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피해 학생(익명), 원은지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 에디터, 추적단 불꽃 '단')
여러분, 몇 년 전 온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던 N번방 사건 다 기억하시죠? 당시 박사라는 닉네임의 주범 조주빈 비롯해서 붓다, 갓갓, 이름까지 생생합니다. 그런데 일명 서울대 n번방 사건이라고 불리는 성범죄 사건이 또 드러나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고 하니 대학을 10년째 다니고 있는 40대의 서울대생이 같은 서울대학교 여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가지고 음란 합성물을 만들어서 그걸 텔레그램을 통해 퍼뜨리고 협박한 사건입니다. 피해자가 60여 명에 달하는데요.
물론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이런 식의 성범죄의 가해자는 남성, 여성 가리지 않아요. 요즘은 성별과 관계없이 음란 합성물 만들고 나체 사진 공유하고 얼마 전에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 남성들 사진, 나체 사진 올린 것이 지금도 문제가 돼서 수사도 이제 곧 착수가 될 것 같고 이런 분위기입니다만 이번 서울대판 n번방 사건은 그중에서도 악질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범인은 잡혔습니다. 그런데 추적을 해서 잡아낸 사람이 민간인, 한 매체의 에디터였습니다. 2년여 간 잠복을 해서 범인을 검거한 분.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이자 온라인 미디어 <얼룩소>의 에디터로 활동하는 분 원은지 에디터 오늘 만나보죠. 어서 오십시오.
◆ 원은지> 네, 반갑습니다. 원은지입니다.
◇ 김현정> 몇 년 전에 출연하셨을 때도 스튜디오에 나오셨지만 얼굴은 공개하기 어렵다 하셔서 저희가 목부터 이렇게 카메라에 담았는데 오늘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죠?
◆ 원은지> 네, 부탁드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김현정> 왜냐하면 여러분 추후 활동을 계속하셔야 되기 때문에, 뭔가 이 잠복해서 해야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양해를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사건, 서울대생인데 40대 서울대생이 주범이다. 재학생은 맞습니까?
◆ 원은지> 재학생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재학생은 아니에요?
◆ 원은지> 네.
◇ 김현정> 졸업생입니까? 그러면.
◆ 원은지> 네, 가해자에 대한 정보는 이렇게 저에게도 경찰이 잘 공유해 주지는 않지만 10년 이상 다녔기 때문에 더 이상 다니면 제적이 될 수도 있는.
◇ 김현정> 그렇군요. 대체 언제부터 텔레그램에서 어떤 짓을 시작한 겁니까?
◆ 원은지> 피해자분을 통해 파악하기로는 2021년도 7월 전후로 시작이 된 것 같고 텔레그램 안에서 불법 합성물을 제작하고 다른 가해자들과 돌려보고 또 피해자들에게 어떤 공포심을 주기 위해 피해자에게 텔레그램으로 연락해서 그 피해자의 불법 합성물을 보내고 반응을 즐기고 희열을 느끼고 그런 범죄가 21년도부터 이어진 걸로 봅니다.
출처 동아일보◇ 김현정> 2021년부터 3년 넘게 그럼 이어졌다는 이야기고 텔레그램 방을 몇 개나 판 거예요? 이 사람이.
◆ 원은지> 저는 파악하기로는 저랑 1대1 대화를 하던 비밀 대화방이 있고 그다음에 그 대화방 외에 그냥 개인 대화방을 할 수 있는 대화방도 또 있었고 그런데 경찰이 파악하기로는 200개가 넘는 대화방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주범은 이번에 잡힌 박 모씨고 몇 명 정도가 더 가담한 겁니까?
◆ 원은지> 저는 박 모씨랑만 대화를 해서 정확한 수치는 경찰이 알고 있는데 일단 지금 밝혀진 공범은 5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5명 정도. 그런데 이거를 파서 방을 파고 거기다가 어떤 피해자들 합성 사진 만들어서 자기들끼리만 돌려보고 낄낄거린 게 아니라 피해자한테 보내서 협박을 했다는 거죠? 능욕을 하고.
◆ 원은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 이루어진 겁니까?
◆ 원은지> 이제 텔레그램은 지인이 가입을 하면 누구님이, 김현정 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 이런 식의 알람이 갑니다.
◇ 김현정> 제 연락처를 상대가 가지고 있을 때죠.
◆ 원은지> 가지고 있다면.
◇ 김현정> 그러니까 원은지 에디터가 제 연락처를 저장해놓은 상태인데 제가 텔레그램에 회원으로 가입을 하면 원은지 에디터한테 떠요. 김현정 텔레그램 가입했다.
