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가 거의 소용없고 전파력도 강해 슈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세균에 종합병원 중환자들이 집단으로 감염되는 사례가 제주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보건 당국은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12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8일 도내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1명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23명이 CRE에 감염됐다.
특히 이들 중에는 항생제를 직접 분해할 수 있어 더 위험한 CPE도 10명 확인됐다.
2급 법정감염병인 CRE는 '최후의 항생제'로 꼽히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장내 세균이다. 건강한 사람은 큰 문제가 없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에게 위험할 수 있다.
요로 또는 혈관에 유입되면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고 전파력도 높다.
CPE는 CRE의 일종으로 더 치명적이다.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 자체를 분해하는 효소를 갖고 있어 항생제를 아예 몸속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치료를 어렵게 해 '슈퍼 박테리아'로 불린다.
제주도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를 시작한 이래 이번처럼 한 의료기관에서 1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PE·CRE 역학조사는 감염자 수가 2명 이상 일 때 진행된다.
현재까지 해당 병원에서 CPE·CRE 균이 혈관으로 침투해 위중한 환자는 없는 상태다. 균이 혈관으로 침투해 몸 전체에 퍼질 경우 치사율이 50~60%에 달할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다.
제주도 건강관리과 역학조사관은 "요즘 전국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 감염 위험이 없다. 주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환자가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해당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모든 환자를 상대로 일주일마다 한 번씩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감염 환자들을 격리하고 의료기기 소독과 위생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도내 CRE 감염자 237명 중 10명이 사망했고 CPE 양성률은 8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