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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외모·인종 편견 깼죠"…수현, 반항이 이뤄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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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외모·인종 편견 깼죠"…수현, 반항이 이뤄낸 것

    핵심요약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비행 초능력자 복동희 역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배우 수현. YG엔터테인먼트 제공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배우 수현. YG엔터테인먼트 제공배우 수현에게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보는 수현의 모습은 기묘한 '빌런'일 때도 있었고, 명석한 엘리트 재원일 때도 있었다. 콤플렉스나 낮은 자존감을 가진 캐릭터는 그의 얼굴에서 먼 곳에 있었다. 그가 연기한 비행 초능력자 복동희는 혹독한 다이어트를 거쳐 최정상 모델이 됐지만 은퇴 후 비만 때문에 하늘을 날지 못하는 비운의 인물이다.

    "동희는 정말 사랑스러운 인물인데, 사람들이 그렇게 봐줄 때는 마음이 통해서 즐거움이 컸어요. 동희는 단순히 남자에 목을 매서 살을 빼고 발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먹고 자기에게 벌 주듯이 운동을 하거든요.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내 상태가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걸 아는 거죠. 그런 발버둥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저 역시 자존감이 낮았던 때가 많았어요. 동이가 될 운명이었다고 생각해요."

    늘 당당한 이미지의 수현 역시 자존감에 위기를 겪은 적이 많았다.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문화적 정체성 혼란을 겪었을 시기가 특히 그랬다. 그러나 수현은 스스로를 인정하기로 하면서 점점 자존감을 높여나갔다.

    "내가 스스로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문화적으로 어릴 때 성장하면서 나는 어디에 속한 삶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한국말도, 영어도 못하는 거 같고요. 문화 충격이 있었죠. 굉장히 수줍었던 이유도, 어릴 적에 아무도 절 알려고 하거나,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나 스스로가 내 마음을 지켜야 극복의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첫째라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되는 부분도 많았거든요."

    JTBC 제공JTBC 제공수현은 할리우드 영화도 포기하면서 복동희에 매진했다. 그야말로 완전히 '올인'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분장을 더하면 100㎏이나 되는 무게로 연기에 임하고, 당연히 비행 초능력자인만큼 고난이도의 액션 연기도 필수였다. 폐소공포증이 심한데도 자연스러운 특수분장을 위해 기절까지 감내했다.

    "얼굴 본을 떴는데 눈물이 고여서 축축하더라고요. '경성크리처' 때도 그랬는데 숨을 못 쉬어서 기절 직전까지 갔어요. 이번에도 같은 스태프분들이라 너무 걱정하시더라고요. 목욕탕에선 얼굴부터 발끝까지 다 실리콘으로 덮었는데 몸이 무거워서 물에 들어가면 나오지 못했어요. (웃음) 헬스장에서 전력 질주를 하는 장면에서는 날다람쥐처럼 날아가서 턱을 받치고 바닥에 엎어지기도 했어요. 크게 다칠 뻔했는데 특수분장 덕분에 살았죠. 메이킹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동희가 하늘에 떴을 때 스칼렛 위치를 생각하면서 마블 느낌으로 연기했던 것도 생각이 나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결혼·육아에 여자 배우들의 커리어가 위축되는 것은 여전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수현은 오히려 더 과감하게 다양한 캐릭터들을 섭렵하고 있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아가는 동시에 배우로서 더 성장하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을 통해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반항심은 있는 편이에요. 못할 거 같은 걸 해내는 스릴을 좋아하기도 하고, 반전이 있으면 즐겁거든요. 배우는 사실 내가 하고 싶다고 역할을 가져올 수 있는 게 아니라 기회를 받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굶주려 있는 거 같기도 해요. 외국에서 다양한 인물에 대한 오디션을 하면서 생각의 틀이 깨진 부분도 많아요. 너무 대놓고 백인 역할이어도 일단 오디션을 봐요. 나는 이만큼 열정이 있고, 마음에 들면 혹시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더 어려운 게 있어도, 심지어 특수분장이라도 또 할 거 같아요."

    데뷔 초부터 수현은 연기가 간절했다. 정식 훈련을 받은 배우가 아니었기에 맨땅에 헤딩하듯이 연기를 배워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 작품, 한 작품을 '자신의 치부를 들키면서' 완성해왔다. 어린 시절, 수현에게 '어디서 아르바이트할 것처럼은 생기지 않았다'고 한 감독님의 말에 그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반항심'이 지금의 수현에게 복동희를 완성하도록 했다.

