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는 현행 '당원 100% 여론조사'인 전당대회 룰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20~30% 반영하는 안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비대위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해당 범위 내에서 민심 반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심(尹心)'에 따라 '당심 100%'로 룰을 개정했던 것이 잘못됐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자인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정도 비율의 민심 반영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총선 참패의 원인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의 외연 확장 실패에 있는 만큼,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선 민심 비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與, 전대에 민심 반영 20~30%…'尹心 틀렸다' 뒤늦게나마 인정
발언하는 여상규 당헌당규개정 특위위원장. 연합뉴스12일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위는 "당대표 등의 선출과 관련해 민심 반영 여론조사 결과 반영 비율은 위원 7명 중 3명이 30% 반영안에, 3명이 20% 반영안에 각각 찬성했고 1명이 중립의사를 밝혔다"면서 "'8대2'안과 '7대3'안을 모두 비대위에 올리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역선택 방지 조항과 결선투표제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여상규 위원장은 "당심 100%에 따라 결정되던 당대표 선출에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에 그 뜻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20%냐, 30%냐 하는 건 민심을 반영하기로 한 이상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추후 비대위의 의결과 전국위원회 추인 과정 등을 거쳐야 하지만 해당 범위 내에서 민심 반영 비율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의힘 전대룰은 약 1년 6개월여만에 다시 '민심 반영'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특히 민심 반영 비율이 30%로 확정된다면, 이는 이준석 전 대표를 선출했을 당시와 똑같아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윤심'(尹心)에 따라 이 전 대표를 끌어내리고, '당심 100%'로 룰을 개정했던 사실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점을 총선 참패 후 뒤늦게나마 바로잡는 모양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승리한 후 이를 이끌었던 이준석 당시 대표를 억지로 끌어내린 바 있다. 이를 주도했던 이들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로, 명분은 '윤심'이었다.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 비판 발언을 하는 등 용산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이른바 '체리 따봉' 사태로 윤심이었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친윤' 핵심 정진석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출범시켰고, 전대룰을 '당심 100%'로 변경했다. 이 룰에 따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지지율 3%로 꼴찌였던 김기현 의원을 최종 득표율 53%의 1위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친윤 의원들이 '연판장'으로 나경원 의원을 불출마시켰고, 끝까지 레이스를 뛰었던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대통령실이 공개 비판을 하기도 했다. 배경엔 모두 '윤심'이 존재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에서 득표율 17%p 차이의 참패를 겪었고,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또다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다. 윤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등판했지만, 집권 여당의 108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귀결됐다.
30%도 부족…박근혜, 불리한데도 '민심 50% 반영' 수용 사례 참고해야
연합뉴스'비대위의 비대위'가 된 현 상황에서 총선 참패를 반성하겠다며 지도부 선출 시 다시 민심을 반영하겠다는 게 당 입장이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당의 혁신을 통한 외연 확장이 급선무인데, 지도부 선거에서 단순히 민심을 20~30% 반영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심 20~30%를 반영하면서 '역(逆) 선택 방지 조항'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여전히 핵심 당원들만의 리그가 될 공산이 크다. 역 선택 방지란 타 정당 등 반대 진영 지지자들이 경선 투표에 참여해 의도적으로 약체 후보를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대선·총선 등 본선 상대 후보가 존재할 경우 그나마 의미를 주장할 수 있지만, 당 지도부 선출 등 내부 선거에서 중도층 유입만 막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당이 진정 체질 개선을 꾀한다면 민심을 더욱 과감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필요성은 2005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홍준표 의원의 혁신안을 수용했던 전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홍 의원은 '대선 1년 6개월 전 당권·대권 분리', '대선·광역단체장 후보 선출 시 당원 외 국민 의사 50% 반영' 등을 제안했다. 이미 당원들 사이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박 대표에게 불리한 조항이었다. 친박계 의원들의 반대에도 박 대표는 이를 전격 수용했다. 이 룰에 따라 박 대표는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지만, 결국 2012년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