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시아주일 예배 진행자들이 미얀마 시민들과 연대한다는 뜻으로 손가락 세 개를 펼치고 있다. 손가락 세 개는 자유, 민주주의, 선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희망의 하나님, 우리를 위로하시고 우리와 평화로 함께 하소서"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위한 아시아 교회들의 연합예배가 열렸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Christian Conference of Asia, CCA)는 해마다 성령강림절 직전 주일을 '아시아 주일'로 정해 아시아 각 지역의 시급한 선교적 과제에 참여해오고 있는데, 올해 아시아 주일 주제는 '미얀마의 평화'였다.
아시아 지역 각 교회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미얀마를 향한 마음을 모은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도 12일, 서울 성북구 보문제일교회에서 '2024 아시아 주일 예배'를 드리고 미얀마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배 참석자들은 지난 2021년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3년 넘게 지속되어 온 잔혹한 탄압과 폭력 속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미얀마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설교를 전한 남부원 '미얀마·버마 민주화를 위한 아시아 에큐메니칼 플랫폼(버마 플랫폼)' 의장은 "현재 미얀마가 고통 받고 있는 국가 폭력의 문제는 결국 시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 시민사회를 활성화시키며, 권력을 순치하고 길들이는 지난한 씨름의 과정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미얀마 시민들을 향한 연대와 지지를 당부했다.
남 의장은 "버마 플랫폼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 불복종 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군부의 공격을 받은 시민들을 위한 의료·식량·쉼터 지원, 정치적 이슈로 수감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법률 서비스 지원, 재생 에너지 농장 운영 등을 통한 지역사회 일자리 제공, 온라인 교육 등을 통한 미래세대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대 활동을 통해 미얀마 활동가들은 '군부 통치의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고, 세계가 우리와 함께하면서 돕고 있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며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 의장은 특히, "최근엔 군부의 강제 징집령으로 미얀마의 청년들이 강제로 자기 민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거나 총알받이가 돼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들을 긴급 대피시키기 위해 군부의 영향이 닿지 않는 곳 깊은 산 속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긴급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기독청년활동가 소 케 라 흐투씨가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흐투 씨는 "한국교회와 미얀마를 기억하며 연대 활동을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여러분께서 계신 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미얀마를 위해 연대해 해달라"고 부탁했다. 미얀마의 기독청년활동가 소 케 라 흐투씨도 직접 예배에 참석해 미얀마 민주화 투쟁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나눴다.
흐투 씨는 "군부가 폭력적인 진압과 체포를 자행하고 있지만 미얀마의 사람들의 저항은 멈추지 않고 있다"며 "특별히 2020년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할 기회를 가졌지만 자신들의 표가 사장되는 것을 목격한 젊은이들이 저항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 불복종 저항 운동이 장기화되자 군부는 차원이 다른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며 "많은 마을을 불태우고, 대량으로 총격전을 벌이고, 학교와 병원과 교회와 피난민 거주 지역 등을 공습하고 있다"고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흐투 씨는 이어 "친구들과 선배 등 기독학생·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저항 운동에 참여했는데, 수많은 이들이 체포되었고 일부는 지금 숨어 있거나 도주 중"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청년들은 다른 신앙을 가진 난민들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해서 기금을 모으고, 저항 단체에 참여하거나, 직접 이재민 구호, 의료 지원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예배엔 한국필리핀이주노동자공동체와 독일 베를린선교회, 오산이주민센터, 재한독일어권교회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 모여 기도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김진수 총무는 "미얀마 국내 실향민 수는 수백만 명으로 증가하고, 무자비한 죽음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우리는 하나님께서 미얀마의 모든 이들과 함께 고통 받고, 그들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시고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고 기도했다.
오산이주민센터 존스 갈랑 선교협력동역자는 "어찌하여 미얀마 사람들의 고통은 계속되는 것인지, 예레미야 선지자의 물음을 기억하며 기도한다"며 "미얀마의 정의가 곧 우리의 평화임을 고백하며, 우리의 눈과 귀를 열고 미얀마 사람들과 더불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이루어 가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재한독일어권교회 크리스천 라벤다씨는 "군부에 의한 범죄와 민주화운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매우 심각해지고 있지만 누구도 이들의 무고한 죽음 앞에 사죄의 무릎을 꿇는 이가 없다"며 "미얀마의 사람들에게 하늘의 진리를 따라 저항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더해 달라"고 구했다.
12일 서울 성북구 보문제일감리교회에서 열린 2024년 아시아주일 예배.
한편, 이날 미얀마의 평화를 위한 아시아 주일 예배 헌금은 미얀마 현지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현재 미얀마는 논과 밭이 불타고, 쌀을 저장하는 시설이 파괴돼 전역에서 식량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약과 음식, 생필품의 가격이 급증하는 등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특히 군부에 저항하는 양심 있는 시민들은 대부분 실직하거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가난 속에 고통 당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종생 총무는 "누군가는 지금 내전으로 굉장한 아픔을 겪고 있는 미얀마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주 안에서 하나된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상관이 있다'고 말씀하신다"며 "미얀마의 아픔은 곧 우리들의 아픔이고, 또 우리들의 기쁨은 미얀마의 기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을 겪게 되면 도저히 내일의 꿈을 꾸고, 도전해 갈 수 없게 된다"며 "어린이들은 합당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청년들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내일의 꿈을 꿀 수 있도록, 미얀마의 여성들은 더 이상 남성들의 폭력에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이 흘리는 그 피눈물과 간절한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기도하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