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연합뉴스황인범(즈베즈다)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스리백 전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1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해 8강에 진출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황인범은 연장 전반 종료 직전 홍현석(헨트)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압둘라 하지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반 종료 직전 조규성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고, 결국 승부는 연장전 뒤 승부차기로 향했다.
승부차기에서는 조현우(울산 HD)의 선방이 눈부셨다. 3, 4번째 키커의 슈팅을 모두 막아내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황인범은 이날 승리가 반등의 발판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무조건 그렇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팀 모두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조규성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인범은 "(조)규성이가 가장 자랑스럽다. 너무 대견하고 멋있었다"면서 "내가 규성이처럼 공격수였다면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순간에 해냈다는 게 동생이지만 정말 멋있었다"면서 "많은 팬분들도 규성이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 같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우리 팀이 단단해진 것 같아서 흐뭇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날 만큼은 승리를 만끽하고자 한다. 황인범은 "결승전에서 이기고 우승한다면 더 좋아하겠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행복했다"면서 "나는 감정을 표출하는 편은 아니다. 비록 우리 팀이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모습은 팀으로서 칭찬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이날 포백 대신 스리백을 깜짝 가동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과 김영권, 정승현(이상 울산 HD) 3명의 중앙 수비수가 호흡을 맞췄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를 마친 뒤 "전술적인 부분은 선수들과 신중하게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면서 "역습, 수비 과정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고, 모두 보완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다인 6실점을 한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는 곧 스리백 전환을 예고한 것이었다. 황인범은 "감독님은 선수들은 믿었고, 우리와 많이 소통했다"면서 "스리백으로 나섰을 때 어떻게 움직일지, 수비할 때 어느 공간을 막아야 하는지 이런 부분을 잘 소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경기였지만, 그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씨익 웃었다.
황인범은 "가끔씩 대표팀 소집이 있을 때 경기 중 스리백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로 훈련을 해왔다"면서 "이번 경기를 앞두고서 스리백으로 준비했다. 실점 장면을 제외하면 연장전까지 상대의 위협적인 공격 패턴을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리백을 준비한 시점에 대해서는 "경기를 준비하는 순간부터였다. 말레이시아전을 마치고 회복 훈련을 한 뒤 다음날 훈련부터였다"면서 "이미 처음 해본 훈련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변화였다고 생각했다. 황인범은 "기회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전술적으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음 경기에는 어떤 전술로 나갈지 모르지만, 이제는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 오늘 얻은 단단함을 잘 이어가야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