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18일 이틀 동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31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3'이 열렸다. 한터뮤직어워즈 공식 홈페이지18일 오후, '31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3'에서 '레전드 록 아이콘' 상을 받은 밴드 와이비(YB)의 윤도현은 수상소감을 하기 전 굳은 얼굴로 스탠딩석을 바라봤다. 무대 및 수상을 위해 앉아있는 가수들이 잘 보이는 쪽으로 관객들이 쏠리면서 밀침과 밀림 현상이 반복됐다. 윤도현은 스탠딩석의 과열된 분위기를 의식한 듯 모두의 안전을 위해 스탠딩석 공간 확보를 강하게 당부했다. 이후 수상한 가수들도 이를 재차 언급했다.
"K팝의 힘을 세계에 알리고 전 세계 음악 팬들과 아티스트들 간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 지난 17~18일 이틀 동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터뮤직어워즈 측이 직접 밝힌 행사 기획 의도다. 하지만 정작 미흡하고 무리한 현장 운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스탠딩석 구역을 뭉뚱그려 가수가 가까이 있는 쪽으로 쏠림 현상이 벌어진 18일 시상식을 향한 불만이 높다. 이날 현장을 촬영한 여러 영상을 보면 스탠딩석의 어지러운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무엇보다 압사를 비롯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터뮤직어워즈 측은 이틀간의 시상식을 좌석 없이 모두 스탠딩석으로 운용했다. 출연진은 무대를 선보일 때 가운데로 왔을 뿐, 보통은 한쪽에 앉아 대기했다. 이때 출연진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려는 관객들이 한 방향에 우르르 몰리는 일이 반복됐다. 수상소감 전 윤도현의 걱정 어린 언급이 시작되자, 다른 출연진도 최소한의 공간 확보를 해 달라고 관객에게 요청했다.
에스파(aespa) 카리나는 "저희와 함께해 주셔서 가까이서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지금 경호원분들이 힘써주시고 있으니 통솔에 잘 따라주시면 좋겠다. 저기 뒤에 분들이 한 발짝만 뒤에 가 주셔도 더 편안한 관람해 주실 수 있다"라며 "같이 잘 따라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리더 성한빈은 "근데 지금 너무 위험해서… 다들 한 발짝만 뒤로 가세요. 소감 잠깐 멈추겠다"라는 말로 주위를 환기했고, 박재정은 "혹시 본인의 자리에 뒤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한 걸음 뒤로 가 주시면 좀 안전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 너무 걱정이 되어가지고 말씀드렸다"라고 전했다.
에이티즈(ATEEZ) 최산은 "각자 그 자리에서 고개를 살짝만 뒤로 돌려서 여유 공간이 계신다면 조금만 뒤로 가 주시길 부탁드린다. 지금 카메라로 찍는 건 너무 좋지만 오늘의 추억이 모두에게 다 좋은 추억이 되려면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 조금만 집중해 주시고 서로를 배려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조심하게 안전하게 관람하시길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윤호 역시 "오늘 안전하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재차 언급했다.
현장에 있던 관객이 찍은 영상을 보면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려 서로 밀착해 위험한 순간이 되자, 출연진석에 있던 가수들이 걱정 어린 얼굴로 관객석을 바라보는 장면이 다수 포착됐다. 에스파 등 몇몇 출연진은 경호 담당 직원과 소통하며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시상식이 진행 중일 때, 현장에서 대변 냄새가 심하게 났다, 누군가 노상 방뇨했다 등의 주장이 온라인을 달궜다. 최근 영상통화 팬 사인회에서 팬에게 'X발'이라고 욕했다는 의혹을 받은 제로베이스원 김지웅에게 '탈퇴해!'라고 외쳤고, 이로 인해 제로베이스원 팬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터뮤직어워즈는 2월 2일, 5일, 8일 각각 1, 2, 3차 라인업을 차례로 공개했다. 하지만 일부 출연진은 시상식 바로 전날 갑자기 출연을 공지해 팬들이 당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터뮤직어워즈는 지난 16일 오후 그룹 에이티즈, 엔시티 127(NCT 127)과 엔시티 드림(NCT DREAM)이 추가됐다고 발표했다.
안전사고 발생 우려를 비롯해 운영상의 문제가 다수 노출돼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와중에도, 한터뮤직어워즈 측은 이렇다 할 입장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