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매주 월요일 기준)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0% 오르며 지난 3월 넷째 주(+0.01%)부터 12주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0.01%로 시작한 상승률은 그 10배로 커져 지난해 10월 첫째 주 역시 0.10% 이후 36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약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노원과 도봉 등 이른바 '노·도·강'을 포함한 서울 25개 전체 자치구 아파트 매매가 동반 상승도 두 주째 반복됐다. 게다가 최근 매매거래량도 부쩍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올해 1월과 2월 각각 2610건과 2569건에 그쳤으나 3월에는 4222건으로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거래량이 4천 건을 넘기는 지난해 8월 4035건 이후 7개월 만이었다. 이어 4월에는 4366건으로 더 늘어, 두 달째 4천 건대를 유지했다.
지난달 매매거래량도 이달 14일 기준으로 벌써 4144건을 기록했다.
따라서 석 달 연속 4천 건 초과는 기정사실이고, 지난달 계약 건 신고 기한인 이달 말까지 보름 넘게 남은 상황을 고려하면 2021년 5월(5045건) 이후 3년 만에 5천 건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매거래량 증가와 더불어 오름폭 확대를 동반한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 흐름을 탔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와 인천 아파트값도 이달 둘째 주 각각 0.02%와 0.06% 올라, 각각 2주와 7주째 상승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지방은 수도권과 영 딴판인 상황이다.
지방 아파트 매매가, 사실상 30주 연속 하락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넷째 주(-0.02%)부터 지난달 둘째 주(-0.04%)까지 25주 연속 떨어지다가 지난달 셋째 주 보합(변동률 0.00%)으로 하락세를 멈춰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 주부터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이달 둘째 주까지 3주 연속 하락을 되풀이했고, 하락 폭도 각각 0.01%와 0.02%, 0.05%로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아파트값 변동률을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따지면 지방은 지난해 11월 셋째 주(-0.004%)부터 지난달 셋째 주(-0.003%)를 지나 이달 둘째 주(-0.051%)까지 무려 30주 연속 하락했다.
지방 주택시장 경기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과다한 미분양 물량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친다는 얘기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1997호인데 약 80%인 5만 7342호가 지방에 몰려 있다.
지방 미분양 주택 물량은 전달인 3월보다 8.2% 늘었고,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9.3%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 적체가 해소는커녕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평가되는 '준공 후 미분양' 규모가 수도권은 2378호에 그친 반면, 지방(1만 590호)은 1만 호를 넘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7220호)부터 10개월째 전달 대비 증가를 거듭했다.
정부는 지난 3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 리츠)'의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지만, 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2년 낙폭 수도권보다 작아 반등도 미약"
황진환 기자CR 리츠도 수익 창출이 목적인 만큼 수도권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으로 전국 아파트값이 급락했을 때 지방 하락 폭이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작았던 것도 지방 주택시장 침체를 장기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부동산원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2022년 한 해에만 각각 22% 넘게 폭락했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하락 폭이 10.5%로 수도권의 절반 미만이었다.
올해 3월 실거래가를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고점이던 2021년 10월과 비교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16.2%와 18.5%나 떨어졌지만, 지방은 낙폭이 10.9%로 제한됐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지방은 수도권보다 하락 폭이 훨씬 작아 '가격 이점'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 탓에 반등도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통상 지방 주택시장은 시차를 두고 서울 등 수도권 흐름을 따라가지만, 이번에는 그 속도가 과거보다 상당히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와 연립, 단독 등을 포함한 '주택종합'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대비 각각 0.5% 떨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일 '2024년 주택·부동산 경기 전망'에서 수도권은 하반기에 주택종합 매매가 추가 하락이 없겠지만, 지방은 2.5%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