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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본사는 왜 갑자기 배민 대표를 날렸나



생활경제

    독일 본사는 왜 갑자기 배민 대표를 날렸나

    배민 이국환 대표, 명확한 해명 없이 돌연 사임
    지난해 약 7천억 영업이익…독일 본사에 4127억원 배당
    "7천억으로는 부족했나"…본사, 투자금 조기 회수 의도?
    야당 이어 정부·여당까지 배민 압박…선제적으로 대표 쳐냈나?
    이런 상황에서 대표 스스로 '엑시트' 선택 가능성도 제기

    이국환 전 대표. 연합뉴스이국환 전 대표. 연합뉴스
    국내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명확한 해명 없이 돌연 이국환 대표의 사임 소식을 발표했다. 배달업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본사의 실적 압박은 물론 야권과 정부·여당의 규제가 사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7천억으로는 부족했나"…본사, 투자금 조기 회수?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 2일 이 전 대표 사임에 따라 사내이사인 피터얀 반데피트 임시 대표 체제에 돌입했다. 배민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는 입장문만 내놓고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임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도 명확한 사임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의 급작스러운 사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는 2017년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한 이후 딜리버리사업부문장, 배민사업부문장, 부사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해 3월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해 매출은 3조4155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6998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이익 6174억원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좋은 실적에도 대표가 옷을 벗자 업계에서는 독일 본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이 전 대표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해 해임했다는 얘기가 돈다. 배달앱 시장이 과열 국면에 접어들자 DH가 배민 인수 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기로 방침을 세웠고, 이를 위해선 이 전 대표가 더 높은 수익을 내야했다는 것이다. 때마침 지난 2일 이 전 대표가 사임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배민은 '배민클럽' 월 구독료가 3990원으로 유료 전환됐다고 공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를 임시 대표를 세우면서까지 바꾸는 건 분명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본사가 지금까지 배민에 투자한 금액을 조기 회수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당 이어 정부·여당까지 압박…배민, '낙동강 오리알'

        
    업계에서는 너무 많은 돈이 본사 DH로 넘어간 부분을 두고도 이 전 대표와 본사가 갈등을 빚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민이 영업이익 6998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DH는 처음으로 412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배당 성향이 무려 81.5%에 달했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이 전 대표가 본사의 압박 때문에 재투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투자금으로 써야할 돈이 전부 본사 배당으로 갔다는 얘기다.
     
    배민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재투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배민은 최근 치고 올라오는 업계 2위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해 '무료배달'을 시작하는 등 출혈경쟁을 본격화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소상공인과 이용자들에게 그 비용을 떠넘기는 꼴이 돼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배달에 이어 포장에도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 결정타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7천억원의 흑자를 내고도 그에 걸 맞는 재투자나 사회 환원은 하지 않고 출혈경쟁의 부담을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지게 한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 결과 배민은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도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 일단 민생 입법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을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가 벼르고 있다. 때마침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을지로위원회 1기, 2기 위원장 출신이다. 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도 지난달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배민 라이더 집회에 참석해 '배달플랫폼 갑질 규제'를 촉구했다. 22대 국회에서 배민을 견제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들이 6월 21일 오후 국회의사당 역 앞에서 '배달라이더 × 배달상점주 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들이 6월 21일 오후 국회의사당 역 앞에서 '배달라이더 × 배달상점주 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정부·대통령실·국민의힘도 지난달 30일 고위 협의회에서 배달앱 상생안 마련을 약속했다. 정부·플랫폼사업자·외식업계 등이 협력해 상생안을 구성하고, 영세음식점 대상 배달비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지난 3일 부처 합동으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플랫폼 업체의 입점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 남용 등 불공정행위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발견 시 공정위 차원의 조사 및 조치도 병행하겠다"고 사실상 업계 1위 배민을 압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쿠팡이츠 등 배달업계에 무료배달 서비스가 퍼지는 과정에서 유독 배민만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며 "여기에 또다시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이 거대 플랫폼사업자에 본격적으로 규제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회사에서 선제적으로 이 전 대표를 '쳤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가 스스로 사임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배민에 기여한 역할이 크다. 그런데 배민이 시장 지배사업자가 되면서 향후 예상되는 암초들을 보고 이를 스스로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커리어적으로 '엑시트(Exit)'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에서는 차기 대표도 이미 내정한 상태라고 한다. 결국 이 전 대표의 퇴임은 시점의 문제였을 뿐 어느 정도 논의돼온 사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아한형제들은 다음 달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신임 대표를 선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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