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원혁. KBL 제공SK 전희철 감독은 지난 3일 정관장전부터 변칙 라인업을 가동하고 있다. 최원혁과 오재현의 선발 출전이다. 여기에 최부경도 선발로 투입했다. 허일영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6경기째 변칙 라인업으로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변칙이다.
최원혁과 오재원은 수비가 강점인 선수들이다. 반면 공격은 약점이다. 상대의 새깅 대상, 쉽게 말하면 수비에서 버리는 선수들이었다. 동아시아슈퍼리그(EASL)를 포함해 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살인 일정 속에 짜낸 묘책이었다.
변칙 라인업은 효과가 있었다. 6경기에서 5승1패를 기록했다. DB전에서 82대91로 패하긴 했지만, 전희철 감독은 "수비는 잘 됐는데 상대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SK는 변칙 라인업을 쓴 6경기 중 DB전을 제외한 5경기에서 1쿼터 리드를 잡고 경기를 풀어갔다. 수비의 힘이다. 전희철 감독은 "최원혁과 오재현, 최부경이 선발로 뛰고 있다. 수비력은 좋아졌다. 스타트에서 힘 싸움에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자밀 워니에서 파생되는 찬스를 차곡차곡 3점으로 연결하고 있다. 워니 수비에 힘을 쏟는 상대가 그저 새깅하기에는 최원혁과 오재현의 슛 성공률이 높다. 전희철 감독이 "이제 마네킹이라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
최원혁의 3점슛 성공률은 41.7%. 오재현 역시 35.8%를 기록 중이다.
전희철 감독은 "슛이 없다고 하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팀에서 성공률이 가장 좋다. 1쿼터는 부담이 없으니 더 잘 넣는 것 같다. 상대 수비가 워니를 잡으려고 몰리면 오픈 찬스가 난다. 덕분에 최근 스타트에서 밀리는 경기가 없다"면서 "공격이 안 풀리면 김선형이 나가고, 스페이싱을 잡아야 할 때는 오세근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SK 오재현. KBL 제공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는 변칙 라인업을 고수할 계획이다. 베테랑 김선형, 오세근의 체력 안배를 통해 5~6라운드, 그리고 플레이오프에 승부를 걸기 위해서다.
전희철 감독은 "1월 중순까지 스케줄이 기가 막힌다. 아마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는 이렇게 갈 것 같다. 굳이 잘 되고 있는 것을 바꾸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1쿼터 공격력이 떨어지면 변화를 주겠지만, 지금 1쿼터 공격력도 좋다. 현재 김선형, 오세근의 출전 시간을 20~25분 정도로 잡고 있는데 이렇게 로테이션이 돌아가야 시간 배분을 할 수 있다. 최원혁, 오재현, 최부경이 잘해줘야 타이트한 일정을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은 코어들이 해줘야 한다. 김선형, 오세근이 25분 이상 뛰면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꼭 지금이 아니라도 괜찮다. 5~6라운드에 완벽해지면 좋다. 현재로서는 지금 방향대로 쭉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효과는 최원혁, 오재현의 성장이다. SK는 우승 후보 중 하나다. 최고 외국인 선수 워니에 김선형, 오세근, 허일영, 안영준 등 주축 선수들이 강력하다.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식스맨 활약이 필요하다.
전희철 감독은 "최원혁과 오재현이 많이 뛰면서 경기를 푸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면서 "사실 변칙 라인업이다. 시즌 중간에 한 번씩만 쓰는 라인업이 맞다. 잃은 것도 있지만, 얻는 것도 많다. 식스맨들이 성장하면 5~6라운드, 플레이오프에서 좋으니까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원혁과 오재현이 특히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재현도 "그동안 혼도 많이 나고,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하다가 점점 어떤 타이밍을 이야기하는지 알아듣고 있다"면서 "SK를 노인즈라고 하지만, 1, 3쿼터 멤버는 결코 나이가 많지 않다. 에너지 레벨을 만들고 있다. 자신감도 얻고 있고, 점점 맞아가고 있다. 체력 문제는 없다. 더 재미있게 뛰어다니고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