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공"금융에 오래 계셨던 분들 입장에선 제가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존재죠."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간의 적극적 행보에 대한 소회를 이야기했다.
이 원장의 지난 2년은 '지금까지 이런 금감원장은 없었다'는 말로 요약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간 언론과의 백브리핑만 총 70회 진행했는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강한 언사부터 총선 직전 야권 후보자에 대한 비판까지 여느 정치인 못지않게 전면에 나섰다.
금융업권이나 유관기관과는 더 자주 만났다. 금융회사 CEO 간담회뿐 아니라 유튜버를 초청해 젊은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금융상품 소비자와 토론회에 나서는 등 134회의 소통 행사에 참여했다.
시장에서는 감독당국의 빠르고 명확한 메시지가 위기 국면마다 빛을 발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너무 잦은 시장개입이나 '월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원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춰야 하는 당국자의 입장이다보니 최대한 (시장에)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접점을 많이 만듦으로써 예측가능성을 높이자는 차원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나 금융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적은 정보를 갖고도 흔들림이 많을 수 있다 보니 빨리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우리 정부 내에 있는 분들과도 가급적 식사든 티타임이든 회의든 무조건 많이 만나려고 노력했던 것은 나름의 방향성"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금감원장들과는 다른 적극적 행보에 윤석열 대통령의 당부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임명권자와 관련해선, 특히 인사 관련 내용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면서도 "제가 받았던 느낌은 다양한 전문가들과 충분히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금감원 제공 이 원장은 지난 2년간 가장 기억에 남고 어려웠던 일로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 지난해 상반기 새마을금고 뱅크런 등으로 이어지는 자금시장 혼란을 꼽았다. 이 원장은 "그때 그때 이벤트로 끝난 것 같지만 저희(금감원) 입장에서는 물밑으로 오리발을 계속 젓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태영건설 워크아웃이나 부동산PF 안착까지 같은 맥락으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이슈"라고 말했다.
또 "정책 같은 것들은 금융위든 누구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관련한 조사·검사·제재 등은 우리가 그 역할을 안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최종 수비자의 마음으로 강하게 애정을 갖고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4월 위기설'에 이어 매달 위기설이 불거지며 'n월 위기설'로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흥국생명이든 대증적인 처방은 해왔지만, 시장에서 봤을 때 근원이 되는 질병에 대한 처방이 없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내용들이 올해 하반기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대체 투자와 관련된 것들도 저희가 쟁점화할 것"이라며 "n월 위기설은 그 과정에서 길어도 1년 내지는 짧게 보면 하반기가 지나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은 임기 거취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다만 이 원장은 "요즘은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남은 임기가) 6개월이 1년이 될지, 아니면 더 오래가 될지 잘 모르겠는데 가계 경제·국민 경제에 선한 영향을 미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