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이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내부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당권 재도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권에 도전할 법한 중진들이 의장 선거로 몰리는 모습이다.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5월 22대 국회 원 구성이 끝나는 대로 치러지는 국회의장 선거에서 6선이 되는 조정식 사무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거세게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5선 고지에 오른 의원들도 의장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 무기명 표결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을 얻으면 당선되는데 통상 원내 1당 최다선 의원이 맡아왔다. 민주당 내에서 후보들 간 단일화나 추대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이번엔 당내 경선을 거칠 전망이다.
유력한 후보인 조 사무총장의 경우 이해찬계 출신이지만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선거와 지난 대선 캠프에서 중책을 맡으며 당내 대표적인 친이재명계로 입지를 굳혔다. 또 이 대표 지도부에서 약 2년 동안 사무총장을 지내며 공천 등 선거 실무를 담당해 결과적으로 총선 승리의 공을 세웠다는 평을 받는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며 "무너진 헌법정신과 의회정치가 복원될 수 있도록 최일선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의장 선거에 돌입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파전의 또다른 주인공인 추 전 장관은 2016년 민주당 당대표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을 맡으며 검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며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7일 SBS라디오에서 "'혁신 의장'의 역할을 많이 기대해 주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준다면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종민 기자
또 최근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 연임론에 힘이 실리면서, 대표 출마를 고심했던 5선 의원들까지 방향을 틀어 국회의장 경선에 뛰어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선 후보군으로는 정성호·김태년·안규백·우원식·윤호중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정 의원은 이 대표와 30여 년 세월을 같이하며 '친명 좌장'이라 불릴 만큼 이 대표와 가깝고, 김·우·윤 의원은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안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현역 물갈이'를 주도했다.
그간 선수와 나이순으로 의장을 선출해 온 관례가 있었기에 5선 의원들이 도전하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지난 2022년 21대 국회 하반기 의장 선거에도 4선이었던 우상호 의원이 도전한 전례가 있긴 하다.
또 친명계가 주축이 될 당과 호흡을 잘 맞추고, 야권 주도 법안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선 개혁적 성향의 국회의장이 필요하다는 당내 여론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전례가 있어서 의원들이 선수만 보고 뽑지 않고 무엇을 하려는지 등을 듣고 잘할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의장 선거에 앞서 뽑히는 당 원내대표의 성향이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3일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강성이면 의장은 보다 온건한 성향의 인물로 갈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강성 친명 원내대표가 당선되면 국회의장 선거에선 자연스럽게 탕평을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아지지 않겠나"라며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향후 지방선거나 대선에서 영수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명성만 강조하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단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