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제공
노점상으로 성공해 최고의 장사꾼이자 최악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배치 크라우더가 서울 외곽 작은 마을에 만물상 '킹 프라이스 마트'를 연다.
이곳에 유일한 직원이 채용된다. 그는 폭력적인 쌍둥이 형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자란 스물일곱 청년 구천구다.
유명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영엄한 무당 억조창생 여사는 그들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자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로 하고 어떤 선거에서든 53%의 득표율로 승리하게 해준다는 전설의 성물 '베드로의 어구'를 얻기 위해 자신의 아들 천구를 마트에 취업시킨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성물을 차지하려는 각 세력의 각축전이 펼쳐진다. 이 전설의 성물을 차지해 선거에 승리하는 건 누굴까? 소설이 품은 비밀과 해학, 반전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로 안내한다.
구천구를 중심으로 자신이 마주한 현실과 싸우며 성장하는 성장기를 그리다가도 욕망도 사고 팔 수 있는 상업자본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맹점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 같다.
요리 연구가이자 사업가인 백종원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고, 각종 정치 공작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등장하며 현실과 풍자를 넘나든다.
이처럼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독특한 현상을 꼬집으면서 본격적으로 따져 물을 것처럼 하다가도 능구렁이 담 넘듯 배를 쥐고 웃으며 넘어간다.
제29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김홍의 장편 소설 '프라이스 킹!!!'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당혹스럽다. 그리고 유쾌하다.
김홍 지음 | 문학동네 | 264쪽
창비 제공 '방 안의 호랑이'는 공상과학(SF) 소설계의 신예 박문영의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방 안의 호랑이'는 '작자 복원' 프로그램을 개발해낸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스캐너로 그림을 읽어내면 홀로그램 빌더 위에 그 그림이 그려질 당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소설은 20세기 초 한국의 유명한 천재화가 김부영의 그림으로 알려졌던 북악맹호도를 새로 개발된 '작자 복원' 프로그램으로 스캔한다. 화자인 '나'는 유명 화가의 뒤에 가려져 어둔 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이가 김부영이 아닌 젊고 왜소한, 김부영의 세 번째 여인 여홍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나와 보낸 여름'은 잇따른 재해로 다수가 빈곤해진 세상이 배경이다. 이 세상에서 인간들은 약자와 동물을 혐오한다. 그들의 혐오는 특히 개들에게로 향해 개들을 순하게 만드는 장치를 만들기에 이른다.
'나'는 자신이 기르던 개 '누나'를 보호하기 위해 창고 안으로 숨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나'와 '누나' 그리고 개들만이 뜻하지 않게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소설집은 작가 특유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인간과 우주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그려낸 SF 단편 13편이 수록됐다.
박문영 지음 | 창비 | 4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