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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iN]웹툰 '말박왕' 용사 작가 "수수료 부담 때문에 CEO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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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iN]웹툰 '말박왕' 용사 작가 "수수료 부담 때문에 CEO 됐죠"

    안경사 출신 이색 이력…미술학원서 쫓겨난 경험도
    안경 디자인 위해 3D 배우다가 리소스 작가 되기도
    2016년 '백코트' 데뷔, 화려한 작화로 웹툰업계 주목

    웹툰 '말박왕' 작가이자 웹툰 스튜디오 '그린기린'의 공동대표인 용사 작가가 부천 웹툰융합센터 사무실에서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웹툰 '말박왕' 작가이자 웹툰 스튜디오 '그린기린'의 공동대표인 용사 작가가 부천 웹툰융합센터 사무실에서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전직 안경사이자 검안사, 안경회사 사원으로 일했던 독특한 이력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품 중 하나가 '안경'이다. 그의 대표작 '말박왕'에는 안경 쓴 주인공이 등장하고 수많은 안경을 놓고 고르는 장면도 등장한다. 2016년 데뷔작 '백코트'는 학교 여자농구팀 이야기지만 선수들이 현실에선 착용할 수 없는 안경을 쓴 캐릭터가 농구 코트를 종횡무진하기도 한다.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시즌1 완결)인 학원액션물 '말박왕' 작가 용사(본명 이용수)는 스포츠 경기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안경이라는 소품을 캐릭터가 본격 변신하는 용도로 등장시킨다.

    "대학 졸업 후 안경사로 일하고 안경 회사에서도 3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안경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서 당시에는 생소했던 3D 모델링을 배우러 학원에 다녔어요. 마침 웹툰 수업도 있어서 3D로 캐릭터, 소품, 배경 등을 만들면서 처음 웹툰을 접하게 됐죠."

    어린 시절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던 용사 작가는 만화 그리기를 좋아해 초등학교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얼마 다니지 못하고 쫓겨났다. 크레파스로 빽빽하게 채워야 하는 수업이었는데, 크래파스 놀이 대신 빨리 수채화와 펜슬 드로잉을 하고 싶은 욕심에 엉망으로 그렸던 탓이다. 당시 학원장이 부모님께 '얘는 미술하면 안 되는 아이'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부모님은 아들의 미술 진로를 포기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업 성적이 괜찮았던 터라 남들처럼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정작 용사 작가는 친구들과 놀고 농구와 만화 삼매경에 빠져 공부에 담을 쌓으면서 그 같은 기대도 조금씩 줄어갔다.  

    사춘기가 그렇듯 진로나 삶의 목표가 불확실했던 용사 작가에게 그림이 없는 시절은 불투명한 성장기였다.

    "제가 공부에도 흥미를 잃으면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해 봤는데 회사에 들어가 매일 야근하고 조직생활에 찌들어 살 자신이 없더라고요. 안경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한 것도 안경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서였는데, 막상 안경 디자인을 가르치는 과목이 없더라고요. 다가오는 졸업은 해야겠고 다른 친구들 하는 자격증은 따야겠고…. 그렇게 하다 보니 안경사로 나서 일하다가 다시 3D 디자인과 모델링을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간 거죠."

    처음부터 웹툰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틈틈이 3D로 안경이나 소품들을 디자인하면서 온라인에 소스 디자인을 공유했다. 이를 판매하는 부업도 하면서 인기를 끌자 그림의 재능을 재발견했다. 지금은 대중화돼 있지만 2010년대 중반 웹툰 제작에서 3D 모델링은 이제 막 적용하기 시작한 초기였다.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님이 웹툰을 3D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저에게 흥미로운 목표가 생긴 거예요. 마감에 쫓기는 웹툰 작가들이 가장 손이 많이 가 힘들어하는 배경 작업이나 캐릭터, 소품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서 조금 유명해졌죠. (웃음) 저도 제 그림을 그리면서 어느 순간 3D 모델러이자 웹툰을 그리는 나름 몇 안 되는 존재가 돼 있었어요."


