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태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황진환 기자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검사한 시중은행 5곳 모두에서 판매원칙 위반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대면판매의 경우 은행 배상책임을 최소 30% 상정한 상태에서 투자자 요인에 따른 가감을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배상안을 제시했다.
11일 금감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홍콩 H지수 ELS 검사 결과(잠정)와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검사 대상은 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은행 5곳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증권사 6곳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과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2020년 초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급락 이후 각국 주가지수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H지수 역시 출렁이는 시기에 오히려 관련 ELS 영업목표를 상향하고 무리한 실적경쟁을 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판매사는 H지수 ELS 판매한도를 올리도록 리스크관리 기준을 변경하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또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임의로 조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손실감내 수준 20% 미만', '단기투자희망'이라고 응답한 투자자에게도 ELS를 팔기 위해 판매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 투자자에게 상품 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도록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영업점 방문이 어렵다는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성향진단설문지와 상품가입신천서 등을 대리로 작성·서명한 사례도 나왔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금감원은 판매사 배상비율을 23~50%로 설정한 기준안을 제시했다. 배상비율은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요인(±45%) 등을 가감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특히
검사 대상 모든 은행에서 적합성원칙 또는 설명의무 위반사항(일괄 지적사항)이 발견되면서 금감원은 위반행위 유형과 시기에 따라 20~40%의 기본배상비율을 책정했다. 또 불완전판매를 유발·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고려해 대면판매의 경우 10%포인트, 온라인 판매의 경우 5%포인트를 가중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 창구. 연합뉴스전체 H지수 ELS 판매 잔액(18조8천억원) 중 은행 판매는 15조4천억원으로 약 82%를 차지하며, 이중 91%가 오프라인 판매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은행에서 대면으로 가입한 고객의 경우 최소 30% 은행 측 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고객 본인의 연령이나 투자목적·액수, 투자 경험과 상품 이해도 등에서 각각 점수를 가감해 최종 배상비율을 계산하게 된다.
예적금 가입 목적의 고객임이 인정된다면 10%p, 금융취약계층 5~10%p, ELS 가입경험이 없거나 서류상 가입인의 성명이나 서명이 누락된 경우 5%p 은행 책임으로 가산된다.
반면 ELS 가입횟수가 21회 이상이면 2~10%p, 가입 금액이 5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5~15%p까지 차감된다. 과거 가입한 ELS 상품에서 발생한 누적 이익이 이번 조정대상 ELS의 손실을 초과한 경우에도 배상비율 조정에서 10%p 밀리게 된다. 단, 배상비율을 조정할 때 과거 수익이 고려될 뿐 이를 배상금액과 직접 상계하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금융회사 임직원 등 일정수준의 금융지식이 있거나 법인인 경우도 5~10p포인트 차감된다. 반대로 투자목적의 자금운용이 제한되는 비영리 공익법인이 ELS에 가입한 경우라면배상비율 조정에서 5%p 유리하도록 정했다.
각 판매사는 이번 배상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을 실시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로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하는 한편 판매사의 고객 피해 배상과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 참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번 분쟁조정안은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했다"며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법적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