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검사(왼쪽)와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 1월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직권남용에 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불법으로 출국금지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2022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당선을 확정한 3월 10일 사의 표명한 이후 두 번째다.
이 검사는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사직의 뜻을 밝혔다.
그는 "백홍관일(白虹貫日)의 형국이다. 흰 무지개가 해를 범했으니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며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노골적 사전선거운동, 소통령은 알맹이 없이 상대방을 힐난만 하는 말장난, 여사님은 영부인 놀이로 날 새는 줄 모르는 가운데, 전쟁의 위협은 점증하고, 서민경제는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희망을 잃은 채 마음속에 까닭 모를 울분만 가득하다"면서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검찰공화국"이라며 "아침에 눈을 뜨면 검찰의 압수수색 기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선거가 코앞인데도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은 오해받을 수 있는 수사를 자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검사는 "지난 정부에서 검찰은 우선적 개혁 대상이었고, 저는 김 전 차관 사건 재조사 실무를 맡았다"며 "재조사 과정에서 야밤에 몰래 출국하려는 김 전 차관을 잡았다. 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김 전 차관이 구속돼 검찰개혁의 동력이 됐지만, 개혁은 실패하고 결과는 지금의 검찰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도 검찰개혁 과정에서 작은 역할을 맡아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는 이유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초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14회나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4년째 수사와 재판에 인생이 볼모 잡혔다"고 했다.
이 검사는 검찰 개혁이 재추진돼야 하고 본인도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은 검찰에 기반한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한 엄정한 국민의 심판이고, 주권자인 국민의 검찰공화국 해체 명령"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회복돼야 하고 검찰은 대수술을 거쳐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검찰에서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살려 검찰개혁의 일익을 맡겠다"라고 했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던 중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자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허위로 작성해 김 전 차관을 불법 출국금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허위 내용을 기재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사후 승인받은 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검사의 사의 표명은 총선 출마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공직자는 선거일로부터 30일 전까지 사퇴하면 된다.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박은정 전 부장검사도 이날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