◆ 원은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되는 시스템이에요.
◆ 원은지> 그런 시스템이고 그래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텔레그램을 가입하면 이제 아는 사람이었다 보니까 전화번호가 있는 경우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서 너의 불법 합성물 내가 가지고 있어, 내가 만들었어, 이러면서 막 수십 장을 막 보냅니다. 피해자가 가족들이랑 같이 가서 찍은 사진에서 피해자 얼굴만 오려서 나체 사진과 합성하거나 영상과 합성해서 보내기도 하고. 그리고 피해자는 당연히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그 공포를 즐기는 듯이 "너 나 잡고 싶지? 그런데 텔레그램이라 못 잡아", 이런 식으로 경찰에게 신고를 하지 말아라라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피해자는 내 연락처를 가진 누군가라는 건 알지만 그 계정이 익명을 쓰기 때문에 누군지 알 수가 없는, 이런 상황 속에서 막연하게 불안함을 느끼는 그런 상황이 지속됐겠군요.
◆ 원은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이런 피해자가 지금 60여 명에 달하는데 여러분 피해자의 목소리를 한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 피해자 역시 휴대폰에 텔레그램 앱 설치를 했더니 갑자기 여기저기서 익명의 사람들이 파일을 수십 개 우수수수 보내더랍니다. 봤더니 끔찍한 합성 음란물이었습니다. 그 증언을 저희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들으시죠.
◆ 피해 학생> 제 얼굴을 차렷 자세랑 나체 여성 몸에 합성한 거라든지 그런 거는 사실 꽤 그럴 듯하게 이어 붙여서 정말 제 몸처럼 보이는 그런 나체 사진이라든지 거기에 이 문구 같은 것들을 넣는 거죠. 걸레, 변기, 이런 식으로. 그런 모욕적인 문구들을 삽입한 그런 사진과 아니면 남성 여럿이 나체 여성의 이렇게 다리를 약간 이렇게 벌리는 듯한 거에 제 얼굴, 프사에 제가 썼던 그냥 웃고 있는 제 얼굴을 삽입한 그런 사진들 너무너무 무서웠죠. 이거는 정말 온몸이 오들오들 떨릴 만큼 되게 말도 안 되게 진짜 무서운 그런 상황이었고 너무 참담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이걸 이렇게 합성을 해서 이걸 즐긴다고? 라는 게 너무 그냥 혐오스럽고 약간 정말 미식거리는 너무 역겨운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텔레그램. 그러니까 우리나라 걸로 치자면 카톡 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가입을 했는데 갑자기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람들로부터 나의 나체 사진, 합성입니다, 다. 다리를 벌리고 남성에게 어떻게 이런 사진들이 우수수수 쏟아지는데 누군지 알 수 없어요. 사진만 보낸 게 아니라 혹시 말도 걸었습니까? 피해자들한테.
◆ 원은지> 네, 그럼요. 마치 정말 친한 지인인 것처럼 "누나, 누나, 나 기억해?" 하면서 "나는 누나를 처음 보던 날을 잊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말을 걸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본인이 주위에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계속 어필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왜 이러는 것이냐, 이러지 말아라라는 말을 피해자들이 했을 것 같은데요.
◆ 원은지> 너를 보고 흥분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식의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왜 이러냐라고 하자.
◆ 원은지> 네. 현실에서 할 수 없으니까 텔레그램 뒤에 숨어서 성범죄를 저지른 거죠.
◇ 김현정> 그러면서 자신의 영상, 이런 것도 막 보냈다면서요? 음란행위 하는 영상, 이런 것도.
◆ 원은지> 네, 맞습니다. 그냥 본인의 성기로 자위하는 영상만 보낸 게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그림이 피해자들의 얼굴, 피해자들의 일상 사진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 배경이 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그 사진을 놓고?
◆ 원은지> 그 사진을 놓고 그 위에 성기를 놓고 자위를 하고 사정을 하고, 그 피해자의 사진 위에 사정을 다 하는 거예요. 그거를 다른 기기로 찍어서 피해자들에게 전송을 했습니다.
◇ 김현정> 저는 지금 보도를 이거 다 봤는데 이 내용까지는 지금 처음 듣는 거여서. 약간 소름이 끼치는데 이런 걸 지금 피해자들이 받아보고 여러분, 어떤 느낌이었을지. 이런 피해자가 지금 60여 명에 이르는데 다 서울대 학생들이 피해자예요? 아니면 피해자들이 지금 조금 이게 분류가 됩니까? 특정이 됩니까?
