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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얘들아 걱정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

    [신간] '내 다리는 한계가 없다'·'울지마톤즈 학교'

    삼인 제공 삼인 제공 "옛날에 엄마가 딴 집으로 시집갔어/ 이집 저집 남 집에 얹혀 애기봐주고 살았지/ 스무 살에 시집와/ 애, 농사, 내 집 짓고 사니/ 사는 것 같더라 … 사는 게 허망해 눈물 나고/ 행복해도 눈물 나드라" (강분해 '눈물')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는 괴산두레학교에서 뒤늦게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쓱 그린 시화를 엮은 책이다. 60대 후반에서 고령의 90세가 넘은 일흔아홉 분의 할머니와 네 분의 할아버지가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가 담겨 있다.

    "세월을 못 타서 고생을 한 거지/ 험한 세월에 나서 고생을 한거지/ 다 해내고 나니 지금은 만사 오케이/ 지금은 사는 맛이 나지" (김정순 '만사 오케이')

    "추석에 본 며느리/ 많이 힘드나 보다/ 일 때문에 힘들고/ 남편 때문에 힘들고/ 내가 보낸 홍삼 먹고 힘내라/ 깻잎, 가지 반찬 먹고 힘내라" (박말순 '우리 며느리')

    할머니들 시대에 겪었을 어린 시절의 지독한 가난, 끝이 없는 농사일의 고단함, 먼저 자식을 떠나보낸 한 같은 아픔과 슬픔도 많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웃게 만드는 질긴 삶의 의지 또한 함께 어우러져 있다.

    괴산두레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모여 공부하고 배움을 나누고 실천하는 교육공동체다. 2010년 괴산 읍내에 첫 문을 열고 이후 면 단위에 14개 두레학교 분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꾹꾹 눌러쓴 글자 한자, 모퉁이에 무심한 듯 그려 넣은 그림 한 쪽마다 어머니들이 겪어온 평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괴산두레학교 엮음 | 삼인 | 224쪽

    현대지성 제공 현대지성 제공 평소와 다름없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던 중 5톤 트럭에 깔리는 끔찍한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잃은 박찬종 씨의 사연이 소셜미디어(SNS)에 확산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고 일주일 만에 "저는 괜찮습니다"로 시작하는 글로 SNS에 화제가 됐고, 112일 만에 의족을 차고 다시 걷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누군가는 '초긍정주의자'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했다.

    심지어 병상에서 장애를 얻고도 좌절하지 않고 장애인 사이클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결국 이듬해 참가한 전국체전에서 4개의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지금은 페럴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그가 사랑해왔던 사이클을 놓지 않고 있다.

    저자는 끔찍한 사고로 고통과 평생 장애를 가져왔지만 좌절과 낙심보다 슬픔의 찬 가족에게 덤덤하게 개그를 던질 정도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오히려 다독였다. 그는 "이제 다리가 하나 없는 것은 나의 특징"이라며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자기혐오에 빠져 있기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고 삶의 한계를 두지 않기로 했다.  

    "내가 다리를 잃었지, 유머를 일은 건 아니니까." / "차라리 나는 그냥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책은 평범한 회사원이자 취미로 자전거를 타고 동호회 활동을 하던 유튜버 박씨(CJ PARK)를 덮친 끔찍한 장애 사고와 놀라운 멘탈과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며 장애를 수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초긍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와 다름 없는 그의 긴 레이스는 아직 진행 중이다.


    박찬종 지음 | 현대지성 | 296쪽

    북루덴스 제공 북루덴스 제공 
    대한민국의 의사이자 가톨릭 살레시오회의 수도자 겸 성직자인 이태석 신부는 남수단에서 2001년부터 봉사하며 암으로 세상을 등진 2010년 1월까지 수단의 아이들의 손을 붙잡아 준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다.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태석 신부의 예를 들며 의사가 없는 먼 아프리카까지 환자를 찾아가 낮은 곳에서 헌신하며 나눔을 실천했던 고인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울지마톤즈 학교'는 2010년 9월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구수환 감독이 이태석 신부가 세상을 떠난지 13년, 고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신비한 현상'으로 생각하며 그 이유를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수단으로 날아가 이태석 신부를 카메라에 담아낸 이후 '이태석재단'을 설립했다. 그의 정신을 전달하기 위해 곳곳에 누비면서,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그의 헌신을 배우려는 '이태석 신드롬'을경험한다.

    저자는 '이태석 신부가 전하는 네 개의 메시지'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참을 수 없는 이타심', 맨손으로 수단의 한센인들의 발을 만지며 사랑으로 치료한 '죽음을 잊은 용기, 톤즈 마을 구석구석에 남은 이태석 신부의 절실했던 '헌신적인 실천', 수단의 톤즈 마을에서 그들을 가르치려하지 않고 군림하지도 않고 그저 그들과 함께하며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감사하며 섬기는 마음'을 짚어내며 여정의 순간들을 책으로 길어 올린다.

     
    구수환 지음 | 북루덴스 |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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