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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오늘을 상상 못해" 감격한 박찬호 인터뷰에 한참 대기한 로버츠 감독

"30년 전, 오늘을 상상 못해" 감격한 박찬호 인터뷰에 한참 대기한 로버츠 감독

박찬호. 연합뉴스 박찬호. 연합뉴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글러브 하나를 들고 고척돔을 찾았다. 바로 30년 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인 야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던 시절에 사용했던 글러브다.

박찬호는 20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4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에 시구자로 나선다.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사무국 관계자는 박찬호를 "오늘 경기에 가장 적합하고 완벽한 시구자"라고 소개했다.

박찬호는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추신수, 류현진, 김하성 등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한 수많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선구자다. 박찬호가 뿌린 씨앗은 성장과 성장을 거듭해 30년이 지난 올해 서울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성사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음 인터뷰 순서로 예정돼 있었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기자회견장 밖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박찬호는 할 말이 많았다. 인터뷰 내내 감격적인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찬호는 "시구 하나 던지려고 왔는데 마치 한 경기를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된다. 너무나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30년 전에는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쉽지 않고 어려웠다. 특히 마이너리그 있을 때 많은 일을 경험했고 헤쳐나가야 했다. 그런 일을 통해 내가 성장했고 그 결실이 한국 야구의 발전, 30년 후에 서울 개막전이 벌어지는 역사로 생겨났다. 감명 받았다. 지금 글러브는 30년 전에 썼던 글러브다. 고향에 있는 박물관에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글러브에 대해 "한국에서는 선배들이 쓰던 장비를 물려받았고 그걸 또 후배에게 물려주고 졸업했다. 내가 쓰던 물건을 가치있게 소장하는 개념이 없었다. 미국에서 첫 삼진을 잡았는데, 그 경기에서 2점을 내줘서 많이 부끄럽고 아쉬웠다. 그런데 오히려 덕아웃에 들어가니까 토미 라소다 감독이 덕아웃 앞까지 나와서 안아주고 공 하나를 주더라. 일단 받았는데, 당시 통역은 야구장 안에 못 들어와서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클럽하우스에서 허용한 점수 때문에 아쉬워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는데 나중에 라소다 감독이 설명해주더라. 이게 역사에 남을 공이 될 거라고. 첫 한국 선수가 처음으로 삼진을 만들어낸 공이라고. 그래서 그 공이 내게 소중한 보물이 됐고 이후 내가 쓰던 물건을 소장했다. 승리투수가 된 날 공 124개를 모두 모았다. 그게 제 고향 시에서 만든 박물관에 기증돼 있다. 이 글러브를 30년 후 오늘 다시 쓸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잘 간직하고 있었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하성과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수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서울시리즈에 나선다. 그 자체만으로 박찬호는 감격스럽다.

그는 "30년 전에는 아시아 선수는 나 혼자였다. 첫 해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다음 해인 1995년에 일본의 노모 히데오가 와서 다시 동양의 문을 활짝 열었다. 노모와 함께 다저스에서 활약하면서 동양의 메이저리그행 문은 더 활짝 열렸고 더 단단히 자리잡았다. 그 뒤로 다르빗슈, 이치로, 류현진, 김하성, 추신수 그리고 대만 선수들, 많은 동양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노모의 나무가 튼튼하게 자랐구나, 박찬호의 나무도 튼튼하게 자랐구나, 그 열매들이 메이저리그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더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꿈꾸면서 더 크게 훌륭하게 성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여러 구단에서 뛰었지만 박찬호 하면 떠오르는 구단은 역시 다저스다. 역사적인 서울 개막전, 그것도 다저스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서기 때문에 감회가 더 새롭다. 박찬호는 다저스를 "한국 국민들에게 첫 사랑"이라고 불렀다.

그는 "다저스는 저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야구 팬에 알려졌다. IMF 때 한국인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스포츠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고 용기를 줄 수 있었다. 그게 파란 유니폼이었다.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파란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가 던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응원하고, 이기면 같이 기뻐하고, 잘 안 되면 같이 힘들어 하는 시간 뒤로 야구를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 됐던 컬러가 다저스다. 한국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다저스는 첫 사랑과 같고 LA는 나의 고향과도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 연합뉴스 박찬호. 연합뉴스 박찬호 인터뷰 중 밖에서 대기하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 노컷뉴스박찬호 인터뷰 중 밖에서 대기하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 노컷뉴스
언젠가 일본의 다르빗슈 유(통산 103승)가 자신의 아시아 최다승 기록(124승)을 넘어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기록은 굉장히 중요하다. 제가 2007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어야 했는데 그때 여기까지인가 생각했다. 노모 히데오의 기록(123승)을 보면서 다시 용기를 갖고 한 번 더 도전하자는 마음을 가졌다. 노모의 기록이 내가 다시 한 번 재기하는데 큰 목표가 됐다. 용기를 줬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124승 기록도 언젠가는 당연히 깨져야 한다. 다르빗슈가 꼭 깨기를 바라고 그 기록이 또 다른 다음 세대들에게도 좋은 목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서울시리즈의 주인공과 다름 없는 김하성에 대해서는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계약할 때 제가 많은 이야기를 했고 계약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계약하고 나서는 책임감이 생겼다. 삼촌이자 보호자 입장처럼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 첫 해는 어려웠다. 그 어려움을 겪고 지난해에는 많은 성장 속에서 골드글러브 등 한국 선수로서 또 다른 역사를 썼다. 성숙함과 내면의 인성도 단단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흐뭇했다. 메이저리그 경기에 한국에서 열리는데 김하성이 슈퍼스타로서 한 부분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파드리스 선수들이 회식하는데 김하성이 거기서 스피치를 하고 선수들을 모아서 용기도 주고, 동기부여도 주는 모습을 보며 굉장히 흐뭇했다. 30년 전에 저는 말도 못 했다. 팀의 리더 역할을 하고 멘트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김하성이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면서 선배로서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로버츠 감독은 박찬호에 대해 "메이저리그의 불모지에서 새로운 유산을 남긴 선수"라며 "많은 선수들에게 차세대 박찬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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