◆ 원은지> 일단 제가 제보를 받았던 서울대 피해자분들은 12명에서 15명 이상이 있고요. 그리고 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김현정> 청소년들도 있다고요?
◆ 원은지> 네.
◇ 김현정> 몇 살 정도 학생들이.
◆ 원은지> 정확히 모르지만 10대로 추정을 하고 있고요. 예컨대 이 사람이 보낸 사진들 중에 중고딩들한테도 서울대 피해자분들에게 너의 합성 사진들을 돌렸다,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 돌린 그 중고딩들 가해자들이 또 그들의 친구를 가지고 합성물을 제작을 해서 서로 교환을 한 거죠. 어떻게 보면.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 피해자들의 사진이며 신상은 다 어디서 턴 거예요? 다 아는 사이였던 거예요? 아니면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
◆ 원은지> 잡고 보니 아는 사이였는데 피해자 입장에서 그거를 알 수가 없으니까 이게 정말 아는 놈이 이러는 건지 아니면 어디 정말 흥신소를 통해서 나의 신상 정보를 캐내가지고 테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 김현정> 더 불안한.
◆ 원은지> 네, 더 불안한 시간이 정말 3년 넘게 이어졌었습니다.
◇ 김현정> 나중에 잡고 보니까 아는 사람이었어요?
◆ 원은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사진, 가족사진 이런 건 알 수 없잖아요.
◆ 원은지> 그런데 요즘에는 전화번호만 있으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다 볼 수 있으니까 주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들이 재료가 되었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그것도 진짜 조심하셔야겠더라고요. 거기다 너무 많은 것들을 사진 올리는 것도 정말 조심해야겠더라고요. 그것들을 가지고 재료로 해서 음란 합성물을 만들었군요. 자기들끼리 돌려보면서 낄낄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거를 피해자한테 다시 보낸 이유는 뭐예요? 그러면 들키고 이렇게 꼬리가 잡힐 텐데.
◆ 원은지> 그것마저 범죄의 일환인 거죠. 본인의 어떤 피해자들을 좀 정복욕이라고 할까요? 본인이 너를 이렇게까지 겁박할 수 있고 너를 공포를 줄 수 있어라는 것을 확인을 직접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피해자들이 신고를 해도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까 더 많은, 더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연락을 주기적으로 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본인이 평소에 말을 걸지 못했던 아니면 추후에 그냥 일상을 계속 막 온라인 스토킹을 했던 거죠. 그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본인의 존재를 과시하고 싶었던 걸로도 보입니다.
◇ 김현정> 이 피해자들 60여 명 중에 일부의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했는데 그런데 좌절하고 다시 원은지 에디터를 찾아갔다. 이게 어떻게 된 과정입니까?
◆ 원은지> 그러니까 22년도, 2022년도 7월에 제가 서울대 피해자분들에게 제보를 받았는데요. 그 제보에 따르면 서대문경찰서, 강남경찰서 그리고 세종경찰서 그리고 그 또 다른 경찰서가 있었는데 그 4곳에서 이 수사가 진행되기 좀 어렵다. 지인일 수 있고 원한 관계에 있을 수 있으니 그 피의자를 특정을 해 와라라고 피해자들에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 김현정> 무슨 말이에요? 아니, 경찰에 몰라가지고 신고를 한 건데 범인을 특정해 오라고요, 피해자한테?
◆ 원은지> 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떻게 잡으란 말이에요?
◆ 원은지> 이 범죄의 이름이 '지인 능욕'으로 불리고 있다 보니까 이 경찰에서도 지인 사이에서 벌어진 범죄 아니야?라고 느끼는 거죠. 그래서 피해자들에게 혹시 의심 가는 사람 있냐라고 먼저 물어볼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누군가를 의심하는 일, 내 주위에 누가, 어제 만났던 누구, 어떤 남자 선배, 이런 사람들을 다 의심하다 보면 더 공포스럽거든요, 사실.
◇ 김현정> 경찰에서 물론 지인일 가능성이 있으니까 누구 좀 떠오르는 사람 있습니까? 라고 물어볼 수는 있죠.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데 그 사람을 특정해서 가져와야 우리가 수사를 하겠습니다는 아니잖아요. 이렇게 되면 안 되잖아요.
◆ 원은지> 안 되는데 특정을 해 와야 강제 수사를 할 수 있다 이거죠. 불러와서 대질신문 하고 이런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피해자분들에게 이야기를 한 거죠.
◇ 김현정> 그래서 피해자들은 경찰의 수사가 더 이상 진행이 안 될 것 같다. 이제 막히게 되자 원은지 에디터를 찾아간 겁니다. 왜냐하면 원은지 에디터는 여러분 과거 n번방 사건 또 엘, 그 사건이 어떻게 불렀었죠?
