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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자존심 문제"…최태원, 법원에 '정면 반발'한 이유



기업/산업

    "SK그룹 자존심 문제"…최태원, 법원에 '정면 반발'한 이유

    어제 최 회장 포함 계열사 CEO 20여명 긴급 회의
    최 회장 직접 법원 판단에 반발…"진실 바로잡을 것"
    "이번 판결로 구성원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 입어"
    대법원서 '1조3800억' 재산 분할금 축소해야하는 상황도 반영

    최태원 SK 회장. 연합뉴스최태원 SK 회장. 연합뉴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이혼 항소심 판결 나흘 만에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내며 법원 판단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SK그룹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보고 더 이상의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 직접 나서 법원 판단 '정면 비판'

     
    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이혼 항소심 판결 나흘 만에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이 이들 앞에서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는 것은 더 이상의 이미지 훼손을 막고 흔들림 없이 향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판결이 있던 지난달 30일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이 이미 입장문을 통해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이 직접 한번 더 법원 판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것은 이번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그룹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경유착으로 성장했다는 판결…뼈아팠을 것"

     
        ​​최 회장이 법원 판결에 대놓고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회사의 자존심 문제가 거론된다. 최 회장도 전날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의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의 참석 이유를 밝혔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노 관장의 선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SK그룹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룹 성장에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선경그룹(SK그룹의 전신)이 도약한 계기가 제2이동통신 사업 진출이고, 여기에는 1988년 결혼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SK는 1992년 노태우 정부 당시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가 정경유착 논란이 일자 1주일 만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이후 SK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말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해 지분 23%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인수했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그룹의 수장이면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는 정경유착으로 그룹이 성장했다는 판결이 너무 뼈아팠을 것"이라며 "최근 10여년 간 최 회장이 강조한 가치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인데, 그런 노력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서 재산 분할금 줄여야하는 상황"

     
        ​재판부가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재산 분할 금액 1조3808억원이 너무 과했다는 판단도 현실적인 반발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지금 최 회장이 가지고 있는 SK 주식회사 지분을 건드리지 않고는 사실상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금을 낼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대법원에 가서 금액을 줄이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최 회장이) 약간의 급박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 받는다면 아직 상장하지 않은 SK실트론 주식을 먼저 팔고 남은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SK㈜ 주식 일부를 팔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가진 주식의 상당 부분이 이미 금융권 담보로 잡혀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SK㈜ 주식 5.45%를 담보로 4895억 원을 대출받았다. 남은 SK㈜ 주식 12.28% 중 4.33%는 다시 SK실트론 주식의 총수익스와프(TRS)를 위해 질권 설정됐다. 다시 말해 주식을 다 팔아도 빚을 갚고 나면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 중 담보가 없는 지분은 7.49%(약 1조원)뿐이다. 배당금(연 약 650억원)과 퇴직금, 예금 등을 합쳐도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액을 한 번에 지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SK㈜ 주식을 처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현재 최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SK㈜ 지분은 25.57%에 불과하다.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상황에서 지분을 더 팔기 부담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면서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해 최태원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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