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연합뉴스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결과가 한국시간으로 1일 새벽 발표된다.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시장의 시선은 금리 결정 그 자체보다는 '금리 인하 시점이 언제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이 이번 금리 결정 회의의 최대 변수로 거론되는 가운데, '당장 3월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조기 인하 기대를 위축시키는 '매파적(긴축 선호적)'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연준은 오는 1일 새벽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에도 기준금리가 현 5.25~5.50%로 4회 연속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데이터를 보면, 이번 회의에서의 금리 동결 가능성은 30일 오후 현재 97.9%에 달한다.
이와 달리 전망이 엇갈리며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다. 파월 의장이 지난달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처음 밝히면서 조기 인하 전망이 시장 다수론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연합뉴스당시 연준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 공개를 통해 내년 세 차례(총 0.75%포인트) 인하를 예고했지만, 시장에선 당장 3월부터 인하 조치가 단행돼 11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취지의 연준 인사 발언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페드워치 데이터 상 3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46.6%로 1달 전(73.35%) 대비 크게 줄었다. 오히려 3월에도 동결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52.39%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5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인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인하 시점만 한 차례 뒤로 미뤘을 뿐 계속해서 올해 금리 인하폭을 연준 예고보다 2배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연준의 긴축 의지를 느슨하게 평가하고 있는 만큼, 이번 회의에선 파월 의장이 매파적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물가는 완화 추세가 선명해졌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잔존하고, 위험자산 투자 시장도 과열양상을 보이는 만큼 파월 의장이 '견제구'를 날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미국 경제가 '고금리'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이런 의견의 근거다.
실제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에너지 및 식료품 제외·전년 동기 대비)은 2.9%로 2년 9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연준이 주목하는 핵심 물가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금리 인하 기대로 연결되고 있지만, 하장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에 유가가 오르는 등 최근 물가 관련 부정적 뉴스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긴축에도 작년 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3.3%를 기록하는 등 민간소비는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물가가 둔화되고 있지만, 수요가 견고한 만큼 물가를 자극할 요인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올해의 관전 포인트는 미국 경기다.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 조치다. 따라서 미국 경기가 올해 실제 침체라고 할 만큼 나쁠지, 아니면 예상보다 좋을지가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와 폭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지금 나오는 미국 경제 지표들은 예상보다 경기가 좋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에 연준이 시장 기대처럼 빨리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위원은 최근 미국 증시가 눈에 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두고도 "과열된 시장을 염두에 두고 파월 의장이 매파적으로 발언할 거라고 보는 것 역시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금리 인하 기대감을 이연시키는 것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계기로) 그나마 시장에 남은 3월 조기 인하 기대는 대부분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 될 경우 시장의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다시 한 번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