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 연합뉴스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통일 흔적 지우기'에 나서면서도 북한 내부의 이념적 혼란을 우려해 "단계적으로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통일 흔적 지우기를 내부적으로 홍보하거나 주민들을 교육시키는 등의 모습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비교적 조용하게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내부적으로 선대의 업적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념의 혼란이나 그럴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통일 흔적 지우기를 통해 내부 주민들의 대남 동경과 기대심리를 원천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남북을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한 뒤 북한에서는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철거, 북남경제협력법 등 관련 법률 폐지, 애국가 가사 중 '삼천리' 부분 삭제 수정, 평양 지하철 '통일역' 명칭에서 '통일' 삭제 등 '통일 흔적 지우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선전과 교양, 궐기 대회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날 통일정책연구포럼에서 "두 국가 선언 이후 현재까지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관영 매체에서 관련 보도가 전혀 없고, 주민 선전·선동 및 궐기대회도 전무하다"며, "통일과 민족 개념의 부정은 선대 유훈의 부정으로 북한 주민과 엘리트 층의 반발 등 체제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도 최근 한 포럼에서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일 지우기'는 지난 80년간의 남북 분단사에서 6·25 전쟁 이후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면서, 향후 북한 사회 내에서 통일의 정당성을 둘러싼 '북북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