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현직 야당 대표가 괴한에 피습당한 초유의 사태는 새해를 맞아 경제 재도약과 민생을 강조한 자리에서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10시쯤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정청래·서영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서은숙 부산시당위원장, 전재수·최인호 국회의원 등 부산지역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함께했다.
이날 가덕신공항 현장 시찰은 시종일관 웃음꽃이 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 대표는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장으로부터 간략한 설명을 들은 뒤, 차질 없는 사업 진행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가덕신공항은 무너져 가는 동남권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핵심장치다. 부산시민들이 엑스포 실패 때문에 많은 상실감을 가지고 있는데 혹여라도 이것이 가덕신공항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상황이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는 국민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길을 가도록 개척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분발해서 국민들이 미래를 희망적으로 설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20여분 간의 방문이 끝난 직후 이 대표는 주변을 에워싼 취재진 질문에 답하며 차량을 향해 이동했다.
이때 이 대표 오른쪽 정면에서 60~70대로 추정되는 안경 쓴 남성이 서서히 접근했다.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왕관을 쓴 이 남성은 손에 종이와 펜을 든 채 "사인해주세요"라고 말하며 취재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 대표 바로 앞까지 접근한 이 남성은 돌연 오른손에 든 흉기로 이 대표의 왼쪽 목 부위를 한 차례 찔렀다. 이 대표는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고, 범인은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 의해 곧바로 제압당했다.
2일 오전 피습당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송된 부산대 권역외상센터 모습. 김혜민 기자쓰러진 이 대표는 10여분 간 현장에서 지혈 조치를 받다가 119구급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이후 헬기로 오전 11시 10분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현재 의식이 명료하고,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병원에는 소식을 들은 민주당 관계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 대표를 피습한 남성은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으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