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왼)후보와 손훈모 후보. 후보 측 제공 '부정 경선 의혹' 손훈모 →'친명' 김문수로 교체
제22대 총선이 25일 남은 16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뒤집기가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이하 순천갑)에서도 발생하며 선거판이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5·18, 목함지뢰 사건을 비하한 도태우 국민의힘 후보, 정봉주 민주당 후보가 낙마한데 이어 순천갑에서는 '부정 선거 의혹'으로 손훈모 후보의 공천이 취소되고 '친명' 김문수 후보로 교체돼 지역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전날 밤 10시 30분 심야 최고위를 열었습니다. 최고위는 순천갑 선거구 경선에서 1위를 한 손훈모 변호사에서 2위 김문수 당대표 특보로 후보를 교체했습니다.
최고위는 "당내 윤리감찰단의 조사 결과 경선(10~12일) 부정이 확인됐다"며 당헌 제23조·제27조 및 제103조 제2항에 따라 위임 받은 당무위원회의 권한으로 해당 선거구에 김문수 후보자를 선정해 추천을 의결하고 후보자를 인준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역 소병철 의원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으로 김문수, 손훈모 후보는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50%의 경선을 치렀습니다. 손 후보는 국민투표에서 김 후보를 0.3%p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순천갑' 손훈모 지지자들이 16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앞에서 민주당의 손훈모 공천 취소 결정을 비판했다. 손훈모 제공 손훈모 "정치공작…억울하다" 강력 반발
그러나 기쁨은 잠시, 김 후보 측은 손 후보에 대해 '경선 부정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 후보 측이 손 후보가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으로 나뉜 투표권을 무시하고, 이중 투표를 했거나 부정을 유도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겁니다.
김 후보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손 후보가 (경선 여론조사 기간인) 10일 오후 12시 3분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 번호가 수신된 휴대전화 화면을 12시 10분에 캡처해 '시민투표완료'라는 메시지와 함께 1340여 명이 있는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권리당원은 일반투표를 할 수 없는 규정을 어기고 여론을 조작 왜곡했고, 1340여 명이 모인 단톡방에 알려 참여를 유도했다"며 "선거법 위반 및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안으로 후보자격이 박탈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후보 측은 중앙당을 방문해 최고위원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를 요청했으며, 당 윤리위는 순천을 방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손 후보 측은 "김 예비후보의 주장과 달리 이중 투표를 하지 않았고, '이중투표를 유도했다'는 근거로 들었던 인증샷은 손 예비후보의 지지자가 '투표인증'을 위해 보낸 것으로, 투표수를 세기 위해 공유한 것이다"고 해명했습니다.
손 후보도 "김 예비후보가 민주당 당내 경선 ARS 투표기간에 후보 지지호소 전화가 엄격하게 금지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자원봉사자들을 시켜 권리당원들에게 경선 전화 꼭 받아주시고 김문수 예비후보 선택을 꼭 부탁드린다고 전화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습니다.
손 후보는 이번 당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선거 캠프 참모들과 중앙당 항의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앞에서 "시민에 의해 선택된 경선 결과를 뒤집는 결정은 민심을 거역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민주당 중앙당 규탄을 위해 지지자들과 함께 상경했습니다.
특히 손 후보 측은 "경선결과 번복은 변화 발전과 세대교체를 갈망하는 28만 순천시민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의석 1석을 포기하는 민주당의 자멸행위"라며 "통화내역을 뽑아서 증거로 제출했고 정치공작이 진행되는 줄 모른 채 충분한 소명이 됐다고 생각해 앞으로 전개될 본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진보당 이성수 후보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순천 무공천을 요구했다. 진보당 제공 민주당 공천 번복에 커진 시스템 불신 '도마위'
가운데 경선 번복을 두고 민주당의 '기준 없는 공천 시스템', '결국 친명 시스템' 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민주당은 경선과정에서 권리당원과 일반국민으로 나눠서 하는 공천 시스템이 명확히 있음에도 그 이후 발생하는 문제는 주먹구구식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북을의 경우 순천갑처럼 1위 후보 공천권이 취소됐지만, 경선 2위에게 공천권을 승계하지 않고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나왔습니다.
강북을 경선 재심 신청에서 기각된 박용진 의원은 SNS를 통해 "순천은 차점자가 공천을 승계하고 강북을은 전략경선지역으로 결정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원칙없는 결정이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와 관련 4선 김성희 의원은 민주당 의원 한 단톡방에서 "경선 1위에 대해 공천이 취소된 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이나, 서울 강북을 지역이나 같은데 왜 결론은 다르냐"고 형평성을 지적했습니다.
앞서 인근 순천·광양·곡성·구례 을 선거구도 갑자기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해 권향엽 예비후보로 단수공천했다가, 경쟁자인 서동용 후보의 이의신청에 의해 경선 체제로 전환된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 손 후보의 공천 취소 배경으로 지목된 '경선 부정 의혹'과 관련해 정확한 설명이 없는 것도 불투명한 공천 과정에 의구심을 낳게 하는 대목입니다.
아울러 막바지까지 이어지는 공천 파장으로 지역 내 반민주당 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최근 선거구 분구가 무산되며 민주당이 '순천을 버렸다'는 분위기가 급상승한 가운데 공천 과정에 대한 불신까지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천은 민주당의 문재인과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게 전국 최다득표를 안겨준 곳입니다. 그러나 지난 6.1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공천에 대한 깊은 반감의 여파로 무소속 단체장이 당선된 곳이기도 합니다. 앞서 이정현, 김선동 전 의원도 당선시킨 바 있습니다.
진보당 이성수 후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양심있으면 무공천하라"고 비판했습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민주당 공천 시스템은 십 수 년의 경험에 의해 마련된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공천 과정을 보면 시스템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순천갑 선거구는 김문수 후보가 민주당 본선 진출자로 결정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김형석 전 차관을, 진보당은 이성수 전남도당위원장을 후보로 확정했습니다.
개혁신당 천하람 전 최고위원은 공식적인 출마선언을 미루고 있고, 무소속으로는 신성식 예비후보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