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제공 민음사의 인문잡지 '한편' 13호가 출간됐다. 이번 주제는 '집'이다.
먹고 자고 쉬는 곳이며 끊임없이 돌보고 살림하는 공간이지만 평생의 목표이자 자산 증식의 수단이기도 한다. 때로는 각자의 감옥이 되기도 한다. '자기만의 방' 속에서 편안함과 불안감, 욕망과 희망이 뒤섞인 채로 우리가 새롭게 알아갈 게 뭐가 있을까.
이번 '한편'은 가장 가까운 내 몸의 감각에서 시작해 내 방, 우리 동네, 한국 사회, 이 지구, 우리 은하까지 돌아본다. 분투하는 워킹맘, 집 없는 아이들, 우주정거장의 미아, 바쁜 1인 가구, 무슬림 유학생, 후쿠시마의 주민들. 서로 너무나 다른 집 이야기를 통해 작지만 결정적인 공통분모를 찾는다.
작가 영이는 자신의 집을 '나'의 안전 영역으로 정의한다. '내 영역'에서 밝히는 신체적 트랜지션의
경험은 안전 영역을 침범한 데 대한 분노와 공포가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과 맞닿아 있음을 전한
다.
불문학자 김영욱은 '장자크 루소, 집 없는 아이'에서 루소의 부랑아 경험에 주목한다. 근대적 가족을 중심으로 한 집의 개념이 막 형성되던 17~18세기 프랑스에서 안정적인 집은 특권이었다. 그런데 철학자 루소에게 여러 집을 떠돌던 비참한 어린 시절은 그의 방대한 사유를 형성해 나가는 배경이 된다.
철학자 이지선의 '21세기 우주인의 귀향'은 집의 스케일을 우주적으로 키운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시작하는 이 글은 아이를 잃은 엄마가 저 먼 우주까지 도망쳤다가 지구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환경사회학자 박진영의 '나의 깨끗한 집 만들기'는 집 안팎을 움직이는 개인들에게 화학물질의 사용과 그 책임이 어떤 식으로 성립할 수 있을지를 묻고, 사회학자 육주원은 '이슬람 사원 짓기'에서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주민' 사이 충돌을 지켜본 경험을 전한다.
인류학자 오은정의 '후쿠시마의 주민들'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난 생활을 하다가 고향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귀향을 선택한 사람과 원전 사고지 인근을 떠날 수 없는 사람. 바다 건너까지 움직이는 방사능의 존재는 견고하게 닫힌 집의 이미지를 풀어놓는다.
영이·김영욱·이지선 외 지음 | 민음사 | 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