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본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방영 촉구 기자회견'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세월호 유가족 단체 등이 참석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KBS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이하 다큐) 제작이 사실상 무산되자 반발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제작진, 노조는 21~22일 양일에 걸쳐 꾸준히 KBS 측에 다큐 정상 방영을 촉구하고 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KBS 다큐 불방 규탄 및 방영 촉구 기자회견'에는 세월호 유가족 및 시민단체들과 KBS 1TV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이 참석해 지금까지의 상황을 전하며 KBS를 규탄했다.
지난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세월호 10주기 다큐는 결국 제작이 무산됐다. 이날 이제원 제작 본부장은 4월 18일 방영과 관련해 시사교양국장과 회의를 한 자리에서 '사측에서 4월 방영은 불가능하다고 하니 출연자들이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고, 그러면 4월 방송은 제작 중단할 수 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들은 제작 담당 PD가 재차 직접 부장에게 '4월 방송 제작 자체를 그만하라는 게 회사의 지시냐'고 따져 묻자, 담당 부장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본부는 "총선이 끝나고 일주일 뒤에 방영 예정이던 다큐멘터리가 결국은 총선 영향 운운하는 말도 안되는 사측 논리에 의해 결국 좌초됐다. 2024년 대한민국의 대표 공영방송인 KBS에서 이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 당당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 특히 제작 무산의 책임을 출연진에게 전가하는 이제원 제작 본부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다큐 인사이트' PD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세월호 유가족들이 사측으로부터 27일 TV편성위원회까지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받았는데 TV편성위원회는 노사 문제를 논의하는 곳이지 방송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 일주일 더 시간을 끌면서 뭉개고 있다"라며 "'다큐 인사이트' PD로서 유가족들에게 죄송스럽다. 아직 방송을 포기하지 않았고, 시사교양 PD들도 릴레이 성명을 내고 있다. 다큐가 방영될 수 있도록 내부에서 끝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 21일 저녁 KBS 세월호 다큐 정상 방영 촉구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본관 앞에 모인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지난 21일 저녁 같은 장소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흩날리는 눈과 추위에도 모인 이들은 세월호 다큐가 꼭 4월에 정상 방영 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재난주관방송사인 KBS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박민 사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유가족 단체 등은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 국가는 변하지 않았고 KBS는 더더욱 변하지 않았다. 10년 전 KBS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했던 장본인이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한국 사회에서 생명과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이다. 여전히 진행형임에도 참사 생존자의 목소리를 담는 다큐조차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송을 불허하는 초유의 사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다큐가 선거에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큐 방영을 중단시키는 것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시민과 분리시키고, 참사를 정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KBS 사장으로 박민이 임명된 이후, 정권 눈치보기를 넘어 정권 입맛 맞추기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으며,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 공영방송이 오히려 정권의 하수인과 나팔수가 되어 재난참사 지우기에 앞장서고 있다. KBS는 정권의 대리인 역할을 자임할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책임감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송을 예정대로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앞서 '다큐 인사이트' 팀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참사 이후 생존자들의 삶을 조명하고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었다. 그러나 이제원 제작 본부장의 방영 연기 지시가 내려지면서 논란이 촉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