    웹툰 '말박왕' 용사 작가. 김민수 기자 웹툰 '말박왕' 용사 작가. 김민수 기자 
    그의 데뷔 작품은 여자농구를 소재로 2016년 첫 연재한 학원스포츠물 '백코트'(필명 스타로드)다. 화려한 3D 제작 배경으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내 적잖은 비난이 쏟아졌다. 좋아하는 만화를 따라 그림을 그리던 습관이 캐릭터 표절 시비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만화가 좋아 그림을 그렸지만 사실 만화가 무엇을 하는 일인지, 창작이 무엇인지 전혀 개념이 없었던 거죠. 제가 당시에 일본 쿄애니(교토 애니메이션) 그림체나 배경, 캐릭터를 너무 좋아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차용해서 그리다 보니 흡사했던 거예요. 10화 정도까지 연재했는데 난리가 났어요. 표절 아니냐고. 그때 뒤늦게 깨닫고 제가 만화를 그릴 자격이 없구나, 만화를 그려서는 안 되는구나 생각했죠."

    난생 처음 그린 연재 만화로 인해 논란이 일자 그는 연재를 중단하고, 작가 활동도 그만두려 했을 만큼 충격이 컸다. 용사 작가는 당시 만화를 그리는 게 좋았지만 만화가 무엇인지, 창작활동이 무엇인지 개념이 부족했던 시절이라고 고백했다.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사과문을 올리고 소속 담당 PD님과 이야기하면서 죄송하다고, 연재를 그만두겠다고 했죠. 그런데 그분께서 '만화판에서 이런 논란은 비일비재하다. 우리에게 미안해 할 것이 아니라 독자분들께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재미있게 본 독자들도 있다. 잘못은 인정하되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그분들을 위해 더 낫지 않겠냐'고 하셔서 캐릭터를 처음부터 다 뜯어고치고 결국 완결까지 했죠. 많이 혼났지만 저에게는 만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새롭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어요. 만화를 포기하지 않도록 저에게 커다란 자양분이 됐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화는 늘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웹툰 '백코트'는 논란을 딛고 퀄리티 높은 작화와 스토리에 힘입어 132화까지 연재되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레진코믹스를 통해 연재된 이 작품은 현재 네이버 시리즈에서 볼 수 있다.

    완결 이후 한동안 웹툰 소품, 배경, 캐릭터를 만드는 3D 모델러로 활동하며 만화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만화를 제대로 평가받고 싶어 2020년 처음 열린 지상최대공모전에 출품해 '말박왕'으로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용사 작가는 내년 상반기 중 '말박왕' 시즌2로 장기 휴재를 끝내고 복귀할 예정이다. 이미 스토리 초반부를 완성한 상태다. 최근에는 웹툰 스튜디오 '그린기린'을 설립하고 부천 웹툰융합센터 내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린기린'의 첫 작품인 노블코믹스 '아카데미 플레이어를 죽였다'가 지난달 네이버웹툰 연재를 시작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번째 작품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그림을 좋아했지만 한때 그림과 멀어져야 했고, 만화를 좋아했지만 만화 작가로 다시 설 수 없었을지도 몰랐을 용사 작가 곁에는 그의 재능을 아까워했던 동료 작가들과 웹툰업계 관계자들의 격려와 응원이 있었다. 인기 웹툰 '말박왕'의 작가이자 건강한 웹툰 생태계를 바라며 설립한 웹툰 스튜디오 공동대표로 스스로를 끝없이 확장하고 있는 용사 작가를 노컷뉴스 [만화iN]이 만났다.  


    용사 작가의 대표작 학원액션 '말박왕'과 데뷔작 여자농구 이야기 '백코트'. 네이버웹툰 갈무리용사 작가의 대표작 학원액션 '말박왕'과 데뷔작 여자농구 이야기 '백코트'. 네이버웹툰 갈무리

    동료 작가들과 서브 장르 전문 웹툰 스튜디오 '그린기린' 설립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말박왕' 휴재가 길어지고 있다. 독자들이 궁금해 한다. 건강상 이유인가?

