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4·10 총선에서 단독으로 171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두 요직을 모두 차지하면 각종 법안은 물론 국무위원 탄핵 소추까지 속전속결로 일사분란하게 추진할 수 있다.
국회의장, 법사위장 나눠 맡는 관례 깨져…野 독식 움직임에 與 반발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오는 6월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한 뒤 국회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시에 차지하겠다는 내부 기류가 감지되면서 향후 여야 원 구성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되는 국회의장은 통상 원내 제1당이 맡게 된다. 6선이 되는 민주당 추미애, 조정식 당선인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제1당인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차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정부가) 일방통행이라 22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직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방송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서) 법사위를 내놓은 결과가 어땠는가. 모든 법안이 막혔고 협치는 실종됐고 갈등의 극치는 더 극대화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선 전반기 법사위원장 후보로 이언주, 전현희, 송기헌, 김용민 의원 등이 거론된다.
법제사법위원회. 윤창원 기자법사위는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고 있어 모든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거쳐야 하는 '상임위의 상임위'로 불린다. 관문의 수장인 법사위원장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도, 반대로 지연시킬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하면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법사위원장은 야당 또는 제2당이 맡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러한 관례는 21대 국회 전반기 때 총선에서 180석 대승을 거둔 민주당이 국회의장은 물론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면서 깨졌다.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법안 발목잡기'를 막아야 한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22대 국회를 앞두고 또다시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법사위원장 맡으면 쌍특검법 재추진에 유리…탄핵소추위원도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모두 맡아 각종 법안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21대 국회 후반기 때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김도읍 의원) 자리를 넘기면서 지지층으로부터 '개혁법안 처리가 늦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특검법 등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길게는 수백일 지나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는 식으로 정부·여당을 견제해왔다. 여기에 국회의장에겐 시간을 단축시켜 법안을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만큼, 민주당은 두 요직을 차지해 입법 주도권을 쥐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해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는 것은 총선 민심을 충실히 받드는 시금석"이라며 "체계·자구 심사 때문이 아니라 특검법, 검찰개혁법 등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대부분 주요 법안이 법사위 (소관) 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사위원장은 장관이나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소추위원을 맡기도 한다. 지난해 2월 야권 주도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지만, 정작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탄핵 절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음 국회에서도 야권이 다수 의석을 활용해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사위원장은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