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4·10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민생' 관련 공약 대결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생회복지원금'을 제안하자, 정부·여당은 특례시 지원과 저출생 극복을 앞세워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여야 모두 실효성 있는 재원 마련책은 내놓지 않고 있어 포퓰리즘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與 "3자녀 가구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尹 대통령 "4개 특례시 지원 위한 특례법 마련"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저출생 대응정책에 소득기준 폐지하겠다"며 저출생 극복 공약을 제시했다. 한 위원장은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정부지원 소득기준은 부부 합산 1억 3천만원"이라며 상대적 차별 가능성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 자녀 이상인 가구에 대해서는 자녀 모두에 대해 대학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며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할 뜻을 밝혔다.
정부·여당은 저출생 극복 외에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겠다며 관련 정책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23번째 민생 토론회를 통해 "특례시들이 전략산업을 비롯한 각종 도시 발전 계획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용인·수원·고양·창원 4개 특례시에 대한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특례시 별 상황에 따라 교통·주거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실버타운과 영타운이 결합한 '주거 문화 복합타운'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용인시가 향후 인구 150만을 품는 첨단 스마트시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용인시 뿐 아니라 특별법을 통해 특례시의 상황에 맞춰 필요한 지원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민주 '민생회복지원금' 제안…이재명 "대통령 실언에 물가 끼워 맞춘다…인당 25만원 지원해 경기 살릴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25일 김해 카페거리에서 이 지역 출마 후보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에 하루 앞선 지난 24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생회복지원금'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에 지급됐던 재난지원금과 유사한 성격으로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의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원해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해소하고, 경기도 살리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발표에 맞춰 '삶의 질 수직상승'을 콘셉트로 하는 총선 정책공약집도 공개했다.지역화폐를 통한 민생 지원 외에 앞서 공약으로 제시했던 초등돌봄 등 저출생 대책과 대학교 기숙사 지원, 금리 부담 완화, 통신비 절감 등 각종 민생 지원책을 다시 갈무리했다.
이날 경남 지역을 찾은 이 대표는 "대통령 실언에 물가를 끼워 맞추는 그런 느낌이 든다"며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 모두 '민생' 강조하지만 피하기 힘든 '포퓰리즘' 지적…與,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 언급 안 해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과 윤희숙 중성동갑 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이처럼 여야 모두 그간의 초점이었던 상대당 실정에서 벗어나 '민생' 관련 이슈로 표심을 공략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민생'을 위하는 정책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정부의 예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에 가까운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이날 발표한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 소요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3자녀 이상 가구의 대학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는 경우와 신생아 출생 가구에 대한 현금성 지원을 늘릴 경우 등에 대해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해당 정책에 대한 예산 소요 추산치는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특례시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또한 실무진과 사전에 조율되지는 않았던 내용이다. 이번 발표를 통해 제시된 용인·수원·고양·창원 등 4개 특례시에 대한 지원 확대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다. 이들 지자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꾸준히 요구를 해왔음에도 관계 법령의 개정은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이번에 윤 대통령이 예상치 못하게 특별법을 언급했다.
대한민국특례시장협의회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담당자들과 계속 논의를 해왔던 부분이긴 하다"면서도 "대통령실로부터 특별히 언질을 받지는 않았고, 관련된 회의도 열리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논의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 13조원 필요하다는데 야당으로서 조달 가능할지 의문…"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 지적도
재원 조달에 대한 의문점은 민주당 공약도 다르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언급한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 민주당은 필요 예산이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코로나19 사태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것을 사례 삼아 계산한 것이다. 민주당은 예산 조정, 국채 발급에 이어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언급했지만 이들 모두 구체적인 방안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런 방안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국회가 뒷받침을 해야 하는 방식인데, 민주당은 다수당이 되더라도 여전히 야당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정부에 요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추경의 경우도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고 국회가 이를 심사하는 방식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김해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때 저희가 13조원 정도 부족한 금액을 지원했다. 동네 경기가 많이 활성화 됐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지만, 당시에는 문재인 정권으로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반면, 현재는 국민의힘이 여당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민생회복지원금 발언에 대해 "돈을 푼다고 물가가 잡히냐"고 지적했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미 여야가 포퓰리즘 공약 제시 국면으로 들어선 상황이어서 오히려 이 대표보다 먼저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책성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물가와 금리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이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물가를 잡고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