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24일 사하갑 '관권선거'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제22대 총선 부산 사하갑에서 맞대결을 펼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과 국민의힘 이성권 당선자 간의 '관권선거' 공방이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 의원은 24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당선자를 향해 "성립되지도 않는 무고죄 운운하지 말고 부정한 관권선거와 관련해 당당하다면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관권선거 논란의 시작점인 이 당선자와 이갑준 부산 사하구청장, 지역 관변단체 간부 간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을 보면 지난 2월 24일 이 구청장은 한 관변단체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이성권 당선자가) 이번에 사하갑에 나와서 열심히 후보로 뛰고 있는데, 여기도 같은 고향인데 우연히 만났다. 전화 연결해 줄 거니까 사하갑에는 단디(단단히) 챙겨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넘겨받은 이 당선자는 "청장님 통해서 연락하게 돼 죄송하다"며 "(사하)을은 조금 복잡하게 돼 있는데 (사하갑은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이 난 만큼 전열을 가다듬고 총선을 이기는 게 중요하니까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3월 20일 같은 관변단체 간부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이 구청장은 "회원들은 단디(단단히) 좀 챙겨주소. 무조건 우리 편 돼야 한다. 이 후보님 바로 앞에 있으니까 전화 한번 바꿔드릴게"라며 재차 지지를 당부했다.
이 당선자 역시 "우리 회장님이 사하구 전체에서 파워가 제일 세시니까"라며 "제가 아직 온 지 얼마 안 돼 개별적으로 인사를 다 못 드렸는데 회장님이 많이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에 해당 간부가 "오늘 저녁 월례회에 시간 되면 오라"고 말하자, 이 당선자는 시간과 장소를 물은 뒤 "다시 청장님 바꿔드리겠다"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최 의원이 24일 공개한 이갑준 사하구청장과 이성권 당선자, 관변단체 간부 간의 통화 녹취록. 박진홍 기자녹취록을 공개한 최 의원은 "이 통화들은 우연이 아니고 당선자와 구청장이 사전 계획하에 통화를 바꿔주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임을 알 수 있다"며 "객관적 사실이 이런 데도 이 당선자는 구청장과 공모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당선자는 구청장과 부정선거운동을 함께 하거나 '하게 한 자'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예비후보 본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겠으나, 공무원 신분인 구청장에게 선거운동을 하게 하는 건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당선자는 TV토론에서 '관변단체장인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구청장한테 그런 부탁을 한 적이 없어 통화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라고 거짓 주장을 했다"라며 "녹취를 보면 이 당선자는 통화 상대방이 누군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명백한 허위사실을 계속 유포하고 있다"라고 공세를 펼쳤다.
이 사안과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 22일 이 당선자와 이 구청장을 공직선거법상 부정선거운동 등 혐의로 부산경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성권 당선자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공세를 멈추라고 반박했다. 이 당선자는 "오늘 최 의원의 기자회견은 억측에 기댄 악의적 정치공세의 재탕이었다. 사하갑 주민 선택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치기 어린 행동"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최 의원은 사하갑 유권자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이 선택받지 못한 이유가 8년 간의 국회의원 활동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는지 성찰부터 하길 바란다"라며 "당선인에 대한 흠집 내기와 발목잡기를 중단하고, 재선 국회의원답게 진정한 협치의 품격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제22대 총선에서 부산 사하갑에 출마해 맞대결을 펼쳤으며, 불과 693표 차이로 이 당선자가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