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표지판 너머로 보이는 국회의사당. 연합뉴스여야가 국회 원(院) 구성의 법정 시한을 넘긴 채 협상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거야(巨野) 중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상임위원장 '독식'을 결국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며 향후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겠다고 반발하면서 22대 국회가 초반부터 여야 간 극한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는 주말 사이 원 구성 방안을 놓고 물밑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쟁점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두고 양당의 이견이 워낙 큰 탓에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지도 못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일하는 국회 협상에 응하라"며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고 최후통첩을 했고 국민의힘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법사위 장악은 무소불위의 의회 독재로 사법부를 민주당 입맛대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앞서 민주당은 원 구성 법정 시한인 지난 7일 법사위·운영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포함한 배분안을 국회의장에 제출했다. 원내 2당은 법사위, 집권당이 운영위를 맡는 관례에 따라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민주당은 어떠한 양보도 허락하지 않았다. 야당의 단독 상임위 구성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상임위 후보 명단 제출은커녕 자당 몫 국회부의장에 대한 논의도 뒤로 제쳐둔 채 '협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171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만큼, 국민의힘이 추가 협상에 응하지 않아도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최를 요구해 상임위 구성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본회의 개최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한 번에 처리할 가능성도 내비치고는 있지만 우선적으로 야당 몫으로 배분한 11개 상임위원장 표결을 먼저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강행되면 이후 협상을 중단하고 향후 국회 일정 등에도 전면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에게 원 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을 제안한 바 있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법사위, 운영위에 대해서는 국회법상의 정신을 존중해서 제2당과 여당 몫은 지켜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것 없이 만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양보 없는 대치' 지속되는 국회. 연합뉴스이를 두고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여전히 여당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여야 협치를 우선으로 하고 합의가 어렵다면 기존의 기준(국회법)을 존중하겠다는 원칙에 따라 내일 본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22대 국회 시작도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독식했던 21대 국회 전반기 상황의 재현이 되는 수순이다. 4년 전 총선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했던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을 펼쳤지만 이 때도 법사위 등 일부 상임위 배분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활용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통과시켰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협상에 나서지 않자 나머지 상임위원장들을 전부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법안 심사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까지 갖게 되면 여당의 원내 입지는 사실상 사라져 '식물 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여소야대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던 법안은 김도읍 법사위원장울 통해 가로막히곤 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선 이 같은 '제동 장치'를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또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범야권이 180석을 훌쩍 넘겨 단독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도 가능한 상황이라 야권의 '입법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단독 원 구성'을 마무리 한 뒤엔 상임위를 가동해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3법 등 쟁점 법안도 단독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