    "제 치부를 들키면서 계속 활동을 해왔지만 배우니까, 제 직업에서 잘 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 너무 당연하죠. 그만큼 더 고민하고, 연습했던 시간이 분명히 있었고요. 그랬기에 기대를 할 수도 있었어요. 깨고 싶은 이미지보다 비슷하게 지적이고 부유한 역할이 너무 싫었어요. 왜 여기에서 벗어난 역할을 주지 않나 생각했거든요. 키나 외적인 건 그냥 갖고 태어난 거잖아요. '어디서 아르바이트할 것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건 오히려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깨고 싶었어요."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배우 수현. YG엔터테인먼트 제공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배우 수현. YG엔터테인먼트 제공그가 할리우드에 데뷔했을 당시보다 K-콘텐츠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나 한국 이민자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가 글로벌 OTT를 통해 전대미문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현 역시 이를 체감하고 있다.

    "K-콘텐츠가 정말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는 생각을 해요. 요즘 힘든 시장에서 이런 걸 만들어내는 자체가 대단한 거 같아요. 배우들도 정말 다작하거든요. 삶을 쪼개서, 쪼개서 열 몇 개 작품을 한꺼번에 하는 그런 배우들이 있을까 싶어요. 외국에서는 한 번에 두 작품 하는 사람도 없거든요. 그 열정이 대단해요. 좀 더 자부심을 갖고 한국 콘텐츠에 임해요. 예전에는 OTT 같은 플랫폼이 없어서 제가 외국 작품을 해도 한국에선 모르셨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니까 자유가 생겼어요. 경계가 많이 무너졌거든요."

    실제로 한국 배우들에 대한 미국 현지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캐스팅 범위도 함께 확장되고 있다. 이미 미국 문화에 익숙한 수현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린 셈이다.  

    "관심도가 훨씬 커졌어요. 많은 한국 배우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고, 이 사람이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거든요. 한국 배우들에게 단순히 아시아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 정말 좋은 역할을 줬으면 좋겠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저 역시 영어를 하기도 하고, 문화적으로 미국에 생활하면서 가깝게 느끼는 부분이 있으니까 외국에서 폭넓게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배우 수현. YG엔터테인먼트 제공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배우 수현. YG엔터테인먼트 제공할리우드 작업과 한국 콘텐츠 작업은 어떤 부분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할리우드가 장시간 배우들의 몰입도를 높인다면, 한국 콘텐츠는 효율성이 높다. 또 한국 특유의 정서가 할리우드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물론, 글로벌 OTT 기준으로 제작을 맞춰가고 있어 비슷해진 지점도 많다.

    "한국에서 처음 촬영 시작했을 때는 주 52시간도 없고 그랬는데 시스템 상으로 비슷해진 부분이 엄청 많아요. 연기 스타일도 예뻐 보이거나, 오버하는 부분 없이 굉장히 현실감 있게 많이 바뀌었어요. 외국도 장시간 여유를 갖고 체계 있게, 자연스럽게, 꾸밈없이 연기하거든요. 한국은 그럼에도 빠른 시간 내에 효율을 내서 많은 역할을 단시간에 소화하는 게 장점이고요. 또 한국만의 정서가 있어요.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굉장히 '다크한 에지(Edge)'가 있다고 표현해요. 일종의 문화적 고집이죠. 아무리 외국인들이 봐도 그 스타일대로 만들지 않아요."

    복동희는 수현에게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됐다. '인생캐'(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수현은 지금처럼 변함없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며 한계를 넘어갈 생각이다.

    "절 복동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생기고, 지인들도 갑자기 사인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동희를 좋아하고, 즐겁게 봐주신 분들이 많다는 체감을 했어요. 외국 팬들도 정말 응원글을 많이 보내줬어요. 얼마 전에는 인도에서 발리우드에 올 생각이 없냐는 제안도 왔고요. (웃음) 이제 곧 한국 작품에 들어갈 거 같아요. 쉬면 뭐하겠어요.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설경구 선배님이랑 같이 나온 영화 '보통의 가족'이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반응이 좋았어서 올해 개봉하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요. 제 첫 한국 영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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