◆ 원은지> 엘 사건.
◇ 김현정> 엘 사건.
◆ 원은지> 제2의 n번방, 그렇게 불렀었습니다.
◇ 김현정> 이런 것들을 당시에 취재했고 또 그 당시에 검거에 또 일조도 했고 했던 분이기 때문에 이분을 찾아간 겁니다. 그때부터 그 방에 잠입 추적을 하신 건가요?
◆ 원은지> 네, 맞습니다. 그때 피해자분들이 보낸 여러 제보 메일 중에 이 주범 박 씨와 1대1 비밀 대화를 할 수 있는 대화방 링크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링크에 제가 들어가서 마치 이 지인 능욕 범죄에 동참하려는 남성인 것처럼 연기를 해서 22년 7월부터 24년 4월까지 계속 대화를 하면서 신뢰 관계를 쌓았습니다.
◇ 김현정> 거의 2년간.
◆ 원은지> 네.
◇ 김현정> 기자라고 하지는 당연히 않으셨을 거고 신분을 가장해서 들어가신 거죠?
◆ 원은지>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30대 남성이라고 했고요. 왜냐하면 이 잡힌 주범을 30대로 추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서울대라는 키워드. 그리고 아내가 있다는 키워드에 반응을 했기 때문에 30대에 미모의 아내가 있는 가장의 역할을 했었습니다.
◇ 김현정> 2년 동안 그렇게 거기에 잠입을 해서 친분을 쌓는 동안 의심은 안 받으셨습니까?
◆ 원은지> 의심받는 순간이 종종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많은 불법 합성물을 너한테 보냈는데 너는 어떻게 한 장도 안 보내? 일종의 서운함에 가까운 그런 의심들이 좀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고 나서는 진짜로 같이 그냥 일상적인 것도 나누고 이렇게 신뢰를 계속 쌓으신 거예요?
◆ 원은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너 왜 안 보내?라고 할 때는 뭐라고 하셨어요?
◆ 원은지> 나는 대신 더 많이 이야기를 할게, 너랑. 너랑 더 많이 대화를 해줄게, 이런 식으로 회유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 범인 박 모씨, 주범 박 모씨가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는 어떤 사회적인 생활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느낌도 좀 드네요, 제가 말씀 나누면서. 온라인상에서는 키보드 워리어처럼.
◆ 원은지> 네, 그런데 좀 대화를 하다 보니까 굉장히 저한테 같이 능욕하자, 이런 식의 메시지가 자주 왔어요. 그래서 되게 외로워 보인다, 이런 생각도 좀 들었고 되게 위태로워 보이고 이 불법 합성이란 범죄에 굉장히 많은 중독이 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좀 많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사회와 단절된 채 외로운 늑대라고 하나요? 그런 표현을 쓰잖아요. 그런 사람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셨군요.
◆ 원은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 약점들을 가지고 더 접근하셨어요. 이제 때가 됐다 해서 경찰에 공조를 요청하게 된 그 시기는 언제쯤입니까?
◆ 원은지> 사실 22년 7월에도 이 관악경찰서에서 피해자들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때도 피해자분들에게 경찰이 한 명을 특정해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몇 가지 아이디어를 드렸어요. 어떤 방식으로 특정을 해보셔라. 예컨대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 기능을 이용해서 의심 가는 사람만 보일 수 있는 사진을 올리고 그게 제가 대화하는 지금 검거된 사람의 텔레그램 대화방에 사진이 올라오는지 한번 보자, 이런 식으로 좀 아이디어를 드려서 그때부터 수사기관에도 제가 피해자분들이랑 신뢰관계가 있으니 그리고 제가 이 사람이랑 대화를 나눈 게 있으니까 이 대화를 경찰서 컴퓨터에 연결을 해서 계속 저는 대화를 하고 경찰은 지켜보고 어떤 식의 대화를 보내면 좋을지 좀 같이 궁리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군요.
◆ 원은지> 22년 7월부터 8월 한 차례 그리고 경찰이 수사를 이어가다가 중단이 됐었어요. 23년 초에. 그 후부터는 그냥 혼자 하다가 23년 12월에 다시 이제 국수본 지시로 서울경찰청에서 다시 재수사하면서 그때 또다시 도움을 조심스럽게 드렸었습니다.
◇ 김현정> 23년 12월부터 본격 재수사가 원은지 에디터와 함께 공조 하에 진행이 됐는데 결정적으로 마지막 검거한 그 상황은 혹시 어떻게 되나요?