    = 2020년 1기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우수상에 선정된 직후 이듬해 9월부터 연재를 시작했죠. 작년 8월에 시즌1을 완결(51화)했으니까 휴재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네요. 연재기간 중에 청강문화산업대에 출강을 겸하고 있던 터라 마감에 쫓기면서 작품 퀄리티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어요.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수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어요. 건강상 문제까지 겹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죠. 좋은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미안해서 정규직 자리도 미루고 출강도 그만뒀습니다. 그러던 중에 주변 작가들과 의기투합해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됐는데, 회사 세팅 과정이 만만치 않다 보니 휴재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졌어요. 현재 시즌2 준비를 틈틈이 하고 있어서 내년 상반기 중에는 '말박왕' 시즌2로 다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대해주세요!


    ▶첫 데뷔가 2016년 '백코트'다.

    = 안경사 일을 그만두고 안경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학원에서 3D 모델링 수업을 들었어요. 마침 그 학원에 웹툰 수업도 있었는데, 그림을 좋아했던 터라 함께 수업을 들었죠. 아무래도 웹툰이나 만화쪽에서 데뷔나 작품활동을 하는 루트를 잘 알고 있어서 도움이 된 것도 있고, 출품 제의가 있어 재담미디어를 통해 여자농구 이야기를 다룬 '백코트'를 레진코믹스에 2016년부터 연재하며 데뷔했습니다.


    ▶만화 작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 어릴 때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빠져서 그림 그리는 것도 즐겨했어요.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그런 모습을 보고 보내주셔서 미술학원도 다녔지만, 대학에 갈 때까지 만화가나 웹툰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어요. 미술학원 수업 중에 크레파스로 빽빽하게 색을 채우는 시간이 있었어요. 빨리 수채화랑 펜슬 드로잉이 하고 싶어서 엉망으로 막 그렸더니 선생님이 부모님께 '이 아이는 미술하면 안 되는 아이'라고 말해 부모님이 충격을 받으셨어요. 그 이후로는 그림 배울 일도 없어졌고, 중고등학교때 제법 학업 성적이 괜찮아서 부모님이 다른 분야 생각은 안 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재미나 흥미에 따라 결정하는 스타일이라 농구하는 것 좋아하고 친구들과 놀러다니고 만화 삼매경에 빠지다 보니 성적이 뚝뚝 떨어졌죠. 좋은 대학에는 못 가게 됐으니 안경을 디자인하고 싶어서 안경광학과로 진로를 잡았는데, 안경 디자인 과목이 없더라고요. 잘 몰랐던 거죠.

    흥미가 사라지니 내내 놀러다니다가 친구들처럼 자격증도 따고 취업 준비도 했어요. 그때 안경사와 검안사 자격증 따고 안경사로 일했죠. 안경 디자인이 하고 싶었으니 안경 회사에도 들어가 일했는데 하고 싶은 걸 할 수가 없더라고요. 직장 다니면서 웹툰도 즐겨보고 블로그에서 리뷰 글도 쓰고, 틈틈이 만화도 그리다 보니 어시(보조작가) 제안이 와서 해보니까 '아, 내가 만화를 그리고 싶었구나' 하고 깨달았죠. 원래 안경 디자인을 하려고 간 학원에서 마침 웹툰 수업도 같이하더라고요. 웹툰을 보기만 했지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몰랐는데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푹 빠져들었어요.


    용사 작가가 사무실에서 웹툰' 말박왕' 시즌2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용사 작가가 사무실에서 웹툰' 말박왕' 시즌2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결국엔 동경했던 만화판에 서게 됐다, 운명처럼.

    = 네. 초등학교 때 미술학원에서 쫓겨나다시피 그만두고 긴 시간 돌고 돌아 다시 만화로 온 거죠. 사실 제가 청소년기만 해도 출판만화 시기였는데, 그 시장이 거의 다 죽어 있던 때라 만화방도 사라지고 있었고 어른들의 시선도 그랬고 일상적으로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흥미본위적이라 관심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결국 안경도 그리고 만화도 그리게 됐네요. 안경 디자인이 하고 싶어서 3D 모델링을 배웠는데, 웹툰까지 하다 보니 둘이 연결성이 있더라고요. 제 만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작품에 3D 모델링을 활용할 수 있었고 작화 측면에서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죠. 돌이켜 보면 멀리 돌아온 것 같아요.


