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와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김도균 CBS 인턴기자"누굴 심판하겠다는 것도 결국은 싸움질 아닌가요?"
지난 12일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 만난 화성시민들은 여야가 중앙 정치 차원에서 내건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은 '운동권 심판론'을,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각각 내걸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주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을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참전으로 '3자 구도'가 들어서며 4‧10 총선 수도권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이자,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지난 19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더불어민주당에서 차지했고, 이번엔 화성정에서 출마한 개혁신당 이원욱 의원이 표밭을 잘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기자 출신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전략공천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의 한정민 후보를 맞대응 카드로 내세웠다. 공영운‧한정민‧이준석 세 후보는 도농복합지역에서 인구밀집형 도시로 탈바꿈한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민심을 파고들 기세다.
민심 좌우할 이슈…고도 성장 동탄 부족한 '교통과 의료'
지난 12일 경기 화성의 신리천 산책로에서 만난 시민 정지훈(43)씨는 "누굴 심판하겠다는 말들이 지역민에게는 무슨 소용이겠나"라며 여의도 정치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동탄호수공원에서 마주친 30대 이현지씨도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에 정권 심판이나 운동권 청산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화성을 지역민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문제는 '교통 불편'이었다. 각종 산업단지가 밀집해 출퇴근 정체 현상이 심각하고, 지하철이 없어 인근 도시로의 이동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시내·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한 번 놓치면 30~40분씩 기다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때문에 "교통 문제에 주목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택시기사 김종하(64)씨는 "출퇴근길을 다녀보면 교통 체증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라며 "젊은 직장인 인구는 계속 유입되고 있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탄6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강태훈(22)씨는 "수원까지 통학하면서 광역버스 배차 부족을 느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하철도 없어 서동탄이랑은 완전히 동떨어진 느낌"이라며 "만약 서동탄역 1호선을 동탄역까지 연장하겠다는 후보가 있다면 뽑아주겠다"고 피력했다.
서울 강남권의 '베드타운'으로 꼽히지만, 정작 광역 교통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서울에 직장을 둔 정지훈씨는 "화성은 수도권 지역임에도 서울로 가는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출퇴근이 힘들다"며 "권역별 광역버스 노선을 신설해주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년층 중심으로는 의료 인프라 확대의 시급성도 제기됐다. 지난 2월 집계 기준 화성시 인구는 10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지역 내 종합병원은 한림대성심병원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화성정에 속한 동탄1동에 위치해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게 화성을 시민들의 불편 요소다.
동탄4동에서 만난 황형태(64)씨는 "나이 든 사람한테는 의료 인프라만큼 간절한 게 없다"며 "한 정당이 12년 독식하는 동안 종합병원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자씨는 "한림대성심병원만으로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며 "젊은 직장인이 많이 사는 도시라 해도 노인들이 갈 만한 종합병원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공영운‧한정민 '기업 출신 정치 신인', 이준석 '인지도' 강점
공영운‧한정민‧이준석 후보 모두 화성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이야말로 친(親)기업적 인재라는 점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었다. 여야가 앞다퉈 '반도체벨트'로 분류해 지역 친화적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DS부문 연구원 출신인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는 "정치 신인이지만, 동탄 신인은 아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10년간 동탄에 살면서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싸우는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 다닐 때도 월급 이상으로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동탄에 대한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진정성을 호소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주당 공영운 후보 역시 정치 신인이다. 그는 본인을 "정치 신제품"이라고 일컬으며 현대차 임원을 역임한 경험을 화성시 개발에 녹여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화성시와 같이 성장해 왔다는 공 후보는 "화성시 관내 연구개발본부에서 일했던 18년 동안 화성시 일자리 확대와 산업 발전 과정을 함께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높았다. 12일 오후 동탄4동의 한 아파트단지를 찾은 이 후보를 알아본 시민들은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와중에도 시민들이 몰리면서 이 후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세 후보 중 이준석 후보의 이름만 알고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지역 업소의 한 자영업자는 "다른 후보들보다 이준석 후보가 먼저 이 동네를 찾아와준 점을 좋게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