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장 나가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황진환 기자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6일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여부를 논의하는 임원 회의를 개최했다. 정 회장을 비롯해 김정배 상근부회장, 최영일 부회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이윤남 윤리위원장, 김태영 사회공헌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김진항 대회운영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 등 주요 임원 10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오전 10시에 시작했고, 협회는 오후 12시 30분 "회의 결과를 오후 2시 40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5시간가량 기다림 끝에 마침내 정 회장이 내린 결단을 공개했다.
이날 직접 결과 발표에 나선 정 회장은 "많은 국민께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협회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전날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논의했고, 이날 협회 임원진들과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원 회의 결과 발표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황진환 기자그동안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정 회장이 마침내 응답했다. 축구와 관계 없는 정치권에서도 경질 여론이 들끓자 결국 결단을 내리기 위해 공식 석상에 나섰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실패 등 무능이 입증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데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협회는 전날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마이클 뮐러, 정재권, 곽효범, 김현태, 김영근, 송주희 위원 등 6명이 참석했고, 현재 거주지인 미국에 있는 클린스만 감독과 박태하, 조성환, 최윤겸 위원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회의 결과 임원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전력강화위는 의결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정 회장의 최종 승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회의 내용을 정 회장에게 보고하며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촉구했다.
전력강회위 브리핑을 맡은 황보관 협회 기술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근무 태도, 경기력 문제, 선수단 관리 등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면서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모아졌다"고 밝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황진환 기자정 회장도 이를 받아들이며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최종 승인했다. 그는 "대표팀은 단순한 스포츠 팀을 넘어 국민들의 관심을 얻어 그 에너지를 돌려줘야 하는 명실상부한 국민적인 팀"이라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지도자로서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적 정서에 미치지 못했고,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선임하고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이번 대회 관련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해준 국민들께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대회 기간 발생한 선수단 내 불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은 대회 준결승을 앞두고 다툼을 벌였다.
이에 정회장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일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 달이 넘는 대회 기간 예민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면서 "향후 대표팀 운영에 있어 코칭 스태프 구성과 시스템 정비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재발 방지 방안에 대해서는 "팀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시비비하는 것은 상처를 더 후벼서 악화시킬 뿐"이라면서 "언론도 팬들도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다들 젊은 사람들인데 잘 추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정 회장은 "92년생, 96년생 등으로 파벌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대표팀을 가르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차기 사령탑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나서는 정몽규 대한추구협회장. 황진환 기자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 회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선임 과정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는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5명으로 좁혔다"면서 "최종 후보 5명과 인터뷰 했고, 우선 순위 2명과 면접 후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도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 회장은 "2018년 축구협회 총회 때 회장 임기를 3연임 하도록 제안을 했다"면서 "당시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이것이 답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면 100억 원이 넘는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변호사와 상의해야 할 부분이다"라면서 "금전적인 부분은 제가 회장으로서 재정적인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발표 전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작별 인사를 전했다. 그는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모든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아시안컵 준결승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연속 무패라는 놀라운 여정에 대한 성원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