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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박에도 86 운동권 '요지부동'…'물갈이' 폭 주목

국회/정당

    임종석, 이인영 등 대표적 86 운동권 출신, 텃밭 출마 선언
    당 지도부는 계파 분쟁, 제3지대 변수 등으로 '불출마 강제' 어려운 분위기
    내심 불출마하길 바라는 눈치…"여당이 프레임 걸어 공격하기 딱 좋아"
    향후 '하위 20%' 컷오프, 국민참여공천제 등이 변수될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내 대표적인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텃밭'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양당 모두 인적쇄신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86의 출마를 달갑지 않게 보는 기류가 역력하다.
     
    때마침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이번주 지역구 후보 면접을 진행하는 동시에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해당자의 명단을 개별 통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86 '물갈이' 폭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임종석, 이인영 등 86 운동권 텃밭 출마 움직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내 대표적인 86으로 불리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홍익표 원내대표의 서울 서초을 도전으로 공석이 된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 지역은 임 전 실장이 지난 16·17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임 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이다.
     
    전대협 초대 의장까지 지낸 4선 이인영 의원 역시 이번 총선에서 서울 구로갑에서 5선 도전에 나선다. 자신의 고향 충북 충주 등 험지 출마 요구도 나왔지만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원실 관계자는 2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구로에서 열심히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도 구로에 있다"고 말했다.
     
    86 운동권보다 한 세대 앞서 사회, 민주화운동에 나섰던 운동권 출신 중진 현역 의원들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다시 한번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남편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한 3선 인재근 의원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서울 도봉갑에서 4선 도전에 나선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문(親문재인)계이기도 한 4선 홍영표 의원도 인천 부평을에 또다시 출마한다.
     

    계파 분쟁, 제3지대 변수 등에 86 불출마 강제는 어려울듯

    그러나 민주당은 86 불출마를 강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화) 운동한 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잘라야 할 이유인가"라면서 "잘라야 할 586(86의 다수 연령대가 50대이던 시절 쓰던 용어)에 대한 정의도 정해진 게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임혁백 공관위원장도 지난 21일 86에 대한 일률적인 감점 기준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선당후사,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김민기 의원이 솔선수범한 것처럼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바람이 있을 뿐"이라고 용퇴를 주문했다.
     
    당 지도부가 쇄신에 역행한다고 평가받는 86을 쳐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총선을 앞두고 계파간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달린 오는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86을 필두로 한 친문계와의 '원팀 플레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가뜩이나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재명 대표가 친문계를 공천에서 날려버리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원내1당, 과반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공언한 상태다.
     
    여기에 이낙연, 이준석 신당 등 '제3지대'라는 변수가 생긴 것도 당 지도부가 86 쳐내기에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다. 자칫 86 인사들이 제3당으로 적을 옮겨 민주당의 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수도권에서 3천표 이내로 민주당이 승리했던 경합 지역에서 만약 제3지대 후보가 나오면 표가 분산된다"라며 "정권 심판론은 높지만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도 높은 상황에서 조금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이 대표의 핵심 측근들 중에도 86 중진 의원이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대학 졸업 후 노동운동에 뛰어든 5선 조정식 당 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이해찬계인 조 사무총장은 당 일각에서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에도 자신이 지난 17대 때부터 내리 5선을 한 경기 시흥을에서 6선에 도전할 계획이다.
     

    '하위 20%' 컷오프, 국민참여공천제 등이 변수될 가능성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86이 용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실제 당 지도부는 86이 출마를 선언한 수도권 지역구에 다양한 예비후보들을 대안 후보로 넣어 여론조사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일부 지역구 86 의원들에 대한 경쟁력을 높지 않게 본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여기에 민주당 86 운동권을 향한 국민의힘의 공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임종석 전 실장은 '임수경 방북사건'을 주도한 사람이라 국민의힘이 프레임을 걸어 공격하기 딱 좋은 사람이다. 본인의 억울한 점이 있다고 해도 나오지 않는 게 제일 좋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민주당에서 86이 출마하면 국민의힘 쪽에서 부동산 정책 등 문재인 정부 실정을 다시 들춰낼 텐데, 당 지도부가 86 물갈이를 일정 정도해줘야 유권자들도 만족할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86 의원들에게 험지로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29일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으냐"며 "자기 손으로 땀 흘려서 돈 벌어본 적 없고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년 동안 기득권을 차지하면서 정치인들을 장악해온 분들이 민생 경제를 말할 자격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에서는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으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된 윤희숙 전 의원이 중구·성동갑에 출사표를 낸 상태다.
     
    일각에선 민주당 공관위에서 현역 의원 평가 점수 '하위 20%' 해당자에 대한 개별 통보를 마치면 86들 중에서도 추가 불출마자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위 10~20% 해당자는 경선 득표수의 20%를 감점하고, 하위 0~10% 해당자는 득표수의 30%를 감점한다. 최하위에 해당할 경우 '가산 20%'를 받는 여성·청년 신인과 붙게 되면 경선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지역구 후보 면접을 진행하는 동시에 '하위 20%' 명단을 개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공관위가 이번에 도입한 국민참여공천제로 친문계·86 운동권이 대거 컷오프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참여공천제는 지난 2002년 국민참여경선제에서 나아가 심사 기준 등 공천 규정부터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이 골자다. 공관위는 29일 회의에서 국민참여공천제 평가 기준으로 뇌물 등 부패 이력, 책임지는 자세, 정체성, 기여도 등 10가지를 확정하고 심사에 들어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공천룰을 만드는 데 이제 당원들을 참여시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핵심 지지자들이 영향을 미쳐 그들의 요구가 공천 기준에까지 반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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