◆ 원은지> 저의 가상의 캐릭터가 서울대를 다녔던 30대 미모의 아내가 있는 가장, 남성이라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런데 이놈이 저의 일거수일투족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특히 저의 부부 관계, 가상의 부부관계지만 아내가 취미가 어떻게 되냐. 아내가 지금 뭐 하고 있어? 자세히 좀 묘사해 줘. 아내랑 궁합은 어때? 여기서 말하는 궁합은 그런 성적인. 그리고 아내가 만약에 내가 너의 아내를 강간한다면 너의 기분은 어떨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집착을 점점 하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서 왠지 이 아내를, 아내에 대해 이렇게 집착을 하는 걸 보니까 만날 때가 된 것 같다, 이런 느낌이 오긴 했어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팬티 사진을 처음엔 요구하다가.
◇ 김현정> 부인의, 네 아내의 팬티 사진을 보내라?
◆ 원은지> 네, 속옷 사진을 계속 요구하다가 나아가서는 가지고 싶다, 이렇게 의향을 드러내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바로 수사관 분에게 지금 팬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팬티를 좀 달라고 한다. 오프라인에서 불러내보면 어떨까 한다 했더니 수사관 분이 오프라인에 나오면 무조건 잡는다라고 하셔서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서 오프라인으로 팬티 거래를 했던 거죠.
출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김현정> 거래면 돈을 받고 파는 걸로 한 거예요?
◆ 원은지> 아니요. 팬티를 특정 장소에 두고 그 사람이 가지러 가는 그냥 그 정도의.
◇ 김현정> 돈은 아니고, 이미 신뢰관계는 친분을 쌓았으니까. 그런데 첫 번째 잡은 게 아니라 세 번째에 잡았다는 건 무슨 얘기예요?
◆ 원은지> 이제 첫 번째는 이 텔레그램이 워낙 익명의 메신저이기 때문에 정말 이 팬티를 가지러 온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그 주범이 맞나 하는 동일범이 맞나 하는 확인이 우선 필요했고요. 그리고 체포영장이 나오는 데까지는 1주에서 2주가 걸립니다.
◇ 김현정> 시간이 또 걸리네요.
◆ 원은지> 그래서 첫 번째 거래 때는 중요한 단서를 잡기 위해서 체포영장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진행을 했고 1~2주 뒤에 마지막 팬티 거래 때 현장에서 경찰이 검거를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잡고 나니까 그 박 씨 뭐라고 합니까?
◆ 원은지> 뭐라고 했는지 수사관 분이 저한테 절대 안 알려주셔가지고. 그런데 다만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였던 것 같아요. 이제 수사관 분이 제가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잡았다고.
◇ 김현정> 잡았다고.
◆ 원은지> 텔레그램으로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메시지 한번 보내달라고.
◇ 김현정> 그래서 제가 야, 어디야? 어디야? 대답해. 이랬는데 대답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사관 분이 맞다. 연락 알림이 뜬다. 맞는 것 같다, 이런 확신이 있었죠. 그래서 잡혔구나, 이렇게 마지막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었던 기억이 납니다.
◇ 김현정> 그 사람 얼굴 보셨어요?
◆ 원은지> 얼굴은 안 봐도 비디오라 안 봤습니다. 못 봤습니다.
◇ 김현정> 지금도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고 그렇죠.
◆ 원은지> 네.
◇ 김현정> 2년여 간의 잠복 취재를 마치면서 소회랄까요? 혹은 세상에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원은지> 이 사건은 결국에 피해자분들이 2년 넘게 본인의 피해 구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 다른 피해자분들이 너무나도 많은 사건이었잖아요. 그분들이 조금이나마 경찰에게 더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본인들이 정말 어떤 삶을 좀 소홀히 하더라도 열심히 피해 구제를 위해서 노력하신 부분이 있거든요. 자체 수사를 한다든지 아니면 저와 같이 경찰에 적극적으로 단서를 드린다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의 피해를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점, 그럼 어쨌든 경찰에 데이터가 쌓이잖아요. 그래서 이 범죄는 가해자가 한 명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게 아니다 보니까 피해자가 여러 명일 수밖에 없고 여러 명의 증언이 모이면 수사에 도움이 됩니다.
◇ 김현정> 물론이죠.
◆ 원은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피해자 분들께서 경찰에 신고를 꼭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좋은 말씀입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이 사건 외에도 제가 아까 언급했던 사건, 이런 것도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도 다 관심 있게 봐주시고요.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 특히 온라인 성범죄가 사라질 수 있도록 계속 힘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원은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원은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추적단 불꽃,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의 원은지 에디터였습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