지'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올해들어 집값을 가파르게 반등한 뒤 최근 다시 집값이 꺾인 서울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달리 학군지에서는 신고가 소식도 들리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학원가와 인접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 1·2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일 33억 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한 달 전에도 같은 평형이 33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는데 비슷한 가격의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호가 역시 32억 5천만~34억 원으로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세가도 뛰었다. 이 단지 같은 평형(25층)은 지난 12일 보증금 18억 원에 전세거래됐는데 올해 3월 같은 평형이 21층이 15억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9개월 만에 3억 원이 뛴 것이다.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하기에 용이한 대치아이파트 전용 59㎡도 지난달 9일 22억 8000만 원, 전용 84㎡는 10월30일 29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전용 59㎡의 호가는 21억~23억 원, 전용 84㎡ 의 호가는 28억~30억 원이다. 전세가 역시 수능 이후 오름세다.
대치동 학원가를 도보로 이용하기는 어렵지만 차량 등을 활용한 이용이 가능하고 신축 대단지가 많은 개포동도 오름세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126㎡은 지난달 44억 8000만 원에 손바뀜했는데 이는 직전 최고가(43억 6000만 원)보다 1억 2000만 원 높은 금액이다.
거래량도 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개포동 아파트 거래건수는 287건으로 강남구 내에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대치동과 도곡동 등이 이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서부의 대표적인 학원가가 위치한 목동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2단지 전용 83.5㎡은 지난달 18억 7000만 원에 매매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최고가(17억 4000만 원)보다 1억 3000만 원 오른 것이다. 목동 신시가지 1단지 전용 96㎡도 직전 신고가보다 3억 9800만 원 높은 19억 4800만 원에 실거래됐다.
학군지 일대 전월세 매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수능(11월 16일)이후 서울 서초구와 노원구의 전월세 매물은 3~5% 줄었다. 강남구와 양천구는 전체 전월세 매물은 소폭 늘었지만 강남구의 경우 △도곡동(808건→755건) △역삼동(1065건→1005건) △대치동(2479건→2372건) 등 학원가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전월세 매물은 감소했고, 양천구 역시 목동의 매물수가 10%(483건→435건) 넘게 줄었다.
이런 분위기는 전세사기 우려로 수요가 급감한 빌라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강남구의 올해 10월 빌라 전세 거래량은 264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월(240건)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5686건)이 전년 동월(6737건) 대비 대폭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저출산 공고화와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학군지나 직주근접 등 수요층이 탄탄한 지역에는 매매수요는 물론 전월세 수요가 집값 하락의 지지선 역할을 하면서 향후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킬러문항이 배제됐지만 수능 난이도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수능 만점자 등이 모두 학군지 유명 학원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런 학원들의 접근성이 높은 학군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거 시장 침체기에도 대치동 등 학군지 아파트에 대한 매매 및 전월세 수요는 상대적으로 탄탄했는데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