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김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경기 성남시 백현동·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유죄 판결이 줄줄이 나오면서 당시 최종 인허가권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원이 지방자치단체(성남시)와 민간 업자 사이의 유착 관계 및 청탁을 실체적 사실로 인정한 탓이다. 검찰도 "백현동과 대장동 관련 재판의 첫 유죄 판결 의미가 크다"며 향후 이 대표 재판에도 활용할 뜻을 밝혔다.
백현동·대장동 첫 유죄 판단…'유착' 사실로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대표가 연루된 백현동 의혹 사건 중 첫 유죄 판단이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 알선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의 정바울 회장에게서 77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백현동 민간업자 요청을 받고 사업 알선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김 전 대표의 청탁 상대방으로 지목됐다. 정 전 실장이 "업자 측 요구대로 처리해 주라"는 취지로 당시 성남시 실무자에게 말했다는 점, 김 전 대표도 같은 인물에게 "2층(비서실)에서도 잘해보라고 했다"고 말한 점, 김 전 대표와 이 대표, 정 전 실장의 친분도 재판부는 사실로 인정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당선을 도운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전 대표가 다른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던 2016년 1월 정 전 실장과 접견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배제를 요청한 것도 재판부는 사실로 봤다. 당시 성남도개공 배제를 결재한 당사자가 이 대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성남도개공 설립을 청탁하면서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김 전 대표로부터 청탁을 받고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향후 재판서 활용"…일각선 "증명력 판단 별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관련 1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백현동·대장동 비리 의혹 유죄 판결로 이 대표 재판에도 일부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김 전 대표 청탁에 따라 민간 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성남도개공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백현동 외에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위증교사 등 여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명·정진상·김인섭의 유착 관계, 백현동 사업 과정에서의 청탁 알선 및 특혜 제공 등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성남도개공 사업 참여가 확정돼 있었지만 김 전 대표 청탁 이후 성남도개공 참여가 배제된 채 인허가 절차가 이뤄진 것도 모두 인정됐다. 판결 의미가 대단히 크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판결에 관해서도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민간 업자와 성남시장 측의 유착관계가 형성됐고 그에 따라 개발 특혜와 금품 수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영학 녹취록의 증거능력도 인정됐다"며 "향후 (이 대표)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 입증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이 아직 이 대표의 관여 여부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대표의 알선 행위(백현동)나 김만배씨의 뇌물(대장동), 성남시와 업자간 관민 유착 등은 사실로 봤지만 이 대표 혐의까지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정영학 녹취록'의 증거능력과 별개로 녹취록이 갖는 증거로써의 능력(증명력)은 재판부마다 다르게 판단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곽상도 전 의원 재판에서 법원은 정영학 녹취록과 대장동 업자들의 전문 진술 일부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50억원 뇌물'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