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군 한 한우축사에서 소가 선풍기 바람 아래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수진 기자광주의 전날 한낮 기온이 85년 만에 6월 중순 기준 역대 가장 높은 36.2도를 기록하는 등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전남 화순군 춘양면의 한 축산 농가를 찾았다.
"이렇게 선풍기 틀어주고, 물 잘 먹나 관리하고. 한 15분~20분 정도 물을 틀어주면 소 등이 촉촉해져요."
더위에 우는 소의 울음소리가 대형 선풍기 소리와 함께 온 축사를 울리는 가운데 정찬율 씨는 물을 뿌려 소의 등을 적셔주고 더위를 식혔다. 그제야 소들은 편안한 표정을 보이며 선풍기 앞에 자리잡고 졸기 시작했다. 정씨는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면서 지쳐서 쓰러진 소는 없는지 상태를 살폈다.
정씨는 폐사를 막기 위해 축사 높이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기존 3.5m의 축사는 열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7.5m 높이의 축사를 운영한다"며 "대형 선풍기를 24시간 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50마리를 키울 수 있는 규모지만 소가 더위를 먹을까 한 공간에 많이 두지 않아 250마리 정도 있다"며 "건축비는 많이 들지만 소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름 제철 과일인 화순의 복숭아 농가도 30도가 넘는 날씨에 울상을 지었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서 농가를 운영하는 김종현씨는 햇볕에 건조해진 땅에 관수시설을 이용해 물을 대기도 했다. 직사광선을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쳐지고 움츠러든 복숭아나무 잎을 보며 "과일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넋두리했다.
전남 화순군 한 복숭아 농가에서 폭염에 복숭아 잎이 쳐진 모습. 김수진 기자김씨는 "과육은 보통 잎이 일을 해야하는데 무더위에 잎이 쳐지면서 오므라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른 수확을 시작한 농가도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과일은 공기가 습해도 문제지만 땅이 메말라도 문제"라며 "예측할 수 없는 날씨에 일하는 사람들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화순 인근의 한 대극천 복숭아를 키우는 또 다른 농가에서는 "올해 일찍부터 날씨가 더워 이미 탄저병이 찍힌 곳도 있다"며 "30도만 넘어가면 탄저균이 번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복숭아 탄저병은 25도에서 30도 사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발생한다. 곰팡이에 의해 발생한 탄저병이 복숭아의 과실이나 잎 등에 영향을 미쳐 과실에 검은 반점이 생기게 하거나 썩게 만든다.
광주 남구 대촌동 한 콩밭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 김수진 기자"땅을 만져보면 뜨거워요. 그러니까 물기가 금방 말라버리고. 농사하는 두 번 세 번 옷 갈아입고 목욕하고 그래요." 이날 낮 12시 광주 남구 대촌동 한 콩밭에서는 그늘이 없어 머리위로 쏟아지는 햇볕에 고영득씨가 연신 손 부채를 부쳤다. 물기가 말라 땅이 갈라진 현장에서 고씨가 땀을 닦으며 스프링클러를 점검했다. 고씨는 물을 뿌려도 금세 건조해지는 땅을 보고 이날 새벽 4시부터 스프링클러를 켰다고 말했다.
고씨는 "쉬엄쉬엄하고 싶어도 농사를 지으려면 어쩔 수 없이 더위를 이겨내야 한다"며 "2시간씩 자리를 바꿔가며 물을 대고 있지만 1시간만 되면 땅이 다시 건조해진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 대촌동 한 콩밭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
이어 잡초를 골라내던 땅에서 건조하게 뭉친 흙덩이를 들어올렸다. 고씨는 "작년보다 더 빨리 찾아온 더위로 흙이 건조하게 뭉쳐 돌처럼 된다"며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사람들이 농사보다 과일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여름철 날씨가 이미 주요 농작물의 고온 한계점을 넘었다고 설명한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김해동 교수는 "올해 4~5월에도 30도가 넘는 기온이 나타났다"며 "농업진흥원·국립농업과학원에서 우리나라 주요 농작물 고온 한계성을 조사한 결과치를 넘어선 기온이 일상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작물들이 37도를 한계로 잡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온이 여름철 37도를 넘어서는 것은 일상"이라며 "농작물 등 먹거리가 티핑 포인트, 돌아올 수 없는 시기를 건너 되돌릴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