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천문학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전력이 지난해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데다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주주환원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전의 올해 배당 가능성에 주목된다. 한전은 2021년과 2022년 연속 무배당 기조를 이어왔다.
6일 에너지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전 부채는 202조 4천억 원으로 전년의 192조 8천억 원보다 9조 6천억 원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원자재 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3분기부터 분기별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영업손실이 4조 4조 5691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줄어든 배경에는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 발전사 전력 구입비 감소가 꼽힌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세 차례 이어진 요금인상으로 판매 단가는 26.8% 상승해 전기 판매 수익이 전년보다 16조 7558억 원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전의 올해 배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도 배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평가항목으로 추가하는 등 공기업의 정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최근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주가가 단기에 급등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하나증권 유재선 연구원은 "비용 안정화로 분기 조 단위 이익 지속이 가능하다. 정산조정계수에 따라 변동의 여지는 있지만 배당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200조 원 규모의 부채는 여전히 주주환원정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4조 4천억 원을 쓰기도 했다. 주주환원정책은 재정 여력이 어느정도 확보돼야 가능한데 현재의 실적 개선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교수는 "해외 원료 가격이 낮아지고 원전 가동율이 올라가면서 한전의 적자 요인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전이 계속 좋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보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송전망 확충 등에 들어갈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 경영평가에 배당이 들어갔지만, 배당보다는 부채 털고 이자 부담을 더는게 국민에 더 이득이다. 빨리 부채를 털어 전력망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게 더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전 관계자는 "공기업이다 보니 정부의 경영평가 방향에 맞춰 회사에서 대책 마련을 할 예정이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적자 상황인데 이 시기에 배당 정책을 할 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