    ▶'백코트' 연재 초반에 캐릭터 표절 시비가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 제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접하면서 즐겨보던 쿄애니(京アニ·교토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작화나 캐릭터를 무척 좋아했어요. 만화가 좋아서 스토리 짜고 그림만 그릴 줄 알았지, 만화가 무엇인지 창작이 무엇인지 개념이 없었던 것 같아요. 10화 정도 진행했던 것 같은데, 제가 좋아한 쿄애니 캐릭터를 연재 웹툰에 흡사하게 차용하면서 독자들 사이에서 표절 시비가 불거진 거죠. 나중에 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과문 올리고 연재를 중단하려고 했어요. 내가 다시는 만화를 그릴 수 없겠구나, 내가 만화를 그릴 자격이 없구나를 깨닫고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어떻게 보면 너무 이상적이었어요. 나의 만화에 저런 캐릭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재창조의 과정 없이 쓴 거죠. 만화는 그리고 있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작가는 아니었던 거예요. 무엇이 참고이고 표절인지도 구분 못하고….

    소속사 PD님에게 연락해서 이런 일이 생겨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연재를 그만두겠다고 했죠. 그런데, 그 PD님이 '만화판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우리에게 죄송하다고 할 게 아니라 독자분들에게 죄송한 일 아니냐. 다만 처음부터 이 작품과 함께해 온 독자분들께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좋지 않겠냐'며 계속 설득하셨어요. 결국 전체 캐릭터를 다 뜯어 고친 다음에 연재를 했습니다. 이후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성과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벌 받는다는 마음으로 완결했죠.


    ▶작품보다 3D 모델러로 더 유명해졌다고 하던데?

    = 벌 받는 심정으로 '백코트' 연재를 했죠. 독자분들의 반응은 조금 싸늘했지만 동료 작가분들의 문의가 늘었어요. 작품에 등장하는 농구공이나 안경, 코트 배경이 주변 작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어요. 저만의 작업 방식이 있는데, 직접 농구장에 가서 사진을 찍어서 가져와 3D 모델링을 해서 사실감 있게 만들었어요. 그때는 필요해서 만든 건데 다들 어떻게 작업한 거냐고 물어서 그때 웹툰 작업에 필요한 리소스 시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2010년대 후반 웹툰에 이제 막 3D가 도입되는 초반기였죠.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님이 배경이나 소품을 3D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웹툰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손이 많이 가고 귀찮아하는 게 배경이나 소품을 그리는 거거든요. 그래서 마감에 쫓기는 작가분들이 온라인에서 이런 웹툰 리소스들을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요.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많이 쟁여 두는 거죠.

    저에게 그런 문의를 하시는 작가분들이 많아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나 온라인 거래처 통해서 올려놨더니 퀄리티가 높다면서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반응이 괜찮았어요. 작품 활동도 안 하고 있던 터라 생활비에 도움이 됐죠. 웹툰업계에서 '기술자'로 어찌어찌 소문이 나면서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분들 제안으로 강의도 나갈 수 있게 됐어요.

    용사 작가가 부천 웹툰융합센터 내 웹툰 작가들의 협업 스튜디오 '그린기린' 사무실을 소개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용사 작가가 부천 웹툰융합센터 내 웹툰 작가들의 협업 스튜디오 '그린기린' 사무실을 소개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2020년 열린 첫 지상최대공모전에서 '말박왕'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 만화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틈틈이 수익을 내는 3D 드로잉 작가도 좋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만의 제대로 된 작품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평가를 받는다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더 늦으면 제가 만화가를 할 수 있을까 싶었죠. 당시 처음으로 지상최대공모전 공고가 떴는데 가르치던 학생들이 도전해야 하나 많이들 고민하더라구요. 1기 공모전인데 앞으로 2기, 3기로 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다시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학원물을 주로 그렸는데, 농구와 같은 스포가 없을까 생각하다 보니 말뚝박기가 생각났죠. 정글 같은 학교에서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로 경쟁하고 등급이 만들어진다는 설정이 재밌을 것 같아 말뚝박기를 소재로 한 '말박왕'을 기획하게 됐어요. 다행히 소재가 통했는지 좋은 성적을 거뒀죠.


