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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리스크' 매달려 실패한 '이·조 심판' 되풀이하나

국회/정당

    '이재명 리스크' 매달려 실패한 '이·조 심판' 되풀이하나

    한동훈 사흘 연속 '헌법 84조 논란' 띄워
    이준석 "골룸처럼 이재명, 김정숙 키워드만 나오면 날뛴다"
    자기 주도 이슈 없는 여당의 '심판' 프레임…'정치의 사법화' 심화
    국회에선 상임위원장 독식한 민주당에 또 다시 '패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종민 기자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선고 이후 국민의힘이 다시 한 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오는 7월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판결 이후 8일과 9일 연이어 이 대표의 '피고인 신분'을 문제 삼은 데 이어 10일까지 3일 동안 파상공세를 폈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를 논란의 한 복판으로 끌어들여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도 유죄 판결에 이어 직을 박탈당할 것이란 논리를 제시했다.

    한 전 위원장이 다시 당권을 잡으면 여당의 색채가 오로지 이 대표를 겨냥한 확연한 반대 전선 일변도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원내에서도 원(院) 구성 협상을 계기로 강경한 기조가 자리를 잡는 형국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해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민주당의 행태를 '이재명 방탄'으로 규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입법 기관의 책무인 국회에서의 의정활동에 주력하는 대신 정치 공세에 치중하는 것을 놓고 당 안팎에선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소수여당의 처지를 감안하더라도 자기 주도 이슈 대신 '조기 대선 구도'와 같은 정쟁에 몰두하며, 민생은 자연스레 뒷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 판단으로 승패를 가르는 '정치의 사법화' 대신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개딸'에 떠밀리는 野…4년 전과 똑같은 與

    국민의힘, 의장실 앞 복도 점거 항의. 연합뉴스국민의힘, 의장실 앞 복도 점거 항의.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10일에도 본회의에 불참한 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 나섰다. 추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넘겨주면 운영위원회와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 몫으로 돌리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법사위를 고수해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범야권 단독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쳤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서 "171석 국회권력으로 수사 재판을 막아보겠다는 그 오만한 발상,오늘(10일) 이곳 본회의에서 성공할지는 몰라도 반드시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국민의힘이 원 구성 협상의 핵심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전향적인 타협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은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명단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금주 안에 나머지 7개 상임위도 자리를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당 안팎에서는 4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원 구성 협상 과정을 놓고,  22대 국회도 21대 국회처럼 민주당의 '국회법 만능주의'에 국민의힘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자조(自嘲)가 터져 나온다.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바 있다. 모든 상임위에서 절반 넘는 인원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안건조정위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다.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상임위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제도로 구성 시 최장 90일 동안 법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비교섭단체 몫 1명까지 포함하면 민주당 단독으로 조정위의 무력화가 가능하다.

    더욱이 이번 국회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입성한 만큼 비교섭단체의 원활한 협조도 기대할 수 있다.

    또 국민의힘이 보이콧을 이어갈 경우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는 본연의 기능을 더욱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상임위 구성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소위 구성도 되지 않으므로 민주당은 체계·자구심사도 생략한 채 각종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게 된다.(관련 기사: [딥뉴스] 법대로 처리했다는 민주당, 과연 그럴까?)  

    여당 내에선 22대 초반부터 국회에서 이미 주도권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원하는 방향으로 원 구성이) 안 될 줄 알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가 똑같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을 때 이번 원내 지도부라고 해서 지난 원내 지도부와 다른 운명을 맞겠나"라고 내다봤다.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를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가 일단 물러났던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단을 빗댄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장동' 파상공세 펼치다 '50억 클럽' 역공당한 與…이번에도?  


    국민의힘은 보이콧을 이어가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원 구성 협상을 결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오로지 이 대표를 위해 돌격할 수 있는 사람을 주요 상임위원장으로 배치했다"며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중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이런 막가파식 국회 운영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이 대표는 매주 (서울중앙지법이 있는) 서초동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며 재판을 받는다"며 "지난 주 이 대표 핵심 측근인 이화영 전 부지사가 9년 6개월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가중시킬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대선 뒤 재판에서 집행유예만 받아도 직을 상실한다"며 헌법 84조 논란을 제기했다. 이에 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 등 당내 중량감 있는 의원들도 공세에 합세한 형국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켜봤자 이미 총선 때 통하지 않았던 '이·조 심판론'을 되풀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예기치 못한 역공을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성남FC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논란이 터지면서 민주당은 '50억 클럽'으로 되받아쳤다. 대선 캠페인은 '피장파장' 논리로 얼룩졌고, 이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 공세 역시 무뎌졌다.  

    최근 국민의힘의 공세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반지를 보면 미쳐 날뛰는 골룸처럼 이재명, 김정숙 키워드만 나오면 미쳐 날뛴다"고 꼬집었다.

    율사 출신인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은 정치 사건에 있어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도 벌써 5년째 끌고 있지 않느냐"며 "대북송금 사건보다 훨씬 간단한 공직선거법(허위사실공표) 사건도 1심 선고가 1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을 통해 정치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의 어려운 지경이 드러난 발언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민주당 요구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를 사법부의 판단에 기대 해결하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올 하반기 4명의 헌재 재판관(헌재소장·헌법재판관 3명)이 교체되면서 보수 우위 구도가 형성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고, 오히려 '원 구성'이라는 입법부의 기본적인 업무조차 헌재에 판단을 구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도 못하는 헛된 노력"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이 통과된 뒤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정치적 헌법기관인 국회가 가지는 자율권과 정치적 형성권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며 입법 영역에 대한 판단을 사실상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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