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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경쟁 무색하게 정치권 '올드보이' 출마 행렬

국회/정당

    쇄신 경쟁 무색하게 정치권 '올드보이' 출마 행렬

    김무성‧이인제‧심재철‧박지원‧정동영 與野 '올드보이' 출마레이스
    '혁신' 기류 역행에 지도부도 난감 "개인적 욕심 비판 피하기 힘들어"
    일률적 컷오프 기준 마련도 모호…탈락시 무소속 출마도 불사
    "올드보이 대항할 참신한 인물 배치해 당에 대한 신뢰 쌓아야"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종합상황실 개소식에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투표용지 분류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종합상황실 개소식에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투표용지 분류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대부분 본인이 다선(多選)을 지냈던 과거 지역구로의 귀환을 노리고 있어 현역 의원 등 정치권 후배들과의 '공천 전쟁'이 예상된다. 혼탁한 정치상황을 출마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혁신'을 외치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이들의 귀환을 달갑지 않게 보는 기류가 역력하다.
     

    김무성‧이인제‧박지원‧정동영…줄잇는 '올드보이' 출사표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당 대표부터 정부 요직, 대선 후보를 지낸 정치권 인사들이 여의도 복귀를 위해 출사표를 내거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인제 전 의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등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야권에서도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이종걸 전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15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배들이 잘 한다면 제가 이런 일을 벌이면 안 되지만, 너무나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나섰음을 이해해달라"며 부산 중‧영도 출마를 공식화했다. '불사조(피닉스)' 별명을 갖고 있는 이인제 전 의원도 7선에 도전한다. 지난해 충남 논산‧계룡‧금산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그는 "다시 일할 기회가 허락된다면 저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불태워 헌신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경북 경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진 않았지만 최근 각종 지역행사에 참석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전 의원도 경기 안양동안을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고,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의 경기 평택갑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일찌감치 몸을 풀며 5선 도전에 나섰다.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전북 전주병에서 출사표를 내, 최근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의 검증을 통과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종걸 전 의원은 서울 종로로 출마지를 굳히고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당 대표를 지냈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또한 본인이 내리 5선을 한 서울 광진을이나 인근의 광진갑이 거론됐으나 종로와 용산, 동작을 등 수도권의 여러 지역을 열어두고 막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6세대도 물러나라는데 50년대생 귀환?"…혁신 흐름에 '역류'

    총선을 앞두고 이어지는 이들이 출마 레이스에 여야 모두 난감한 모습이다. '혁신'과 '희생'을 유권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반대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에서는 총선 화두로 '운동권 세대교체'를 내걸고 야권의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을 겨냥하고 있는데, 출마가 거론되는 '올드보이'들은 대부분 1940~50년대 생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편안하게 다선을 했던 사람들의 희생인데, 그분(김무성 전 대표)을 다시 우리 당의 주자로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권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의 정치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나서야겠다고 하는데, 정작 왜 '본인'이 나서야 하는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노욕(老慾)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의 불출마를 강제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있다. '올드'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의 문제부터,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위헌 소지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기획단에서 올드보이들의 경선 참여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천관리위원회에 넘긴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일흔이 되는 1955년 이전 출생자를 일률적으로 컷오프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토로했다.
     

    무소속 출마도 불사 의지에…"지도부 어떻게 정리하나, 관건"

    출마자들의 의지는 확고하고 당은 곤란해하는 '올드보이 출사표'의 변수는 무소속 출마 여부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다선 의원을 지냈던 만큼 인지도가 높고 조직이 활발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인사들은 공천 경쟁에서 탈락했을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지지층 분열로 자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무성 전 대표 또한 전날 "나이가 많다고 컷오프한다면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여권의 경우 대대적인 물갈이 기류로 일부 현역 중진의원들이 '컷오프시 무소속 출마' 의지를 내비치는 상황에서, '올드보이'로 인한 표 분산 가능성까지 겹치며 지도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부산과 경북 등 텃밭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출사표를 내고 있는데, 중진을 비롯한 올드보이들의 무소속 출마 시사로 전략공천 기류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올드보이들을 나이를 기준으로 한 번에 묶을 수는 없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출마가 있는 반면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 여당 핵심 지지층인 부산 공천을 위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미가 보이고, 박지원 전 원장도 비리에 얽히지 않은 민주당의 몇 안 되는 원로이자 정치 고단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해도 오히려 참신한 인물을 배치해 '지더라도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며 "어떻게 이들을 정리하고 젊은 인재를 발탁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총선 분위기와 당에 대한 신뢰가 달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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