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호텔에서 열린 2024년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우리나라 지역 간 불균형은 생산성 격차에서 비롯됐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대도시에 집중 투자해 소수 거점도시로 육성해야한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비수도권 경제를 주도할 소수의 거점도시에 공공투자를 집중하는 쪽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한은은 제안했다.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부는 19일 부산에서 열린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2022년 수도권과 충청권의 연평균 성장률은 3.4%로, 동남권, 호남권, 대구·경북권(1.4%)보다 크게 높았다.
두 지역의 성장률을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지역 간 성장 격차는 절반 이상인 51.7%가 생산성 격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역의 생산성 격차가 향후 5년 동안 지속될 경우 수도권과 충청권 이외 지역 인구는 4.7% 유출되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역 간 자산 분포 격차도 크게 벌어져 있다.
국토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국가 전체 자산의 46.0%가 몰려 있고, 수도권과 충청권을 더한 자산 비중은 60.1%에 달해 면적 비중(28.4%)을 크게 상회했다.
수도권 대도시(서울·인천)와 그 외 대도시(부산·대구·광주·대전)의 1㎢당 자산도 각 7812억원과 2914억원으로 나타났다.
10대 종합대학교의 수도권 비중(개수 기준)은 100%였으며, 국내 30대 기업의 수도권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95.5%에 달했다.
한은은 수도권과 충청권이 생산성이 높은 것은 대기업과 고숙련 노동력, 연구개발 활동, 생산 지원 인프라 등이 집중된 데 따른 집적경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수도권 집중 문제의 해법으로 비수도권 대도시에 공공투자를 집중해 높은 생산성을 가진 소수의 거점도시로 키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과거 인구 증가 시기에는 전 국토에 빠짐없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개발 재원이 한정되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거점도시 조성 방안으로는 민간 부문의 투자 여건 개선이 제시됐다.지역 투자에 관심이 있는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도시별 산업 특성에 맞는 연구개발 기관과 인력을 확충해 시너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또 우수한 인적 자원의 유입을 위해 교육·문화·의료 등 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해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은은 이날 부산에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와 동남권의 발전 방안'을 주제로 지역경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효율적인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긴요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모든 지역이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