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 KBS 제공"이효리의 레드카펫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가수 이효리가 10년 만에 MC로 복귀, 생애 첫 단독 진행을 맡아 가수들을 위한 레드카펫을 펼쳤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이하 '이효리의 레드카펫') 첫 녹화에서는 이효리가 3시간 넘게 관객들과 호흡하며 심야 뮤직 토크쇼를 이끌었다. 약 1천여 명의 방청객들이 계단까지 꽉 채워 무대를 즐겼다.
'당신의 모든 고민과 걱정들을 없애줄 음악과 이야기를 담은 토크쇼'라는 슬로건대로 관객들은 희로애락을 담은 게스트들의 음악과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이효리는 특유의 재치있는 진행 실력은 물론, 관객들을 위해 라이브 무대를 선보여 분위기를 달궜다.
먼저 2013년 발매한 앨범 '모노크롬'(MONOCHROME) 수록곡 '풀 문'(Full Moon)으로 오프닝을 열었다. 레드카펫을 상징하는 무대의 막이 열리자 이효리는 글리터 드레스를 입고 화려하게 등장해 연인과 함께 하는 설레는 밤을 노래했다.
이효리는 "음악 프로그램으로만 따지면 12년 만이고, 단독 진행은 처음"이라며 "제주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음악 소통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선후배를 만나서 어떤 음악을 하면 좋을지 물어보고 싶었다. 떨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떨린다. 40세 이후엔 없었는데 오랜만에 기분 좋은 떨림"이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날 게스트로는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우승자인 댄스 크루 베베, 가수 이찬혁, 방송인 신동엽, 블랙핑크 제니, 배우 이정은 등이 출연했다. 제니와 이정은은 이효리를 위해 커다란 꽃다발을 준비해 첫 녹화를 축하하기도 했다.
댄스 크루 베베. KBS 제공첫 게스트 베베는 챌린지로 인기를 모은 '스모크'(Smoke) 무대에 이어 스트레이키즈 '마니악'(MANIAC), 화사의 '칠'(Chill) 등에 맞춰 강렬한 댄스를 선보였다. 마지막 곡으로는 이효리의 '치티 치티 뱅 뱅'(Chitty Chitty Bang Bang)을 재해석하면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가수 이찬혁. KBS 제공이효리 직전 '더 시즌즈' MC였던 이찬혁은 새해를 맞아 발매한 신곡 '1조'와 '당장 널 만나러 가지 않으면'으로 신나는 무대를 꾸몄다. 그런가 하면 이효리가 참여했던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를 감성적인 어쿠스틱 버전으로 불러 귀를 즐겁게 했다.
12년 전 KBS 2TV 예능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 코너를 함께 진행했던 신동엽과 이효리는 '절친'답게 유쾌한 호흡을 자랑했다. 신동엽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를 선곡해 반전의 라이브 실력을 뽐냈다.
이효리는 "23년 동안 친구로 지내는 분"이라며 신동엽을 반겼다. 이효리의 요청에 한 걸음에 달려왔다는 신동엽은 '해피투게더' 당시 이효리와의 에피소드를 풀어놨다.
방송인 신동엽. KBS 제공그는 "효리가 스타가 되면서 까칠해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이효리는 연습생부터 일관되게 까칠했다고 해명을 하고 다녔다"면서 "효리한테 진짜 고마웠을 때가 있다. 숙취로 힘들어서 얼굴이 빨갛게 올라와 녹화가 중단됐다. 제작진이 쉬어야겠다고 해서 효리한테도 양해를 구했는데 '오빠 고마워' 하더니 자기가 먼저 가서 (숙취 때문에) 자더라. 정말 한창 때, 불나방 같았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두 사람이 부인한 교제설 이야기가 나오자 이효리는 "한 번도 저한테 이성적인 감정을 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신동엽은 "프로그램이 너무 잘 되는데 이성적 감정을 가지면 지장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 드리면 당시 나한테 누가(연인이) 있었다. 그 때 너도 있었잖아. 항상 부지런하게 누가 있었다"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글로벌 인기를 자랑하는 제니는 가장 주목을 모았던 깜짝 게스트였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등장한 제니는 솔로곡 'You & Me'를 선보이고, 이효리의 '미스코리아'를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으로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
가수 이효리와 블랙핑크 제니. KBS 제공토크 내내 제니는 이효리를 향한 뜨거운 팬심을 드러냈다.
그는 "데뷔 7년 만에 KBS 음악 방송 프로그램이 처음인데 효리 언니를 보러 나왔다. 언니가 제게 너무 큰 사랑이어서 용기 내서 친해지려고 나왔다. 낯가림 심한 저와 다르게 편안하고 여유있는 언니의 모습을 사랑한다"라며 "예전에 음악방송에서 저는 복도에 서 있었고, 언니가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는데 절 딱 보시더니 볼을 한 번 만지고 가셨다. 그날 '심쿵'(심장이 뛰는 느낌) 당해서 잠도 못 잤다"라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7년 만에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홀로서기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 활동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하고 싶어서 용기를 냈다. 가는 길이 남들과 다르더라도 잘 해내고 싶다. 그런 뜻을 담아 소속사 이름도 지었다. 전 소속사(YG)에서는 너무 많은 걸 배웠는데 그 와중에 앞으로 혼자 뭘 할 수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스스로 도전 정신을 갖고 부딪혀보자고 생각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와 함께 올해 목표를 '정규 솔로 앨범 발매'로 꼽기도 했다.
가수 이효리와 배우 이정은. KBS 제공마지막 게스트는 배우 이정은이었다. 이정은은 양희은의 '백구'를 선곡해 따스한 감성을 더하는가 하면, 이상은의 '언젠가는'으로 숨겨진 가창력을 뽐냈다.
이효리는 자신의 연기 선생님이었던 이정은을 향해 스스럼 없이 '언니'라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작품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이정은 역시 이효리의 요청에 흔쾌히 방송 출연을 수락했다.
이정은은 "무대에서 이효리를 만날 기회가 흔치 않아서 나오게 됐다. 떨려서 우황청심환을 먹고 왔다. 말주변이 없어 이런 프로그램들엔 출연을 잘 하지 않는다"라고 솔직한 출연 소감을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 전 이효리가 드라마 연기에 도움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효리는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에 연기가 자신이 없었는데 너무 잘 가르쳐 주실 분이 있다고 해서 언니를 만났다. 제가 뭐든지 도전해보는 성격이라 연기도 해 봤는데 너무 어려운 작업이었다. 무대 노래도 어렵지만 혼자 연기하는 건 정말 카메라가 다른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정은은 "나는 드라마를 했을 때 너무 좋았다. 빛나는 스타의 다른 얼굴을 보고 싶었다"라며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면서 이효리에게 기운을 북돋아줬다.
첫 녹화를 마친 이효리는 "선물 같았다. 옛날에는 이런 사람들의 호의를 누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송구하지 않다. KBS 녹화장에 오니 옛 생각이 나고 그리운 것도 많다"고 KBS를 위한 편지를 낭독했다. 그룹 핑클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그 자리에 존재하는 '친구'를 향한 마음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여행스케치의 '옛 친구에게'를 부르며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이효리의 첫 단독 MC 뮤직쇼, KBS 2TV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은 5일 밤 11시 20분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