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상속세를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밝히면서 상속세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현 정부의 감세 기조가 '건전 재정' 원칙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개편 방안이 뚜렷하게 마련되진 않았지만, 정부는 상속세 감세 방안으로 '유산취득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유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고 상속인들이 나눠 내는 유산세 방식이 적용되고 있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들이 각자 물려받은 유산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00억 원의 재산을 자녀 4명이 동등하게 상속받을 경우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자의 25억 원에 대해 세금을 매기므로, 기존보다 과세표준이 낮아지기에 세 부담도 줄어든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2022년 10월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왔다. 이 연구 용역은 다음 달쯤 마무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 할증 체계 수정 가능성도 윤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려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거기다가 할증세까지 있다"고 언급했다.
상속세는 상속액이 30억 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경우 20% 할증해 평가하기 때문에 최고세율이 60%다.
국회에선 이 할증 평가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이 작년 6월 국민의힘 의원들 중심으로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이 법안 제안 이유엔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속 주식에 대해 우리나라와 같이 일률적으로 20%의 가액을 할증하는 제도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해당 법안 '비용추계 미첨부 사유서'에 "개정안에 따라 할증 평가제를 폐지하게 되면 상속세 및 증여세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속(증여) 주식에 대한 할증 평가 자료의 부재로 개정안에 따른 세수 효과를 추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유산취득세 방식 도입 시 세수 감소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추산치는 존재한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예정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년 7월 발표한 분석 결과를 보면, 유산취득세 도입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상속인 수(2~4명)에 따라 2021년 기준 6379억 원~1조2582억 원으로 추산됐다.
장 의원은 "2021년 기준 추정값이므로, 자산양극화 심화와 경제규모 확대에 따라 실제 감면액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상속세 감세를 떠나 최근 한 달 사이 발표된 각종 정책들도 세수 감소를 동반해 현 정부가 '건전 재정'을 강조하며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준칙마저 지켜지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엔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2천억 원으로, GDP 대비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적자 규모가 2조5천억 원 이상 증가하면 이 비율은 3.0% 이상이 된다.
최근 정부 발표대로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면, 예상 세수 감소분은 약 8천억 원이다. 기업의 투자 증가분에 세제 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조치의 1년 연장과 맞물린 세수 감소분도 약 1조5천억 원으로 추계됐다.
이밖에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완화 등 여러 정책 효과를 감안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내년에도 3.0%를 초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재부는 재정 악화 우려와 관련해 지난 18일 설명자료를 내고 "조세정책 과제들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시경제 전체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평가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발표된 조세정책 과제들은 투자‧소비 등 내수경기 회복과 성장을 뒷받침하고 세원을 근본적으로 확충해 성장·세수의 선순환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상속세는 찬반이 있는 과세"라며 "선진국 대비 상속세가 높다든지 하는 문제와 상속세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가 왜곡된다는 측면도 있는 것이고 또 한편에서는 신중해야 된다는 입장도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양쪽 얘기를 듣고 있다"며 "사회적인 공감대를 충분히 생각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얘기를 많이 듣고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