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대강당에서 비대위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공신력 있는 제3자에 의뢰해 1년 후에 정하자'며 이를 토대로 한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서울의대 비대위의 일방적 희망"이라고 사실상 거부하고 나섰다.
12일 의협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서울대 의대 비대위의 주장은) 의협 비대위나 전공의 비대위와 사전에 협의된 바도 없고,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라며 "2000명 의대 증원 정원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얘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수 증원에 있어 정부 말은 의사 쪽에서 못 믿고, 의사 쪽 말은 정부 쪽에서 못 믿으니까, 공신력 있는 해외기관에 의뢰를 해보자"고 밝혔다.
방 비대위원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2년에도 1년간 (연구를 거쳐) 상당히 정확한 데이터를 냈었다"며 "OECD나 필요하면 WHO(세계보건기구)에 의뢰를 해도 되고, 1년 뒤에 연구를 취합한 합의, 일치된 결과가 나오면 따르자"고 밝혔다.
이처럼 증원 규모를 열어둔 상태에서 다양한 주체가 모인 사회적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자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다.
방 비대위원장은 "의사 증원 규모를 무조건 2000명으로 정하지 말고, '증원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며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정부, 의협, 여야와 국민들까지 들어간 협의체다. 국민들이 들어와 객관적으로 보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의협은 "의협은 대화를 가장한 요식 행위에 들러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통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요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증원 규모를 놓고 한치도 양보하지 않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앞서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못박고 "하지만 대화의 문은 열려 있어서, 이 부분에 관해서도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수 차례에 걸쳐 정부에 무리한 정책 강행을 중지하고 대화에 나서 줄 것을 호소했지만 정부는 그동안 정책 추진 철회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며 "전제 조건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정책 수긍을 강요하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서울 의대 비대위 기자회견 이후 SNS를 통해 "대정부 토론회 제안한 적 없고, 서울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와 합의한 사안이 없다"며 의대 정원 증원 전면 백지화에 대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