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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위기'를 우려하는 해외언론…정말 그런가?

통일/북한

    '한반도 전쟁위기'를 우려하는 해외언론…정말 그런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둘러싼 해외언론·전문가들 논쟁
    전면전은 아니나 과거 연평도 포격과 같은 北도발 우려
    김정은, 한반도 분쟁지역으로 만들 유인 큰 것으로 관측
    남북분쟁 가장 우려되는 곳은 북방한계선 주변
    한반도 핵전쟁 위기론 확산되면 국내 금융시장 악영향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정부대응…유연한 평화관리 필요해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둘러싼 해외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높게 보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반박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등 논쟁까지 벌어지는 양상이다.
     
    전쟁 가능성 여부가 한반도 문제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대응을 하는 한편 한반도 전쟁 위기론이 과도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작은 지난 11일(미 현지시간)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가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이었다. 
     
    이들은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며,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입장에 대해 "미친 소리 같을 수 있지만 역사는 다른 좋은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이들은 가장 위험한 게임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연말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북을 교전 중인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면서 '만일의 경우' 핵사용 등 '남조선 전 영토 평정을 위한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데다, 글을 기고한 칼린 연구원과 해커 교수가 미국에서 오랜 기간 북한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컸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보도가 잇따랐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 '전쟁 루머가 너무 과장됐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전쟁을 하겠다는 결정을 했다'는 칼린 연구원과 해커 교수의 발언에 대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전쟁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남한을 향한 태도가 더 강경"해지고 있지만, "이 중 어느 것도 김 위원장이 정말 전쟁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BBC도 지난 23일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 북한전문가 7인에 대한 인터뷰를 토대로 전문가 대다수가 칼린 연구원 등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지금 전쟁을 준비한다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등의 다양한 이유를 제시했다.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제기하는 칼린 연구원과 해커 교수 등은 사실 북한이 더 이상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제는 핵 보유를 인정하고 대화와 협상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미국 조야(朝野)에 촉구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북한이 전쟁 결정을 했다는 추정을 토대로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하다는 평가이다. 북한이 전쟁 결정을 했다고 해서 실제 전면전이 발발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는 공멸이고 북한 체제도 종말을 맞는다. 한미든 북한이든 양측이 핵을 쓰는 전면전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통제된 범위 내에서 서로에 대해 핵사용 위협을 하고 충돌을 조정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25일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북한이 향후 몇 달 내 한국에 대해 치명적인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연합뉴스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연합뉴스 
    김정은이 연말 전원회의에 이어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더 적대적인 발언을 한 상황에서 뉴욕타임스가 미국 담당자들의 현재 정세 판단을 전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지난 2010년의 연평도 포격과 같은 타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판단에는 한미 당국도 공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당국은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공격 등과 같은 국지적 분쟁이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형태의 도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NLL, 즉 북방한계선 인근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우려된다. 김 위원장이 북한 헌법에 영토조항 신설을 언급하면서 "우리 국가의 남쪽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선대 수령의 업적으로 기리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까지 철거한 김정은으로서는 한반도를 앞으로 최대한 분쟁지역으로 만들 유인이 크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그런 과정에서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하는 유리한 협상국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북한의 실력을 각인시켜야하는 주요 계기로 미국 대선이 11월에 있다. 향후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이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
     
    종전처럼 각종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 핵·미사일 성능 개발과 관련된 도발만이 아니라 핵사용 위협과 함께 남북 간에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발적인 충돌이 전면적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하는 정교한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북한의 도발과 이에 따른 충돌이 잦다보면 주가와 환율 등 국내 금융시장은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올 들어 원 달러 환율이 1330원대로 급등한 데는 무엇보다 김정은의 전쟁 위협 발언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유연하게 평화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대응으로 안정적으로 정세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반도 핵전쟁 위기론이 국제적으로 과도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정책공공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미국 조야에 균형 잡힌 시각이 형성되도록 한미 정책공동체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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