    ▶작화 외에 스토리까지 따로 챙기는 것 같은데, 노하우가 있나?

    = 스토리는 공부가 필요한 분야예요. 작화는 표현이기 때문에 평가하기 힘들죠. 예쁘고 화려하고 미형에 평점을 많이 줄 수 있겠지만 스토리는 달라요. 자기 머릿속으로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건 다 똑같아요.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만들 수 있죠. 문제는 텔링이에요. 이건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제 작품활동이나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 스토리 작법서도 찾아보게 되고 스토리와 텔링도 많이 연구했어요. 소설도 여러 번 각색해 보고 직접 훈련을 해보는 거죠. 이걸 하다 보면 스토리에 대한 공부가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왕도는 없어요. 공부해야죠.

    작화는 이쪽으로 그림을 그려야 직업 작가로서 인정을 해준다니 꾸준히 그리는 거지만, 요즘은 스토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림을 못 그리게 되더라도 스토리는 계속 만들고 싶어요. 글을 쓰던 각색을 하던 다른 일을 하던 만화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거든요. 이러한 스토리를 텔링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스토리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한 것인가?

    = 사실 좋은 만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어요. 개인 작가로도 스토리와 작화를 계속 해나갈 수 있지만, 독자들로부터 검증받은 (웹)소설을 토대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개인 작가 혼자서 웹툰 제작 회사들과 벌이는 경쟁은 결코 쉽지 않거든요. 완성도를 높이려면 아무래도 검증된 스토리를 확보하고 이를 각색하고 그림을 그리고 선과 채색 서브 작가들의 지원, 전체적인 작품 퀄리티를 높이는 감독 과정들이 필요하죠.

    사실 더 큰 이유가 있었죠. 소설을 웹툰화하는 노블코믹스는 원작 지식재산권(IP)이 필요한데, 해당 작가에게 문의를 해보니 자신의 에이전시나 연재 플랫폼과 협의하라더군요. 출판사나 에이전시 등은 개인 작가와는 판권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사업자 대 사업자로 계약을 해야 가능하다고 해서, 다른 웹툰 작가들과 의기투합해서 작년부터 준비해 올해 웹툰 스튜디오 '그린기린'을 설립했습니다.

    저도 에이전시 등 제작사와 일해 봤고, 많은 작가들이 공감하는 문제일 텐데 수수료 문제도 컸어요. 연재 초반 작품 준비 과정에 리소스가 투입되니 어느 정도 이해돼요. 하지만 3~5년 장기 연재를 해도 여전히 30~50%씩 떼어 간다는 것이 이해가 안 돼요. 저희 스튜디오는 그런 점에서 작품에 참여한 작가와 스태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수익을 나누는 시스템이에요. 우리가 웹툰 스튜디오니까 누구한테 수수료를 떼어줄 필요가 없죠. 수익의 일부는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 데 다시 투입합니다.


    ▶벌써 작품이 나왔다고 들었다. 소개해달라.

    = 사실 '말박왕' 연재 안 하고 엉뚱한 일 하고 있다고 독자분들께 혼날까봐 조심스럽고 죄송한 마음인데, 노블코믹스 장르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오랜 계획이 있었어요. 설립 초반이다 보니까 제 작품 '말박왕' 시즌2 연재가 좀 미뤄졌고요. 독자분들께 재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웹툰 스튜디오 사명이 '그린기린'이에요. 저희가 추구하는 노블코믹스 첫 작품 '아카데미 플레이어를 죽였다'가 지난달부터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게임빙의 아카데미 장르인데, 사람살려. 작가의 웹소설 원작을 각색한 노블코믹스입니다. 워낙 원작에 대한 인기가 많았고 공을 들여 기획한 작품이어서 기대가 큽니다. 차기작도 연재 예정이에요. 코리타 작가의 원작 웹소설을 각색한 작품인데 모두 게임판타지 아카데미 장르입니다.

