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5당이 6월 임시국회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법안과 '방송 3+1법'에 더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까지 통과시키겠다며 공세에 고삐를 죄고 있다.
다만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70만명 이상이 동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거리를 두고 표정관리를 하는 모양새다.
민주 "김홍일, 이사 선임 계획 부인하더니 탄핵안 발의되자 기습 처리"
30일 민주당에 따르면, 야5당은 7월 4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김홍일 탄핵소추안 △'방송 3+1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방송 3+1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방통위의 공영방송 3사 이사 선임 계획 의결이 김 위원장 탄핵에 명분을 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가 방송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법질서를 파괴한 쿠데타적 작태"라며 "전력을 다해 정권의 방송 장악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까지도 국회 과방위원들에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계획을 부인하더니, 27일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 채택하자 당일 밤 회의 안건을 기습 공지해 다음 날 '도둑 처리'했다"고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조국혁신당 이해민,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이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에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야5당 공동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야당이 탄핵소추안에 적시한 사유는 △위법한 2인 의결 △부당한 YTN 최고액 출자자 변경 승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리 소홀에 따른 직무유기 △국회 출석·자료 요구 거부 △TBS에 대한 관리 소홀까지 모두 다섯 가지다. 여기에 더해 탄핵안 발의 직후 김 위원장의 행보를 사실상의 'MBC 장악 시도'로 규정하며 공세에 고삐를 죄고 있다.
남은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 3+1법'을 본회의에 상정할지 여부다. 민주당은 오는 2일 혹은 3일 본회의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6월 임시회 마지막 날(7월 4일)에도 본회의가 잡혀 있긴 하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면 회기 종료로 법안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사퇴 가능성이다. 과거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본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사퇴한 사례가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시 즉각 직무가 정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이상인 부위원장만 홀로 직무가 가능해지면서 안건 의결이 불가능해진다. 반면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후임 방통위원장·방통위원을 지명하면, 대통령 몫의 상임위원 2인 체제로 안건을 의결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야당은 입법 공세를 위한 명분 쌓기에도 나선다. 우선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진행한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핵심 증인들을 상대로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질의를 던질 계획이다. 또 7월 2~4일로 예정된 대정부질문에서 그간 정부·여당의 실책 등을 면밀히 따져 물으며 여론을 환기하겠다는 전략이다.
탄핵 청원 불 붙인 尹 '이태원 음모론' 언급…신중론 취하는 민주당
다만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공식 의제에 올리지 않으며 공세에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윤 대통령 탄핵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이날 오후 기준 7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최근 발간된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에 대해 조작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청원에도 불이 붙은 것이다. 해당 사이트에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청원 동의자가 지난달 30일 오후 기준 74만7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국회 홈페이지 캡처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 청원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SNS에 청원 사이트 접속 지연 사실을 알리면서 "국가 서버의 문제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용민 의원도 지난 28일 SNS를 통해 "오늘 접속이 어려우면 내일 꼭 (청원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탄핵을 입밖에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이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효력을 발생할 수 있는 의제가 되기 때문에 지금 집중적으로 논의하거나 대응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대답해야 될 상황이 촉박하고 (대답을) 해야만 한다면, 그 시점이 다가오긴 할 텐데 지금은 공식 의제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당 내에서는 아직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기류가 대세다. 여론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탄핵을 띄웠다가, 오히려 여권을 결집시키거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먼저 각종 특검법과 국정조사 등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실책을 축적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탄핵은 당 지도부가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강하게 터져 나와야 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단계이고, 일단은 채 상병 특검과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 방송법 추진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추진실무단장을 맡았던 이춘석 의원도 지난 28일 KBS '고성국의 전격시사'에서 "대통령 탄핵은 감정적이거나 무능, 무도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구체적 법률의 위반 여부가 저촉돼야 한다"라며 "(채 상병 특검) 수사 내용이나 발전 방향에 따라 탄핵의 도화선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청원이 지난 23일 5만명의 동의를 받아 법사위에 회부됐고, 청원 서명자도 계속 늘고 있어 야당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원 마감이 아직 20일 가까이 남아 있어, 동의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1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윤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원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되면 청원인이 제기한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