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과 페퍼저축은행의 맞대결. KOVO 제공마지막 승리를 거둔 지 100일도 넘었다.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다. 여자부 최장 연패의 불명예를 썼고, 1경기만 더 지면 V-리그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을 떠안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퍼는 20일 도드람 2023-2024 V-리그 5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인천 삼산체육관으로 향한다. 상대는 2위 흥국생명이다.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페퍼는 지난 16일 정관장전에서 세트 스코어 1 대 3으로 패하며 22연패에 내몰렸다. 여자부 역대 최장 연패다. 정관장을 상대로 끈질긴 플레이를 보이며 한 세트를 가져오긴 했지만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또 이번 시즌 여자부 최하위 7위를 확정짓는 경기이기도 했다. 6위 한국도로공사가 승점 32(10승 20패)을 기록 중인데, 페퍼의 승점은 8(2승 27패). 남은 7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승점을 최대한으로 딴다 해도 최종 승점은 29에 그친다.
그렇다고 동기를 잃어선 안 된다. 더 이상 불명예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페퍼는 창단 첫 시즌(2021-2022시즌) 당시 3승 28패(승점 11)를 기록하며 프로배구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 시즌 이 기록을 스스로 갈아 치우기 직전이다. 당장 이번 흥국생명전을 패한다면 이 기록과 같게 된다.
흥국생명 김미연, 페퍼 야스민. KOVO 제공홈 팀 흥국생명의 동기 부여도 확실하다. 이날 페퍼를 이기고 승점 3을 딴다면 66일 만에 다시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23승 6패(승점 64)의 성적으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 현대건설(22승 7패 승점 67)과 승점 차는 3이다.
흥국생명은 직전 경기인 IBK기업은행전에서도 1위 탈환의 기회를 잡았지만 뒷심 부족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승점 3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먼저 1, 2세트를 따냈지만 3, 4세트를 상대에 빼앗겨 경기가 5세트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승점을 2밖에 가져오지 못하며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1위 자리를 되찾을 절호의 찬스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191cm)의 부상이다. 윌로우는 지난 12일 현대건설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윌로우 복귀 시점에 대해 "최대한 빠른 복귀를 원한다. 하지만 최소 2주 정도의 회복 기간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직전 경기에서 윌로우 대신 김미연(177cm)을 투입해 공백을 메웠다. 1세트 초반 김미연 쪽에서 득점이 터지지 않으면서 윌로우의 공백이 느껴지나 싶었지만 이후 경기 감각을 되찾았다. 특히 2세트에선 팀 내 2번째로 많은 6점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하지만 김연경(192cm)과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177cm)의 공격 비중도 높아지는 바람에 체력을 걱정해야 하기도 했다. 김연경과 레이나는 이날 각각 31.88%, 38.16%의 공격을 점유했다.
이번 시즌 상대 전적은 흥국생명이 4전 전승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다. 102일 만의 승리를 노리는 페퍼와 66일 만의 선두 탈환에 도전하는 흥국생명의 매치 업에 배구 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