    웹툰 스튜디오 '그린기린'이 추구하는 것은 우선 검증된 우수 작품을 확보해서 노블코믹스를 만들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우수하고 많이 화제가 된 작품이나 무협물은 대형 제작사나 플랫폼이 판권을 쓸어가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고민이 됐죠. 그래서 우린 서브 장르, 하위 장르를 파보자. 서브나 마이너한 장르지만 화제성이 있고 웹툰화가 덜 된 노블 중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을 발굴하자고 정했습니다. 첫 작품과 두 번째 작품 모두 판타지 아카데미 장르입니다.


    ▶웹툰 스튜디오도 많고 대형 제작사들도 많다.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나?

    = 스튜디오 '그린기린'은 대중 장르보다 서브나 하위 장르를 지향해요. 영화판도 상업영화가 있는가 하면 독립영화 시장도 있잖아요. 서로 경쟁하거나 소비하는 층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작가들이 만드는 창작품과 검증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노블코믹스가 시장에서 나름 잘 정리될 거라 생각해요. 요즘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금도 성장하는 스튜디오가 있고, 도태돼 사라지는 스튜디오도 많아요.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는 공간도 다양해지고 있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는 인스타툰도 크게 성장하고 있어요. 단순히 상업적인 스튜디오와 달리 저희처럼 일종의 작가 협업 방식으로 장르 웹툰을 지향하는 레이블 같은 스튜디오도 점차 늘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또 그런 문화와 시장이 만들어질 거고요. 시장은 계속 움직여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도태되겠죠. 양질의 작품이라면 서브컬처나 하위 장르 웹툰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웹툰 스튜디오가 늘면서 과열 체제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는 있어요. 저희 스튜디오 작품 '아카데미 플레이어를 죽였다'를 보고 경쟁력을 가진 작품인지 평가해주세요.


    용사 작가. 김민수 기자용사 작가. 김민수 기자
    ▶웹툰 제작사들 사이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작가에게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선다면 위협이 되는 것 아닌가?

    = 현장에서 이미 생성형 AI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스토리 작가들은 캐릭터 시안을 뽑아서 그림 작가에게 전달하고 서로 협의하고 원작자에게도 보여주고 허락받아 결정되는 데 한 달 이상 걸리는게 보통이에요. 그런데 당일 원작의 묘사한 내용을 프롬프트에 입력해 순식간에 몇백 개씩 뽑은 뒤 추려서 캐릭터를 만들거나 스토리를 만드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어요. 효율성 측면에서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이죠. 물론 아직 거부감이 큰 웹툰의 작화에 AI가 투입되기는 힘들 거라 봐요. 하지만 AI가 웹툰 제작 여러 공정 가운데 부분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거부감도 줄어들 겁니다. AI에 대한 수용력이 커지면 AI를 통한 작업 공정도 많이 바뀔 거라 생각해요.

    작가로서 가장 힘든 것이 있죠. 마감이라는 시간에 쫓겨 완성도가 떨어지는 미완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내놓는 거예요. 인력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몇 가지 공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AI로 완벽하게 사람들을 대체하는 위협적인 만화가 만들어졌느냐 하면 아직 완전히 대체될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작정하면 가능하겠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반감이 크죠. 노동력과 시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막연하게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극단적인 평가보다 늘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잘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위협이 도움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작품 준비에 제작까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데, 내년 목표가 있다면?

    = 우선 말씀드린 대로 미뤄졌던 '말박왕' 시즌2를 내년 상반기, 가능하면 내년 초에 선보이려고 해요.  기다려주셨던 독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이에요. 10화 정도 사전 제작을 해놓은 상태라 제가 좀 더 노력하면 '말박왕'의 새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빨리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도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마이너 장르 노블코믹스에서는 웹툰 스튜디오 '그린기린'만한 데가 없다는 수식어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힘쓰겠습니다. 소속된 많은 작가들이 공정하게 결실을 나눠 갖고 협동하는 유명 레이블 스튜디오로, 저 자신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웹툰 '말박왕' 캐릭터와 용사 작가의 싸인. 용사 작가 제공 웹툰 '말박왕' 캐릭터와 용사 작가의 싸인. 용사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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